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환상의 나라로 떠나볼까 ... ‘팝업북’의 세계로
“와!” 조용했던 미술관에 외마디 탄성이 울려 퍼진다. 지난 11일 찾은 서울 강남구 포스코 미술관에서는 <Popping, 살아있는 책들> 전시를 구경하던 한 무리의 직장인들이 신이난 듯 어린 아이같은 탄성을 자아내고 있었다. 김윤희 포스코미술관 관장은 “주로 점심시간에는 인근 회사에서 근무 중인 직장인들이 관람을 하러 오는데 전시를 보면서 잃어버린 동심을 찾았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라고 전했다.
10월 13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책과 예술 사이를 오가며 독자들을 매료시켜 온 전세계 팝업북 250여권이 소개된다. 알록달록한 색감과 입체감으로 동심을 사로잡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건축물이나 명화 등을 모티브로 한 작품들은 놀라울 정도의 정교함으로 경탄을 자아낸다. 팝업북이 단순히 아이들을 위한 ‘장난감 책’이 아니라, 고도의 측량과 과학적 사고가 밑바탕에 깔려 있는 예술작품임을 짐작케 한다. 관람 후에는 관람객이 다양한 종류의 팝업북을 실제로 조작해볼 수 있는 체험존도 마련돼 있어 팝업북의 아름다움과 재미를 만끽할 수 있다.
전시된 팝업북의 종류도 다양하다. 흔히 ‘팝업북’ 하면, 책을 펼쳤을 때 입체감 있는 조형물이 튀어나오는 형태를 떠올리는데, 이번 전시에서는 ‘카루셀북’ ‘터널북’ ‘돌 하우스’ 등 색다른 종류의 ‘팝업북’을 만날 수 있다.
‘카루셀북’은 1950년 전후에 많이 제작된 팝업북으로 4~6개로 접힌 면이 별처럼 보여 스타북으로도 불린다. 각 면은 보통 주름 잡힌 3겹의 종이로 구성돼 마치 작은 연극 무대를 보는 듯한 공간감을 자아낸다. 각 면을 돌려가다 보면 하나의 이야기가 완성되는 구조로 겹겹의 종이가 만든 입체감이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한다.
‘터널북’은 19~20세기 영국과 프랑스에서 유행했는데, 8~10장의 종이에 주름을 접어 연결해 만드는 방식으로 제작됐다. 종이를 터널처럼 늘린 후, 표지에 뚫린 작은 구멍에 눈을 대고 보면 숨겨져 있던 오밀조밀한 풍경들이 펼쳐져 놀라움과 재미를 선사한다. 주로 관광기념품으로 제작됐으며, 템스강이나 궁전, 공원 등 경관을 담은 것이 많았다. 19세기부터 만들어진 ‘돌 하우스’는 실제 집을 축소하는 형식으로 동화 등 문학 작품의 주인공이 사는 집을 제작해 많은 인기를 끌었다.
전시는 시대 순에 따라 대표 작가 중심으로 관람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13세기 최초의 팝업북인 ‘볼벨(Volvelle)’부터 19세기 작가 로타 메켄도르프, 에른스트 니스터, 20세기 작가 보이테흐 쿠바슈타, 루이스 기로드, 헤럴드 렌츠 등 거장들의 작품을 생생하게 만나볼 수 있다.
특히 메켄도르프 작품 중 최고의 걸작으로 평가받는 입체 파노라마북 ‘인터내셔널 서커스(Internationaler Circus)’, 현대 팝업북의 교과서라 불리는 체코의 건축가·그래픽 디자이너인 보이테흐 쿠바슈타의 대형 팝업북 파나스코픽 시리즈는 그 규모와 예술성으로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인터내셔널 서커스’는 펼쳐서 세우면 길이가 130cm가 되는 대형 작품으로 말 위에서 묘기를 부리는 모습, 링을 통과하려넌 여자 곡예사, 묘기를 보며 놀라는 관객 등 450개에 달하는 다양한 인간 군상이 그려져 있다. 쿠바슈타의 팝업북 중 높이가 30cm에 달하는 대형 작품 시리즈인 파나스코픽(Panascopic) 팝업북은 커다란 팝업이 일어서는 특유의 박진감으로 전세계적으로 널리 사랑을 받아왔다. 12권의 작품 중 대표작으로 꼽히는 <크리스토퍼 콜럼부스>는 인테리어 팝업북으로 불리며, 1977년에는 교재용으로도 생산돼 전 세계로 수출됐다.
포스코미술관은 “출판의 모든 과정이 기계화되고 전자책으로 독서를 하는 지금도 유일하게 사람의 손이 필요한 책이 팝업북”이라며 “독자의 적극적인 행위를 통해 평면의 종이가 입체의 책으로 바뀌는 팝업북은 책의 역사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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