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美 ‘빅 컷’ 이후 투자, 중소형주·단기 채권 수혜 입을 것”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낮추는 ‘빅 컷’을 단행하면서 본격적인 금리 인하기가 찾아왔다. 4년 반 만의 금리 인하인 만큼 투자 전략에 어떤 변화를 줘야 하는지 투자자들의 관심이 크다. 다수의 전문가가 “이번 금리 인하가 향후 경기 침체 등을 예방하기 위한 선제적, 보험적 성격이 강한 만큼 증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금리 인하에 민감한 중·소형주나 단기 채권, 리츠 등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美 투자자 10명 중 8명 “주가 상승”
일단 ‘빅 컷’ 당일 미국 주식 시장은 하락했지만, 미국의 큰손 투자자들은 올해 말까지 미국 주가가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18일 블룸버그통신이 온라인 증권 거래 소프트웨어 ‘블룸버그 터미널’을 이용하는 금융회사, 헤지펀드, 자산운용사 관계자 등 17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37%는 “S&P500 지수가 연말까지 지난 18일 종가(5618.26) 대비 6% 이상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응답자 44%는 “6% 미만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답했다. 81%의 투자자가 연말까지 미국 주가 상승을 점친 것이다. 또 응답자의 75%가 ‘내년 말까지 미국에서 경기 침체는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들은 금리 인하기에 주식 투자를 가장 선호했다. 응답자 중 49%는 “주식 보유 비중을 늘리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라고 답했다. 응답자 31%는 채권 매수를 선호했고, 나머지 20%는 현금이나 금 등 안전 자산 투자를 선호했다.
◇”금리 인하 최대 승자는 중·소형주”
그러나 올 상반기에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던 엔비디아 등 AI(인공지능) 종목의 주도주 복귀엔 다소 회의적이었다. 응답자의 43%만 “증시 주도주로 AI(인공지능) 종목이 복귀할 것”이라 답했다. 금리 인하 이후에도 남아있는 AI(인공지능) 고점론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반면, 57% 응답자는 “가치주가 앞으로 우세할 것”이라고 봤다. 가치주는 기업 가치보다 저평가된 주식을 말한다. 국내 주식 시장에선 자동차·금융 등이 대표적이다. 해리스 파이낸셜 그룹의 제이미 콕스 파트너는 “가치주, 소형주, 경기 순환주 등 전통적인 금리 인하 수혜주들이 순풍을 맞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파이퍼 샌들러의 시장전략가 크레이그 존슨도 “금리 인하의 최대 승자는 (중·소형주들이 모인) 러셀 지수”라고 했다.
◇원자재·단기 채권·리츠도 관심
국내외 전문가들은 금, 원유 등 원자재 투자에도 금리 인하기에 호재가 찾아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투자은행 에버코어의 크리슈나 구하 부회장은 “(금리 인하는) 소형주, 원자재 등 경기 사이클에 맞춰진 위험 자산의 이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실제 이자가 붙지 않는 금은 고금리 시대보다는 저금리 시대에 더 부각되고, 유가도 금리 인하기에 차입 비용 감소와 수요 증가 등으로 가격이 오르는 게 일반적이다. 실제 금값은 빅 컷 발표 후 현물 가격이 온스당 2599.92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가 소폭 하락하기도 했다.
장기 채권보다 금리 인하의 영향을 빠르게 받는 단기 채권 투자도 수익률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거시 전략가 거프리트 게어월은 단기 채권 보유자들이 금리 인하의 최대 수혜자일 것으로 봤다. 그는 “연준은 내년 1년간 기준금리를 200~250bp(bp=0.01%포인트)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며 “2~5년 만기 미국 국채 보유자들이 상대적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JP모건 자산운용의 글로벌 채권 책임자인 밥 미셸도 “우리는 고객들에게 채권 시장에 뛰어들라고 말하고 있다”고 했다.
금리 인하로 부동산 투자를 위한 조달 금리가 낮아지는 것의 혜택을 받는 리츠도 금리 인하기 수혜 종목으로 꼽힌다. 이경자 삼성증권 대체투자팀장은 “9월 만기인 회사채의 현재 금리가 연 5.2%인데, 최근 회사채 발행금리가 낮아지면서 180bp쯤 조달 금리가 떨어질 수 있다”며 “신용평가 등급이 우량한 대형 리츠일수록 금리 인하의 효과가 더욱 빠르고 크게 나타날 전망”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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