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참사 유족들에게 반복되는 ‘지원 소외’ ‘2차 가해’…“국회가 나서야”
“왜 그런 참사가 발생했고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하지만 저희에게 돌아온 건 ‘빨리 장례를 치르라’는 공무원들의 재촉이었습니다. 필요한 도움을 찾는 일도 결국 유족의 일이 됐습니다. 우리가 특별 대우를 바랐습니까.”
아리셀 노동자 고 최은화씨의 남편 박창선씨가 19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재난참사 피해지원 실태 증언 및 지원 체계 개선 토론회’에 나와 호소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아리셀 참사·세월호 참사·이태원 참사·오송지하차도 참사·광주학동 참사 피해 유족들은 참사 이후 자신들이 겪은 소외와 2차 가해 실태를 증언했다.
유족들은 피해 지원·정보공개에서 피해자와 유족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유연하고 포괄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김순길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사무처장은 “생존 학생의 형제자매들도 불안과 고통을 함께 겪었으나 경기도 교육청의 지원 대상에서 소외됐고, 구조 작업을 했던 진도 주민들·민간 잠수사들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치료 중 사망하거나 심근경색 수술을 받아도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해 의료 지원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황옥철 광주학동참사 유가족협의회 공동대표도 “정신과 진료를 장기적·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게 도와달라고 유족들이 애원했으나 지방자치단체는 현재까지도 답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고 이상은씨 엄마 강선이씨는 “유족들이 참사 당일 수습 과정에서 작성된 구급활동일지를 참사 직후부터 요청했으나 정부는 12월 9일에야 신원이 확인된 사망자에 한해 열람을 허용했다”며 “그마저도 내국인 유족들만 열람할 수 있어 오스트리아 교포인 고 김인홍씨의 가족들은 구급일지 열람을 위해 방한했을 때 ‘외국인은 신청 대상이 아니다’라는 말을 들어야 했다”고 말했다.
피해자·유족에 대한 2차 가해 방지책 역시 시급한 과제다. 강씨는 “정치인들이 나서서 ‘이태원을 찾은 사람들이 문제’라는 프레임을 확산시키고, (인터넷이) 생존자들을 탓하고 비난하는 댓글로 도배되는데도 정부는 생존자들을 제대로 집계해 지원하지도 않았다”며 “2차 가해 방지를 위해 구체적인 행동강령 수준의 규범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참사 피해자·유족이 겪는 고통에 관한 증언은 국회가 나서서악순환을 멈춰야 한다는 호소로 이어졌다. 황필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사회적 참사 특별법에는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 권고 사항과 관련해 국회가 국가 기관에 개선을 요구하고, 개선이 되지 않으면 징계를 요구할 수 있다고 되어 있지만 국회가 나서지 않고 있다”며 “국회는 사참위 권고사항 이행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예슬 기자 brightpear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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