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지금 삐삐 터트렸나…이스라엘 기술력 과시? 공포 유발?

김경희 기자 2024. 9. 19.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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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호출기 폭발이 일어난 차량을 조사하는 경찰관

레바논에서 이틀간 30여 명의 사망자와 수천 명의 부상자를 낳은 무선호출기와 무전기 공격의 배후와 방법, 시기, 목적 등을 둘러싼 궁금증이 커지고 있습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현지시간 19일 이번 호출기 공격의 배후로 거론되는 이스라엘이 왜 지금 공격을 감행했는지 의문을 제기하며 다양한 관계자와 전문가들의 분석을 소개했습니다.

이런 유형의 공격을 준비하려면 호출기 수천 개의 생산.유통망을 장악하고 기기 내부에 폭탄과 기폭장치를 설치하는 등 생산 과정에 개입해야 하는 장기 프로젝트인데다 한 번에 수 천대의 호출기를 폭발시키기도 쉽지 않습니다.

이렇게 위험이 큰 과정을 거쳐 성사된 호출기 동시 다발 폭파 공격을 이스라엘에서 예고해온 헤즈볼라와의 전면전의 신호탄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게 관계자들의 분석입니다.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이 호출기 폭발 이후 "전쟁의 새로운 단계가 시작됐다"고 말했지만, "이미 확전의 사다리로 상당히 올라와 있었는데, 이번 이스라엘의 대형 도박에 놀랐다"고 아랍권의 한 관리는 말했습니다.

아랍권 안보 당국은 헤즈볼라가 호출기의 문제를 발견해 내자 이스라엘에서 '지금 사용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는 생각으로 버튼을 눌렀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다수의 아랍권 관리가 이것 외에는 현시점에서 호출기 공격이 단행된 이유를 설명하기가 어렵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이스라엘의 호출기 공격이 헤즈볼라 내부에 공포 유발 효과를 냈지만, 명확한 전략적 목표는 없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스라엘의 해외 정보기관인 모사드의 전직 국장인 대니 야톰은 이 신문에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의 가장 안전한 통신 라인을 허무는 능력을 보여줬다"면서 "헤즈볼라 내부에 공포와 스트레스, 충격을 불러일으켰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스라엘이 첩보영화에서나 나올 것 같은 공격을 통해 기술력을 과시하고 전술적 성공을 거뒀지만, 헤즈볼라의 공격으로 피란살이를 하는 6만 명의 주민 등 현실은 바뀌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스라엘에 본부를 둔 국제 반테러연구소의 미리 아이신 연구원은 "이번 공격은 놀랄만한 전술적 사건"이지만, "헤즈볼라 전투원 단 한 명도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놀랄만한 능력이 전술을 만들지 못할 때도 있다"고 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호출기 공격이 가자 전쟁 발발 후 11개월 넘게 이스라엘과 군사적으로 대치해온 헤즈볼라에 대한 일종의 경고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이스라엘군 정보국 국장을 지낸 아모스 야들린 예비역 소장은 "만약 이번 작전의 배후가 이스라엘이라면 그 목표는 계속 이스라엘을 상대로 적대적 행동을 이어갈 경우 큰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스라엘 칼럼니스트인 아비 이사샤로프는 "이번 호출기 공격이 헤즈볼라의 이스라엘 북부 공격을 멈추지 못할 것이며 오히려 상황을 악화할 것"이라며 "향후 며칠, 몇 주간 상황이 악화해 이스라엘군이 지상 작전에 나서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모사드 전직 고위 관리인 시마 샤인은 헤즈볼라가 자신들을 가장 영향력 있는 이란의 동맹으로 여기는 만큼 하마스를 버리지 않을 것이라면서 "그들에게는 '대리인'의 우두머리가 되는 것이 아주 중요하기 때문에 하마스를 두고 무기를 내려놓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갑작스러운 호출기 공격이 이스라엘 지도부의 내부 분란 와중에 실행됐다는 점에 주목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실제로 이번 공격은 네타냐후 총리가 자신과 반목해온 갈란트 장관을 해임할 의향이 있다는 보도가 며칠째 이어지는 가운데 이뤄졌습니다.

모사드 전직 고위 관리 샤인은 "이건 매우 이상한 상황이다. 정치인과 안보 당국 사이에 엄청난 격차가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김경희 기자 kyu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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