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응급실 방문 환자 30% 넘게 줄어··· 위기 넘겼지만 전문가들 “연휴 이후가 더 우려”
추석 연휴에 응급실을 방문한 환자가 지난해에 비해 30% 넘게 줄어들었다. 정부는 우려했던 응급실 대란은 없었다며 한 ‘고비’를 넘겼다고 자평했다. 전문가들은 추석연휴라는 ‘급한 불’은 막았지만, 연말까지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인한 의료공백 여파로 응급의료 위기는 계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보건복지부는 19일 응급의료 등 비상진료 대응 관련 브리핑에서 추석 연휴 응급실 운영 현황을 발표했다. 지난해 추석 연휴에 비해 올해 문을 연 의료기관 수는 더 많았고, 방문 환자 수는 크게 감소했다. 연휴 기간 문을 연 동네 병·의원은 일평균 8743곳으로, 복지부가 당초 계획했던 7931곳보다 10.2%(812곳) 많았다. 지난해 추석 연휴와 비교하면 74.2%, 올해 설 연휴와 비교하면 140% 많은 수치다.
추석 연휴 기간 내내 대부분의 응급실도 24시간 정상 운영했다. 전국 411곳 응급실 중에 세종충남대병원, 건국대충주병원, 용인 명주병원 3곳을 제외한 응급실 408곳이 24시간 환자를 받았다.
응급실 이용 불편을 우려한 환자들이 방문을 자제하면서 내원 환자 수는 크게 감소했다. 연휴 기간 일평균 응급실 내원 환자 수는 2만6983명으로 지난해 추석 대비 32%, 올해 설 대비 27% 감소했다. 중증환자는 지난 명절 연휴에 비해 소폭 감소했으나, 경증환자는 지난해 추석 대비 39%, 올해 설 대비 33% 줄었다. 정윤순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추석 연휴 개별 사례로 봤을 때 의료 이용이 불편한 경우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봤을 때 큰 혼란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들께서 가벼운 증상인 경우에 응급실 이용을 자제해주신 덕분”이라고 말했다.
추석 연휴 앞뒤로 지정됐던 ‘추석 명절 비상응급 대응주간’은 오는 25일 예정대로 해제된다. 코로나19 유행이 줄어든 데 따라 발열클리닉과 코로나19 협력병원도 이달 30일까지만 운영된다. 정부는 이후에 응급의료 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평시처럼 관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연휴 기간에만 한시적으로 진료 지원을 위해 인상했던 수가와 진찰료 중에서 권역응급의료센터와 전문응급의료센터의 전문의 진찰료 가산(150%->250%) 등은 응급의료상황을 전반적으로 보면서 연장할지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고비’로 여겨졌던 연휴를 무사히 넘기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 실장은 “국민, 의료진, 관계 공무원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협력해 고비를 넘고 있다“며 ”정부는 그간 누적된 응급의료를 비롯한 필수의료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미래세대에 미루지 않도록 책임 있는 자세로 의료개혁을 완수하겠다“고 말했다.
의료계는 경증 환자의 불필요한 의료 이용이 감소한 부분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나,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인한 응급의료 위기는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태훈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정책이사는 ”권역응급의료센터에 경증 환자 방문이 줄어든 부분은 긍정적이지만, 여전히 지역 응급의료센터·지역응급의료기관엔 경증 환자들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공의들이 맡던 수술 준비 업무 등에서 의료진이 부족해지면서 평균 한 시간 이상 환자들 대기 시간이 늘어났다”며 “지금은 응급의학과 교수들이 진료를 보면서 버티고 있지만, 의료진 수급이 되지 않으면 설 연휴는 잘 넘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경원 용인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대한응급의학회 공보이사)는 ”과도한 추석 응급의료 위기설로 인해, 이후에 ‘응급의료는 위기가 아니다’라는 인식이 생겨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며 ”한시적 수가 대책 가운데 응급의료에 대한 실질적 보상을 높이는 부분을 제도화해 응급의료 체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혜인 기자 hye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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