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에서 온 판사’, 박신혜의 ‘악(惡)’을 마주하라[스경X현장]

하경헌 기자 2024. 9. 19.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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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신혜가 19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SBS홀에서 열린 SBS 새 금토극 ‘지옥에서 온 판사’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SBS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 참고 참고 또 참지 울긴 왜 울어~’

2003년 데뷔한 이후 배우 박신혜의 이미지는 ‘캔디’ 하나로 정리할 수 있다. 외로워도 슬퍼도 안 우는 ‘들장미 소녀 캔디’처럼 박신혜의 배역에는 외로운 일과 슬픈 일이 많았다.

때로는 신세한탄을 하기도 하고, 이것이 복수심으로 그려질 때도 있었지만 박신혜 캐릭터의 대처방법 또한 ‘안 우는’ 방식이었다. 시련과 슬픔이 와도 어떻게든 이겨내 마지막에는 해맑게 웃는 것이 ‘박신혜식 서사’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라졌다. 단지 예고편이 공개된 뿐이지만 그의 눈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심지어는 상대에 눈을 내리깔고 깔보는 듯한 표정도 지어 보인다. 거침없이 따귀를 때리거나 칼로 누군가를 찌르고, 선혈이 낭자한 가운데 ‘씨익’ 웃음을 흘려보이는 박신혜의 얼굴. 이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배우 박신혜가 19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SBS홀에서 열린 SBS 새 금토극 ‘지옥에서 온 판사’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SBS



박신혜는 오는 21일 첫 방송 되는 SBS 새 금토극 ‘지옥에서 온 판사’로 돌아온다. 작품으로는 지난 3월 막을 내린 JTBC ‘닥터슬럼프’ 이후 약 반년만의 컴백이고, SBS 드라마로는 2015년 막을 내린 ‘피노키오’ 이후 8년 만의 복귀다. 무엇보다 그는 데뷔 21년 만에 처음으로 마음에 ‘악(惡)’을 담는다.

박신혜가 연기하는 강빛나는 지옥 세계관의 이름으로는 유스티티아라는 이름의 ‘악마’다. 지옥의 재판관으로 죄인을 처단하던 그는 불의의 실수로 세상에 내려와 사고로 목숨을 잃은 판사 강빛나의 몸으로 들어간다. 그는 다시 지옥으로 돌아가기 위해 10명의 죄인을 지옥으로 보내야 하는 임무를 맡는다.

죄인을 만나기 위해 형사부 판사의 직업은 적당하다. 세상의 온갖 죄인을 가장 빨리, 그리고 많이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극악무도한 죄인을 지옥으로 보내기 위해서는 교도소로 보내면 안 됐기 때문에 강빛나는 그에게 무죄를 내리고 사회로 풀려난 그를 다시 만나 지옥으로 보낸다. 모든 서사는 강빛나의 서사로부터 시작된다.

배우 박신혜가 19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SBS홀에서 열린 SBS 새 금토극 ‘지옥에서 온 판사’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SBS



예고편을 통해 공개된 박신혜의 모습은 지난 2020년 ‘#살아있다’ ‘콜’ 등의 영화를 찍을 당시 바랐던 ‘악역’ 연기와 가장 가까이 있었다. 그의 입술은 욕설을 물지 않았을 뿐 하고 싶은 말을 다 했고, 눈빛은 컴퓨터그래픽과 어우러져 서늘함을 드러냈다. 그리고 악인을 처단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무자비함은 박신혜의 사랑스러운 이미지와는 굉장한 거리가 있었다.

이러한 변신에는 ‘너는 내 운명’ ‘그놈 목소리’ ‘내사랑 내곁에’ 등을 연출한 박진표 감독의 안목이 있었다. 그는 19일 서울 양천구 SBS 목동홀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그동안 박신혜가 연기한 ‘캔디’ 같은 캐릭터가 있지만, 그 이면에는 박신혜가 가지고 있는 배우로서의 욕망과 욕심이 있다고 느꼈다”며 “강빛나 역은 사랑스럽기도 해야 하니까 두 가지가 다 필요한 배우가 있어야 했다. 제작진과 CP(책임PD)님, 제작사 대표님 등이 만장일치로 박신혜를 골랐다”고 말했다.

박신혜 역시 연기인생 21년 만에 외롭지도 슬프지도 않고, 참지도 않는 캐릭터를 만나 신이 난 듯했다. 그는 “대본이 읽는 순간 너무 재미있었고, 대본 속 장면이 영화처럼 펼쳐지는 경험을 했다”면서 “연기변신을 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우선이었다. 지금까지 제가 쌓은 경험과 자신에 대한 기대감이 작품에서 어떤 캐릭터로 보일지 궁금했다”는 말로 출연의 변을 대신했다.

배우 김인권(왼쪽부터), 박신혜, 박진표 감독, 배우 김아영, 김재영이 19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SBS홀에서 열린 SBS 새 금토극 ‘지옥에서 온 판사’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SBS



작품은 물론 강빛나가 악마로서 인간의 사회에 적응하는 모습도 보여주고, 열혈형사이지만 인간미도 지닌 한다온(김재영)을 만나 악마답지 않게 설레하는 모습도 보여주며 재미를 줄 예정이다. 하지만 박신혜 연기의 정수는 그가 악인의 살해사건의 주동자라는 사실이 드러날 때, 아무런 감정 없이 악을 처단하는 게 왜 나쁘냐며 이죽거리는 순간 나오는 박신혜의 얼굴이다.

과연 우리는 21년 동안 박신혜의 이런 얼굴을 마주할 기회가 있었을까. 그의 말대로 ‘상속자들’ 이후 꾸준하게 쌓인 ‘박신혜’ 이미지에 대한 통쾌한 격파다.

배우는 자신을 유명하게 해준 얼굴로 명성을 쌓지만, 이 부분이 딱딱해지고 공고해지면 결국 그것은 틀이 된다. 박신혜는 21년 만에 그 틀을 깨부술 기회를 얻었다. 우리는 어떤 박신혜의 얼굴을 기대하고, 마주하게 될까. 오는 21일 1, 2부가 방송되는 SBS 새 금토극 ‘지옥에서 온 판사’에서 만날 수 있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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