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 터널 끝, 금리인하 시작… 증시 눈치게임 돌입

신하연 2024. 9. 19.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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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코스닥 롤러코스터 장세
경제침체 대비 우려에 투심 악화
이달말 글로벌 경제지표 발표 주목
[사진 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4년 반 동안 이어진 긴축 기조가 사실상 종료됐다. 국내외 증시는 '빅컷'(한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 결정을 소화하며 당분간 변동성을 키울 전망이다.

특히 경기 침체 우려가 완전히 사그라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달 말 주요 경제지표가 나올 때까지는 눈치 보기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 나온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거래일 대비 5.39포인트(0.21%) 오른 2580.80에 거래를 마쳤다.

연준의 금리 결정은 시장 기대에 부합했지만 외국인이 코스피지수의 발목을 잡았다. 외국인 투자자는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만 1조1765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지난달 5일 '블랙먼데이' 이후 외국인 매도 규모로는 최대다.

특히 국내증시 대장주인 반도체 업종이 힘을 쓰지 못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추석연휴 기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대폭 하향하면서 투자심리에 영향을 미쳤다. 목표주가가 기존 26만원에서 12만원으로 하향된 SK하이닉스 주가는 6.14% 급락했고, 기존 10만5000원에서 7만6000원으로 내린 삼성전자도 2% 넘게 빠졌다.

코스닥지수도 상승 출발했다가 장중에는 전장보다 0.45% 내리면서 약세를 보인 뒤 다시 0.86% 오른 739.51로 장을 마치는 등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였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한 18일(현지시간) 뉴욕증시 역시 큰 변동성을 보였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는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연준의 결정 직후 375.79포인트 급등했으나 이내 약세 전환하면서 전거래일 대비 103포인트(0.25%) 하락한 41503.10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와 나스닥지수도 장 초반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다가 하락 마감했다.

장 초반 큰 폭의 금리 인하에 시장 참여자들이 환호했지만, 이내 연준이 잠재적인 경제 침체에 대비하려 한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투심이 악화됐다.

파월 연준 의장이 FOMC 정례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현시점에선 침체 가능성이 높아졌음을 시사하는 증거가 보이지 않는다"며 침체 우려에 선을 그었으나 시장의 우려를 잠재우지 못한 것이다.

시장 참여자들은 이달 말 예정된 주요 경제지표를 기다리며 관망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경기침체 우려가 재차 부각될 경우 폭락세를 이어갈 가능성도 있다.

우선 오는 23일(이하 현지시간)에는 美 9월 S&P 글로벌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발표된다. 미국의 8월 제조업 PMI는 47.2로 7월(46.8) 대비로는 상승했으나, 5개월 연속 경기확대와 경기축소를 가름하는 기준선인 50을 하회했다. S&P 글로벌에서 발표한 8월 제조업 PMI도 47.9로 2개월 연속 50선을 하회한 바 있다.

26일에는 미국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나온다. 연준은 이번 FOMC 회의에서 올해 실질 GDP 성장률을 2.0%로 예상하며 지난 6월 발표한 2.1%에서 0.1%포인트 낮췄다.

27일은 연준이 선호하는 물가 지수인 미국 8월 미국 개인소비지출(PCE) 발표가 예정돼 있다.

최성락 국제금융센터 주식분석부장은 "현재 주식시장 향방에 있어 주요 리스크는 경기둔화 위험"이라며 "주도·소외 업종과 관계 없이 금년의 주식시장 강세는 기업이익 개선이 주요 동력으로 작용한 만큼, 향후 주가는 경기둔화 위험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인공지능(AI)·반도체 업종 주가는 7월 이후 고점 대비 15% 내외 하락하는 등 주도 업종의 조정이 길어지는 가운데 여타 업종으로의 순환매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전체 시장의 조정도 장기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일각에서는 외국인 수급이 돌아온다면 강한 반등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반전 트리거만 만들어진다면 그동안 언더퍼폼 해오며 눌려 왔던 탄력성이 크게 발휘될 가능성은 충분하다"며 "이번 빅컷은 경기 침체 없는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일 가능성이 높으며, 여기에 리스크 선호심리가 더욱 살아나면서 외국인 수급이 돌아오기 시작한다면 폭발적인 상승도 기대해 볼 만하다"고 전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글로벌 리서치는 FOMC 회의 이후 보고서에서 "4분기 노동시장 냉각과 함께 연준이 '더 깊은' 금리 인하로 내몰릴 것"이라며 올 4분기에 75bp(1bp=0.01%포인트), 2025년 125bp 추가 인하를 전망했다. 올해는 11월과 12월 총 두 차례 FOMC 회의가 남아있다.

신하연기자 summ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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