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AI 디지털교과서'를 향한 전 세계의 관심과 질문
인공지능(AI)을 포함한 디지털 기술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세계 각국은 교육 여건과 기술 수준은 다르지만, 교육의 디지털 전환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그중에서 우리나라는 국가 수준에서 디지털 교육정책을 추진하는 대표적 나라다. 최근 국제기구의 포럼에 참여해 발표한 AI 디지털교과서(이하 AIDT) 사례를 중심으로 세계가 주목하는 대표적 이슈를 소개하고자 한다.
◇다보스포럼에서 세계가 주목한 “AI 디지털교과서”
6월 25일부터 사흘간 중국 다롄에서 '성장을 위한 차세대 프런티어'라는 주제로 2024년 하계 다보스포럼이 개최됐다. 다보스포럼은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이 주최하는 세계적 행사로, 이번 포럼에는 리창 중국 총리,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 클라우스 슈밥 WEF 회장 등 정계, 재계, 사회단체, 국제기구, 학계 등 글로벌 오피니언 리더 1500여명이 참석했다. 이번 다보스포럼에서 다뤄진 주요 주제는 생성형 AI를 포함한 첨단 기술을 산업 분야별로 어떻게 적용할지에 관한 것이었다. 산업 분야별로 최신 기술을 업무 영역에 적용해 조직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사례가 주로 소개됐다.
영광스럽게도 전체 프로그램에서 유일하게 편성된 교육 세션에서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은 2025년부터 순차적으로 도입되는 대한민국의 AIDT 사례를 발표했다. AI 기술이 적용되는 디지털 교육 혁신은 학생들의 다양한 학습 요구에 부응해야 하며, 교육 현장과 협력해 학습 목표를 충족시키고, 교사가 인간적 상호작용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울러, 교육과 AI의 융합을 위해 교수자와 학습자 대상의 기능 개발뿐만 아니라 안정적 인프라, 교사 연수, 데이터 보안 등에도 정책적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을 설명했다. 특히 '5백만명의 학생에게 5백만개의 개별화된 교과서'를 제공해 학생들에게 개인별로 AI 튜터의 역할을 하게 된다는 점에 많은 참석자들이 주목했다.
◇유네스코에서 발표한 “교사가 이끄는 디지털 교실혁명”
9월 2일부터 나흘간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교육을 위한 기술 활용'이라는 주제로 '유네스코 디지털 러닝 위크 2024' 행사가 개최됐다. 매년 개최되는 디지털교육 분야의 대표적 국제 포럼으로, 유네스코(UNESCO) 주요 회원국 정부의 교육부 장관을 포함하는 대표단, 교육 관련 국제기구, 에듀테크 관련 기업, 시민사회그룹, 학계 전문가 등이 참석했다.
각국 정부는 디지털 교육 전환을 위한 국가 수준의 정책에 대해 소개했고, 교육기관들은 무선 인터넷 환경이 열악한 경우, 디지털 기기가 부족한 경우에 디지털 교육이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는가에 대한 내용을 발표했다. 에듀테크 기업들은 교과별, 주제별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교육 성과를 높이기 위한 노력과 교육 효과에 대한 실증 결과를 공유했다. 우리나라 사례 발표를 마치자 대한민국의 교육 상황과 여건, 정책의 방향에 대해 매우 공감하고 부러워하는 코멘트가 이어졌다. 두 차례 국제행사에서 참석자들이 궁금해하는 내용은 우리나라에서 논의하는 이슈와 유사한 내용이 많아서 공유하고자 한다.
◇AI 디지털교과서에는 어떤 AI 기술이 활용되는가?
많은 사람들이 AIDT에 생성형 AI 기술이 활용되는지와 어떤 수준의 AI 기술이 적용되는지를 궁금해한다. 답변의 핵심은 교육 현장에서 최신 기술을 무조건 도입하기보다는 교육적 기능에 초점을 맞추고 안전성, 신뢰성, 윤리성 등을 고려해 검증된 적정 수준의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점이다. AIDT에 적용되는 AI 기술은 학습 경로를 예측해 주거나 피드백을 주는 등의 신뢰성이 검증된 기술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생성형 AI 기술의 교실 수업 활용은 교수자의 수업 디자인 속에서 제한된 범위에서 활용돼야 한다. 기본적으로 학생들의 학습데이터를 분석하고 학습의 경로를 추천해 주는 알고리즘이 가장 기본이라고 할 수 있다. 학습자를 지원하는 챗봇, 교사를 지원하는 챗봇 등의 경우에는 대상에 따라 AI 기술이 다르게 적용될 수 있다. 영어의 경우에는 자연어 인식, 회화와 작문의 교정에 AI 기술이 적용될 수 있다.
민간 개발사는 AI 코스웨어 서비스 경험을 기반으로 학생의 학습을 진단하고 돕기 위한 기술적 역량을 갖추고 있고, 향후 데이터가 축적될수록 AIDT는 학교 현장에 적합하게 고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기술이 발전해 나가기 때문에 교육적으로 활용되는 적정 기술을 정하는 것은 교육적 관점에서 사회적 담론이 지속돼야 할 부분이다.
