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진의 e스토리] Sogno di Volare, 그리고 함께 날아오르다

박상진 2024. 9. 19.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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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 하늘을 날아 오른다는 것은 인류의 꿈이었다. 세시리의 레오나르도 다 빈치부터 키티호크의 라이트 형제까지 많은 사람이 비행을 위해 자신의 시간과 노력과 목슴을 걸었을 정도로 하늘을 날아오르는 것은 인류의 꿈이었다. 그렇기에 비행이 아니더라도 누군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그 결과를 내는 것을 날아오른다고 한다.
올해인 2024년,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을 앞둔 9월 T1과 레드불은 작년 2023년 T1의 이야기인 '레드불 T1 다큐멘터리: 함께 날아오르다'를 공개했다. 유튜브에 앞서 CGV 상영관에서 공개된 이 다큐멘터리는 2022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끝난 월드 챔피언십 결승부터 시작해 서울에서 마무리 된 이야기를 다룬다.
 

2023년 월드 챔피언십 이전까지 T1이 월드 챔피언십에서 우승할 거로 예상하기 힘들었다. T1을 응원하는 팬을 제외하고, 아니 팬들 일부도 쉽지 않은 한 해가 될 거로 예상했다. 2022년 스프링 우승 이후 T1은 끝없는 준우승의 늪에 빠진 상태였다. 2022년 MSI에는 RNG에게, LCK 서머는 젠지 e스포츠에게, 그리고 2022년 월드 챔피언십은 DRX에게, 2023 LCK 스프링과 서머는 또다시 젠지에게 눈 앞에서 우승자 자리를 내줘야 했다. 심지어 2023 MSI는 결승조차 오르지 못했다.
목표가 우승이고, 우승을 위해 날아오르는 도전은 계속됐다. 하지만 눈 앞에서 계속 추락하며 구성원들의 신뢰에도 금이 갔고, 설상가상으로 페이커의 팔목 부상까지 겹치며 2023년 T1은 월드 챔피언십 경기 내에서 형편없는 모습으로 탈락하지나 않았으면 다행인 상황이었다. 스위스 스테이지 에셋 데이 인터뷰에서 임재현 당시 감독대행이 자신감 있게 우승이 목표라고 이야기했을 때만 하더라도 무슨 근거로 이러나 싶었지만, 결국 이들은 마지막 LCK 팀으로 남아 LPL과의 대결에서 모두 승리하고 우승으로 2023년을 마무리했다.
 

이번 다큐멘터리는 이 과정에서 T1 선수단이 겪었던 이야기를 전한다. e스포츠의 목소리인 전용준 캐스터가 나레이션과 진행을 맡아 마치 LCK가 그대로 이어지는 느낌을 주며, 2023년 있었던 많은 변곡점과 여기서 이어지는 위기의 상황에서 선수단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도 있다. 선수 뿐만 아니라 그들의 가족들도 옆에서 지켜봤던 심경을 다큐멘터리를 통해 관람객 역시 같이 느낄 수 있다. 한 해의 무용담으로 남을 수 있는 이야기를 다큐멘터리로 제작해 이들의 이야기를 다시 추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스포츠의 장점은 경기 전후로 계속 형성되는 커뮤니티다. 단순히 경기 하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거기서 이어지는 다른 이야기들, 다음 경기에 대한 기대, 그리고 시즌 하나가 끝나면 다음 시즌에 관한 기대가 계속 이어지며 선수와 팀을 중심으로 커뮤니티가 형성된다. 이번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레드불 역시 이스포츠를 지원하는 이유 중 하나가 이러한 커뮤니티의 특징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나의 주제로 다양하게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고 자신이 참여할 수 있는 것이 레드불이 말하는 e스포츠고, 이러한 다큐멘터리는 레드불의 키워드인 '영감'과 연결되는 것이다.
 

최고의 자리인 우승자 자리에서 몇 번이나 미끄러진 T1. 아예 우승 근처에 가지도 못하는 것도 힘들지만, 눈 앞에 둔 목표를 몇 번이고 놓치는 것도 고역이다. 서로의 믿음에 금이 간 순간도 있었지만, 이들은 다큐멘터리처럼 함께 날아올랐고 페이커는 7년만에 다시 월드 챔피언십 우승자 자리에 올랐다. 문명6의 오프닝 곡인 Sogno di Volare(하늘을 나는 꿈)의 가사 'RIEMPENDO L'UNIVERSO DI STUPORE E GLORIA'처럼 온세상을 경의와 영광으로 넘치게 한 순간이었고, 많은 사람에게 영감을 준 사건이다.

2022년에서 시작된 제오페구케로 이뤄진 T1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다. 결국 이들은 언젠가 헤어질 것이다. 하지만 이번 다큐멘터리로 T1이라는 팀을 응원했던 사람에게 2023년 월드 챔피언십 우승까지의 고난은 결국 영광을 위한 시간으로 기억될 것이고, 이러한 믿음은 팀을 향한 견고한 커뮤니티로 형성될 것이다. 또한 앞으로 T1이라는 팀을 응원할 사람들에게는 하나의 전설로 기억될 것이다. 많은 팀이 영상으로 한 해를 기억하는 이유도 이런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순간을 다큐멘터리로 만들어 영감을 전해준 레드불 역시 이번 다큐멘터리로 많은 팬의 기억에 남을 것이다. 굳이 영상 내에서 어색하게 레드불을 마시는 장면이 필요없을 정도로 말이다.

포스터 이미지=T1
사진=라이엇 게임즈
박상진 vallen@fom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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