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류였는데 과일 섞으니 해외서 불티…LA 축구경기장에서 수천병씩 팔리는 이것

외국인에게 입문용으로 인기
달콤한 맛에 젊은 세대 환호
10년새 수출액 47배 급성장
오비맥주 ‘제주소주’로 진출

베트남 하노이 후지마트에서 판매하는 하이트진로 과일소주 제품 [사진 = 하이트진로]

과일 풍미를 내는 소주가 해외 수출을 견인하고 있다. 일반 소주 맛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들을 달콤한 과일맛을 앞세워 매료시키는 방식이다. 국내 주류의 수출에서도 과일소주의 비중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19일 관세청에 따르면 국내 과일소주(리큐르)의 지난해 수출액은 9159만 달러로 전체 주류 수출액의 28.1%를 차지했다. 10년 전인 2013년에는 194만 달러로 전체 수출의 0.5%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폭발적인 성장이다. 과일소주 수출비중이 맥주(23.5%)보다도 높아서 일반 소주(31.1%)와 함께 전체 술 수출의 약 60%를 차지했다.

과일소주 인기는 일반 소주 특유의 인공감미료 향과 목넘김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들에게 ‘입문용 소주’로 자리잡은 결과로 분석된다. 세계적인 K푸드 유행과 함께 대표적인 한국 술인 소주 수출도 꾸준히 늘고 있다. 과거 과일소주는 일부 한국 교민들을 대상으로 판매하던 비주류였지만 최근에는 대중적으로 일반 소주 못지않은 인기를 얻고 있다.

하이볼·칵테일 등 해외에서도 젊은층을 중심으로 달콤한 술을 섞어 마시는 문화가 발달한 만큼 다양한 풍미의 과일소주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제조업체들로서도 과일향을 첨가하면 큰 투자 없이 주류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할 있는 장점이 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과일소주를 비롯한 기타제재주 수출액이 792억원으로 2021년(600억원) 대비 32% 늘었다. 2010년대 중반 ‘자몽에이슬’을 필두로 선풍적인 인기를 끈 뒤 과일소주의 인기가 가라앉은 국내와는 대조적이다. 과일소주가 일반소주에 앞서서 해외 시장 개척의 첨병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하이트진로는 올해 창립 100주년을 맞아 지난 7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글로벌 비전 2030’을 발표하면서 “과일소주의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전 세계 소비자 유입을 지속시키고, 일반 소주로 정착시킨다”고 전략을 발표했다.

‘순하리’로 국내에서 과일소주 유행을 시작한 롯데칠성음료도 해외 시장에서 큰 폭으로 성장했다. 순하리는 2016년 미국에 처음 수출한 뒤 태국, 라오스 등 동남아와 유럽 시장까지 시장을 넓혔다. 롯데칠성의 과일소주 수출액은 지난 2021년부터 3년간 평균 23% 성장했다.

롯데는 국가별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는 전략적인 제품 생산으로 현지화 수준을 높이고 있다. 유자·복숭아·블루베리·애플망고 등 9개의 맛을 수출 전용으로 내놓았다. 특히 ‘순하리 처음처럼 애플망고’는 현지 도매상이 새로운 과일맛 제품을 개발해달라고 본사에 요청해서 출시됐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 4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축구 구단인 LA갤럭시 홈구장에 ‘순하리 바’를 열고 순하리를 활용한 칵테일을 판매해오고 있다. 순하리 칵테일은 매 경기마다 평균 1200병씩 팔리며 인기를 끌고 있다. 순하리 인기에 힘입어 처음처럼·새로 등 일반 소주의 매출도 연평균 30% 안팎 고성장하고 있다. 특히 롯데칠성음료는 미국 소주 수출이 최근 3년간 평균 46%에 달했다.

최근 신세계L&B의 제주소주를 인수해 소주 사업에 뛰어든 오비맥주 역시 과일소주 수출을 확대할 계획이다. 제주소주는 동남아 업체들과 제조자개발생산(ODM) 계약을 맺고 수출 전용 과일소주를 만들어왔다. 베트남 ‘힘소주’, 미국 ‘고래소주’ 등을 전용으로 만들어 판매하는 식이다. 오비맥주가 이처럼 다양한 소주 브랜드를 내놓을 경우 하이트진로·롯데칠성음료에 이어 ‘소주 수출 3강’ 체제가 구축될 것으로 주류업계는 전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