◇'디지털 과의존과 디지털 격차'는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세계적으로 AIDT 부작용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데, 디지털 과의존과 디지털 격차 문제가 핵심적 내용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학부모들이 AIDT 도입과 관련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 디지털 과의존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 발표된 정부의 '2023년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10대 청소년의 40.1%가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인 것으로 나타났고, 5.2%는 고위험군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스마트폰 과의존은 디지털 도구의 잘못된 사용의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학생들의 스마트폰 과의존은 게임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중독과 관련된 것인데, 이런 위험한 사용으로부터 학생들을 최대한 보호하는 것이 필요하다.
학생들을 디지털 위험에서 보호하는 것과 디지털 역량을 키워주는 것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미래 사회에서 디지털 리터러시가 필수 역량이라고 할 수 있으며, 학생들이 생산적 과업과 학습을 위해 안전하고 건강하게 디지털 도구를 활용하는 역량을 키워주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사회계층간, 지역간 디지털 격차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필요하다. AIDT는 디지털 격차를 줄이고 학생들이 생산적으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도록 해주는 효과적 도구가 될 수 있다.
◇학습데이터의 관리와 활용은 어떻게 되는가?
학생들의 학습데이터 등 개인정보가 민간 영역으로 유출되지 않도록 어떻게 관리되는지, 민간 개발사들은 어떤 데이터를 활용해 AI 기능을 개발하는지 관심이 많다. KERIS는 AIDT를 활용하는 학생들의 데이터를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정보보안 대책과 함께 데이터 활용 계획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AIDT 플랫폼의 학생 데이터는 클라우드 보안인증 제도(CSAP)에 따라 엄격하게 관리된다. AIDT의 중요 데이터를 노린 사이버공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교육부 사이버안전센터(ECSC) 보안관제를 상시 운영하게 된다. 민간에서 학생 데이터를 임의로 활용하는 것은 범죄에 해당하기 때문에 철저하게 통제된다. 한편 민간 개발사는 KERIS에서 개인정보를 삭제해 공개하는 공공 데이터셋을 활용해 새로운 알고리즘을 개발해 AIDT에 적용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공공 데이터셋을 활용한 기술 개발에 대해서는 정부의 관리와 승인이 필요하므로 사교육의 용도로 사용할 수는 없다.
◇AI가 교사를 대체하고, 암기식 교육으로 회귀하는 것은 아닌가?
AI가 교사를 대체하고 지식 암기 위주의 문제 풀이식 교육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국내외에서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AIDT 활용 정책 핵심은 학생들에게 창의적 활동 중심의 교육을 구현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정책의 모토인 '하이터치 하이테크 교육'은 교사 역할을 더욱 확장하고, 중요하게 만드는 것이다.
현재 학교시스템은 한 명의 교사가 여러 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정해진 교육과정을 교육하도록 하고 있어서 학습 격차와 누적된 학습 결손이 발생하고 있다. AIDT는 교사들에게 보조교사로서 혁신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 AI 보조교사는 평가, 행정 업무, 피드백 등의 작업을 자동화함으로써 소모성 업무를 줄이고, 학생 한명 한명의 학습 과정을 더욱 깊게 이해할 수 있는 데이터를 교사에게 제공해 '개인별 맞춤형 교육체제'로 전환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다.
교사는 AIDT를 활용해 수업을 더욱 창의적이고 효율적으로 설계할 수 있다. AIDT를 통해 학생들이 개별화된 지식 학습을 하도록 지원하고 이를 기반으로 창의적 활동 중심 수업을 진행할 수 있다. 교사가 개념 기반 탐구학습, 프로젝트 수업, 토론형 참여 수업을 진행함으로써 학생들의 창의적 역량을 더욱 높여줄 수 있다.
◇이상적 공교육을 향한 담대한 도전
공교육의 이상적 목표는 '모든 학생이 자신의 속도와 수준에 맞춰 교육받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AIDT 도입 취지는 교사가 AI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교육 격차를 해소하고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구현되지 않았던 새로운 공교육의 미래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교육계가 힘을 모아 미래교육을 구상하고 함께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디지털 혁신과 기술 발전이 중요한 시대이지만, 교육의 본질은 인간의 성장과 행복에 있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교육의 목적은 결국 사람을 성장시키고 행복하게 만드는 데 있다. 교육정책은 교사, 학생, 학부모 등 교육 현장에서 직접 경험하고 느끼는 소중한 의견을 듣고 반영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교사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교실 혁신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성공의 열쇠라고 할 것이다.
정제영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원장·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
〈필자〉정제영 교수는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원장을 맡고 있는 미래교육 전문가다. 정 원장은 서울대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 대학원에서 교육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제44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사무관과 서기관을 거치며 교육정책 기획 및 집행을 수행했다. 이화여대 교수로 부임해 교육학과장, 호크마교양대학장, 기획처장, 미래교육연구소장을 역임했다. 현재 대한민국 교육과 학술정보 시스템의 디지털 대전환을 선도하는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원장을 맡고 있다.
김명희 기자 noprint@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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