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또 일본인 피습에 초등생 사망…반중 정서에 투자·관광 끊기나
장쑤성서 일본인 모자 급습 석달 만에 또 일본인 노려
일본 기업인들, 간첩 혐의로 잇따라 구속
일본기업단체 절반 "중국 투자, 출장 꺼려"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중국 광둥성 선전시에서 괴한이 휘두른 칼에 찔려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일본인학교 초등학생(10살)이 하루 만에 숨지면서 일본 내 반중 정서가 확산하고 있다. 최근 중국 내 반일 감정에서 비롯된 혐오 범죄가 잇따르면서 중국 내 일본 거주자들의 불안감이 커진 가운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일본인 관광객과 기업의 투자 감소 등 양국 관계가 한층 더 얼어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 총영사관은 이날 새벽 피해 학생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이 학생은 전날 오전 부모와 학교에 가던 중 교문에서 약 200미터 떨어진 장소에서 괴한의 급습을 받고 병원에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키지마 요시코 총영사는 피해 학생의 사망 소식을 전하며 “가족들이 극도로 피폐해져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가해자는 현장에서 경찰에 체포돼 현재 조사를 받고 있다. 이 사건으로 선전시에 있는 일본학교에는 휴교령이 내려졌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사건 당일 “사건은 현재 추가 조사 중”이라며 “중국은 계속해서 효과적인 조치를 취해 중국에 있는 모든 외국인의 안전을 실질적으로 보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외무성은 우장하오 주일 중국대사를 초치해 심각한 우려를 전달하고 중국 내 일본인 안전 확보에 만전을 기해줄 것을 요구했다.
가미카와 요코 외무상은 기자들과 만나 “(칼부림 사건은)비열한 행위로 매우 유감이다. 깊은 슬픔을 금할 수 없다”고 중국 측을 맹비난하며 외무성 담당 관리들에게 재발 방지 대책을 검토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일본인을 대상으로 한 중국인의 공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6월 중국 장쑤성 쑤저우시에서 중국인 남성이 하교 중인 일본인 초등학생과 엄마, 중국인 스쿨버스 안내원 등 3명을 흉기로 공격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으로 일본인 2명은 부상을 입었고, 괴한을 저지하려 나섰던 중국인은 치료 도중 끝내 숨졌다. 중국 당국은 괴한의 구체적인 범행 동기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지만 일본인을 향한 혐오 범죄라는 관측이 나왔다.
지난해 8월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해양 방류를 개시한 뒤 중국에서는 일본인학교에 돌을 던지거나 일본 대사관 등에 항의 전화를 거는 등 중국 내 일본인들의 치안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3월에는 중국에서 50대 일본인 남성이 간첩 혐의로 구속되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양국 외교 관계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일본 공영방송 NHK는 “이번 사건으로 일본과 중국 간 인적 교류, 일본 기업의 중국 투자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중국에서는 최근 내수 경기가 둔화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인이 간첩 행위에 연루됐다는 혐의로 구속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일본 기업들이 직원들을 중국으로 출장을 보내거나 현지에 투자하는 것을 점점 꺼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중국에 진출한 일본기업 단체인 중국일본상회가 8월 말 발표한 회원 기업 설문조사에서는 올해 대중국 투자 규모에 대해 ‘늘리겠다’고 응답한 기업은 15%에 불과했다. ‘줄이겠다’ 혹은 ‘투자하지 않겠다’고 응답한 기업은 45%에 달했다.
고후리 이치로 칸다 외국어대학교 교수는 이번 사건의 후폭풍에 대해 “중국에 대한 투자는 이미 줄어들고 있지만, 앞으로 더욱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어 “비자 문제로 이미 감소하고 있는 일본인 관광객과 수학여행에 대한 영향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지윤 (galile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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