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론에 김건희 여사 방어 부담감까지···필리버스터 포기한 국민의힘

이보라·민서영 기자 2024. 9. 19.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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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을 강행 처리하려는 야당을 규탄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원들이 몸 축내는 거 말고 남는 게 하나도 없다.”(한 국민의힘 당직자)

국민의힘은 19일 김건희 특검법과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 등이 상정된 국회 본회의에서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 대신 회의 보이콧을 택했다. 국민의힘이 야당의 쟁점 법안 강행 처리에 필리버스터로 맞서지 않은 건 22대 국회 들어 이번이 처음이다. 필리버스터 무용론과 김 여사 방어에 대한 부담감이 동시에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이날 본회의가 열리기 전 의원총회를 열고 본회의 불참을 결정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의원총회를 마친 후 취재진에게 “의사일정에 동의할 수 없음을 가장 강력하게 표현하는 게 보이콧”이라며 “(김 여사 특검법 등은) 상임위원회 단계부터 더불어민주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여 강행 처리한 법안”이라고 말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22대 국회에서 민주당이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 방송4법,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 노란봉투법 등 쟁점 법안을 밀어붙일 때마다 필리버스터로 맞서왔다.

이번에 필리버스터를 택하지 않은 건 반복된 필리버스터로 인해 당내 피로감이 누적된 데다 무용론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를 시작할 때마다 종결권으로 이를 무력화했다. 국회법상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이 필리버스터 종결 동의를 국회의장에게 요구하고, 토론 시작 24시간이 지나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하면 강제 종료된다. 수차례 걸친 필리버스터가 여론에 미친 영향도 제한적이었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추 원내대표는 필리버스터를 하지 않은 데 대해 “지난 번에 두 차례에 걸쳐 했고 이번 법안들은 충분히 부당함을 설명했기 때문에 같은 것을 반복할 필요가 특별히 있겠느냐는 판단도 있었다”고 말했다. 한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채 상병 특검 등은 민주당이 몇 번이나 다시 발의한 것”이라며 “똑같은 얘기를 계속할 필요가 없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명품가방 수수·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여·여당 공천개입 등 여러 의혹을 받는 김 여사에 대한 여론의 반감이 높은 상황에서 여당이 김 여사를 비호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부담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 국민의힘 당직자는 통화에서 “그런 목소리가 크지는 않았지만 있었던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거대 야당에 맞서는 수단 중 하나였던 필리버스터를 포기함에 따라 남은 카드는 규탄대회 등 장외 투쟁,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요구 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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