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약값만 3억…애끊는 단장증후군 환자들

심희진 기자(edge@mk.co.kr) 2024. 9. 19.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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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 짧아 영양 흡수 부족
장 수술로 인한 후천적 환자
갈수록 늘어나고 있지만
희귀질환 인정 못받아 비급여
신약 도입에도 혜택 못누려

단장증후군 환자들이 연간 3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획기적인 치료제가 있어도 쓰지 못하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단장증후군이란 정상인보다 소장 길이가 25% 미만으로 짧아 영양분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는 증상을 가리킨다. 의료계에선 희귀질환 산정특례 범위를 확대해 단장증후군 환자들이 근본적인 치료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의료계에 따르면 국내 단장증후군 유병률은 100만명당 22.79명으로 추산된다. 연령별로는 소아 환자가 2.94명, 성인 환자가 19.85명을 각각 차지하고 있다. 선천성 단장증후군을 갖고 태어난 극소수의 환아를 제외하면 수술 중 광범위하게 장을 절제한 후천적 환자가 대부분이다.

소장 면적이 좁은 단장증후군 환자들은 위장관 기능이 약한 탓에 수분과 전해질이 체내에 흡수되는 양보다 밖으로 배출되는 양이 더 많다. 영양 보충 차원에서 정맥주사의 일종인 TPN(총정맥영양법)을 매일 10시간씩 맞아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중심 정맥을 통해서만 관 삽입이 가능한 TPN의 경우 혈전증 등의 합병증이 발생하거나 향후 구강을 통한 영양섭취 거부증이 동반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 부담이 크다.

단장증후군 환자들에게 희망이 생긴 건 2018년 혁신신약인 테두글루타이드 치료제가 국내에 도입되면서다. 테두글루타이드 치료제는 환자의 허벅지나 팔, 복부 등에 1일 1회 주입하는 피하주사로, 투여 편의성을 극대화한 제품이다. 무엇보다 소장 내 융모의 성장을 촉진하고 장관의 흡수 기능을 개선해준다는 점에서 근본적 치료가 가능하도록 돕는다.

문제는 후천성 단장증후군의 경우 희귀질환 산정특례 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아 실제 치료제를 처방받는 환자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희귀질환으로 분류되면 본인 부담 의료비의 10%만 내는 등 각종 금전적 혜택을 누릴 수 있다. 하지만 후천성 단장증후군 환자들은 별도의 상병코드가 없어 테두글루타이드 치료제를 쓰려면 한 달에 2500만원, 1년에 약 3억원을 지출해야 한다. 효과가 확실한 혁신신약도 비급여 상태에선 사실상 무용지물이란 지적이 나온다.

의료계에선 단장증후군 환자들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해 정부가 나서서 희귀질환 산정특례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우리나라 정부가 급여 평가와 약가 산정 시 고려하는 A8(약가 참조국) 가운데 스위스를 제외한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일본에서 테두글루타이드 치료제에 급여를 적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세계보건기구(WHO)도 단장증후군과 그에 따른 장부전에 별도의 질병분류코드(DA96.04·DA96.05)를 부여했다. 국내 보건당국이 시대 흐름을 읽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진수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국내 소아 단장증후군 환자들은 신경과 정서 발달 기능이 나쁘지 않아 영양소 공급이 적절히 된다면 사회에서 본인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다"며 "효과적이고 안전한 치료제로 예후도 점점 좋아지고 있는 만큼 환자들에게 치료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7월 단장증후군 환자들은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산하에 환우회를 설립했다. 혁신신약이 국내 허가를 받았음에도 지난 6년간 희망고문만 당하자 의기투합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허문영 단장증후군환우회 회장은 "치료제만 사용한다면 우리 환자들도 다른 사람들처럼 일상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고 한다"며 "세상의 모든 음식들이 그림의 떡이 되지 않도록 산정특례 혜택이 적절히 돌아가게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진향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사무총장은 "단장증후군환우회의 속사정을 들으니 효과가 확실한 치료제가 있어도 사용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며 "산정특례 제도와 신약의 급여 적용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 만큼 연합회 차원에서 이들을 열심히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심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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