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대란? 추석 잘 넘겼다"는 친윤…한동훈 "민심 냉담, 국민 생명문제"
'응급실 뺑뺑이' 언급도 피한 듯 추경호 "지방에서 일부 긴급환자 응급병원 전전한 사례"
친한계 "당국 '다음 명절까지 버티자'는 식일까 걱정"
추석 연휴 직후에도 대통령실·정부와 원내 친윤(親윤석열)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의료위기 상황에 대한 인식차가 노출됐다. 한동훈 대표는 "국민을 위한 정치"에 부족했다며 추석 민심이 '냉담했다'고 전한 한편 친윤 진영은 의료위기를 축소하는 듯한 발언을 이어갔다. 의대 정원(기존 연 3058명) 50%이상 증원 강행 과정에서 공공연히 거론했던 '응급실 뺑뺑이' 언급도 회피하는 모양새다.
19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으로 한 대표는 "추석 민심은 냉담했다. 정치권 전체에 대해 '과연 정치가 제대로 할 일을 하고 있는가,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고 있는가'에 대해 많은 국민께서 냉담한 반응을 보이셨다. 우리 국민의힘이 더욱 심기일전해야겠다"며 "더 민심에 반응해야 한다. 저희부터 모자란 부분을 챙기고 채워가겠다"고 말했다.
여·야·의·정 협의체 제안 이후 상황으론 "추석 연휴 기간 제가 관련 인사 다수와 1대 1로 만났다"며 "대화를 해보면 확실히 간극이 좁혀지고 어떤 문제를 서로 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잘 알 수 있었다. 그간 쌓여온 불신은 물론 크게 남았지만 이 문제를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해 반드시 신속히 해결해야 한다는 마음은 제가 만난 모든 의료계 인사들이 같았다"고 전했다.
반면 추경호 원내대표는 첫머리부터 "'당정이 하나돼' 의료개혁 문제를 풀어내고 민생의 어려움을 해결해 나가달란 당부 말씀"을 들었다며 "연휴 중 응급의료체계에 대한 걱정이 많았는데 다행히 큰 문제 없이 가동됐다"고 이음을 냈다. 그는 "특히 경증 환자분들께서 응급실 방문을 자제하고 배려해주신 덕에 응급의료진이 중증환자 치료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부연했다.
특히 "'연휴 기간 중 지방에서 일부 긴급환자들이 응급병원을 전전한 사례'가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졌다"고 했다. 이는 지난해 4월부터 여당과 보건복지부 등의 당정협의, 정부의 각급 회의에서 언급해온 '구급차(응급차) 뺑뺑이'를 가리킨 모양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지방의 필수의료 부족 문제"라며 "의료개혁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줬다"고도 했다.
친한(親한동훈)계 장동혁 수석최고위원은 '의료개혁 우려' 민심을 전하며 "모든 짐을 누구 한 명에게 지울 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조건을 내걸고 정치적 이득을 따지며 대화를 거부하는 상황에 대해 우려를 넘어 분노를 표출하셨다"며 "국민들에 대한 생명과 건강 문제를 두고도 이런저런 조건을 달면서 대화조차 시작하지 못하는 정치와 의료계"를 동시 비판했다.
친윤(親윤석열)계 김민전 최고위원은 "의료 위기들을 예상하는 분들이 많이 있었습니다만, 우리가 큰 위기 없이 잘 보낸 것이 아닌가"라며 "의료진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먼저 올리겠다"고 했다. 당대표 지명직인 김종혁 최고위원은 "'응급실 대란'은 없었다"면서도 "혹시라도 관계당국이 '일단 위기를 넘겼으니 다음 명절 때까지 버티자'는 식으로 나올까봐 걱정"이라고 했다.
김종혁 최고위원은 "의료계가 모든 요구가 사전에 관철되지 않는 한 협상은 없다는 태도를 고집할까봐도 걱정"이라며 "개혁이란 이름으로 모든 게 정당화될 수 없듯이 환자들의 생명을 담보로 한 어떤 명분도 거룩하지 않다. 인사에 대해 입도 뻥긋하지 말라거나 모든 걸 다 원점으로 돌려놓으란 주장은 함께 철회돼야 한다"면서 정부와 의료계 모두 밥그릇 싸움 중이라고 지적했다.
의료인 출신인 인요한 최고위원은 발언을 생략했다.
한편 같은 날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브리핑에서 추석 연휴 기간 응급의료를 두고 "우려했던 '대란', '붕괴', '마비'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경증 환자가 지난해 추석 대비 39%, 올해 설 대비 33% 대폭 감소했다"고 자평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국무회의에서 "'응급실 대란' 등 우려했던 일들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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