美가 당긴 금리인하 방아쇠…韓銀의 시간이 왔다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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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하며 통화정책 방향 전환(피벗)에 나섰다.
연준의 금리 인하는 코로나19 팬데믹 위기 대응을 위해 긴급히 금리를 낮췄던 2020년 3월 이후 4년 반 만이다.
연준이 긴축정책에 마침표를 찍은 만큼 한국의 금리 인하도 시간문제가 됐다.
과거 미국의 7차례 금리 인하 사례 중 4차례는 연착륙했지만, 3차례는 경기 침체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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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하며 통화정책 방향 전환(피벗)에 나섰다. 연준의 금리 인하는 코로나19 팬데믹 위기 대응을 위해 긴급히 금리를 낮췄던 2020년 3월 이후 4년 반 만이다. 연준이 긴축정책에 마침표를 찍은 만큼 한국의 금리 인하도 시간문제가 됐다.
이제 관심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 인하 폭과 속도에 쏠리고 있다. 미국·영국·캐나다 등 주요국의 금리 인하 추세와 2%대로 안정세에 접어든 국내 물가를 고려하면 금리 인하 여건은 이미 조성됐다. 고금리 장기화로 소비 회복이 지연되면서 침체된 내수를 살리기 위해서도 금리 인하는 불가피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내수 부진을 이유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2.5%로 하향 조정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지난 7월 "차선 바꿀 준비를 하는 상황"이라고 언급한 데 이어 유상대 한은 부총재도 "미국의 피벗으로 국내 여건에 집중해 통화정책을 운용할 수 있는 여력이 커졌다"고 밝혔다.
문제는 금리 인하가 서울 집값 급등과 가계부채 증가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 8월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달 들어 주춤해졌지만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액은 10조원에 육박했다. 이런 불안 요인을 그대로 안은 채 금리 인하에 나섰다가는 집값 상승과 가계부채 급증에 기름을 부어, 경제 전반에 충격을 줄 수 있다. 한은의 금리 인하에 앞서 금융당국은 가계부채와 집값 대책을 강구해야, 금리 인하를 '내수 살리기'의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
미국 경기와 세계 금융시장도 예의 주시해야 한다. 미국 금리 인하로 고금리·강달러에 대한 부담은 덜게 됐다. 하지만 지난 8월 미국발 전 세계 증시 급락에서 보듯, 통화정책 전환 과정에서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은 남아 있다. 특히 미국 경기가 침체로 이어질지, 연착륙할지에 따라 금융시장은 크게 요동칠 수 있다. 과거 미국의 7차례 금리 인하 사례 중 4차례는 연착륙했지만, 3차례는 경기 침체로 이어졌다. 엔캐리 자금 추가 청산 등 자금의 급격한 국가 간 이동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통화정책 전환기를 맞아 국내외 경기와 금융시장 안정, 가계부채 증가 추이를 감안한 정교한 정책 조합이 중요해졌다. 물가를 자극하지 않으면서 내수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면 금리 인하 시기와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 긴축 종료 신호가 집값을 끌어올리거나, 한계기업 구조조정을 막지 않도록 관리도 필요하다. 이제 한은이 제 실력을 보여줄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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