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장법 개정됐는데…‘알박기 캠핑카’ 여전

이삭·백경열·강정의 기자 2024. 9. 19. 16: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충북 청주시 상당구 명암동 청주랜드우암어린이회관에서 상당산성 옛길 입구까지 이어지는 왕복 2차선 도로변 공영 주차장에 지난 18일 오전 캠핑카와 캠핑 트레일러 40여대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삭 기자.

공영주차장에 한 달 이상 장기 방치된 차량을 견인할 수 있도록 규정한 주차장법 개정안이 지난 7월10일부터 시행됐다. 일명 ‘주차장 알박기’를 하는 캠핑카 등을 규제하기 위해 만든 법이지만 시행 두 달이 넘도록 방치 차량 문제는 해소되지 않고 있다.

지난 18일 찾아간 충북 청주시 상당구 명암동 청주랜드우암어린이회관 인근 도로변. 상당산성 옛길 입구까지 이어지는 왕복 2차선 도로변 공영 주차장(1.3㎞ 구간)은 마치 캠핑카 전시장을 방불케 했다. 크고 작은 캠핑카와 캠핑 트레일러 40여대가 곳곳에 자리잡았다.

경차 크기만 한 트레일러부터 주차면 2개를 차지하는 거대한 크기의 트레일러도 보인다. 육지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소형배(보트)를 실은 트레일러도 있다. 한 눈에 봐도 주차된 지 수개월이 지난 듯 외관이 바랜 트레일러, 거미줄이 처져 있거나 낙엽이 수북이 쌓인 차량도 쉽게 볼 수 있었다.

해당 주차장은 인적이 드문 곳이어서 평일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주말에는 인근 어린이회관, 청주동물원, 상당산성 등이 방문객들이 많다. 새로 주차하려는 차와 이미 주차장을 차지한 캠핑카와 캠핑 트레일러가 엮이면서 이중 주차가 번번이 발생하는 등 ‘주차 전쟁’이 벌어진다. 청주시 관계자는 “캠핑 트레일러 등은 차고지가 있어야 살 수 있지만 별다른 단속 규정이 없다보니 차주들이 공영주차장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올 7월10월부터 시행된 새 주차장법을 보면 지자체들은 무료 공영주차장에 1개월 이상 장기 방치된 차량을 다른 장소로 이동 명령을 내리거나 직접 견인할 수 있다.

알박기식 장기 주차를 막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음에도 지자체들은 법 집행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차주가 1개월 이상 차량을 방치했다는 것을 지자체가 직접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캠핑카와 캠핑 트레일러를 견인할 수 있는 장비를 마련하는 문제와 견인된 차량 보관을 위해 부지를 확보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대구시의 경우 주차장법 개정안 시행 이후 한차례도 방치 차량을 견인한 사례가 없다. 대구에는 견인된 차량을 보관하는 견인 차고지도 없다. 관내 공영 주차장 44곳을 대상으로 장기 방치 차량 단속을 진행하고 있는 천안시도 견인보다는 차량에 계고장을 부착하는 것이 전부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무료 공영주차장에 차량을 한 달 이상 방치했다는 것을 입증하기는 현실적으로 힘든상황”이라며 “무료로 운영되는 주차장에 추가로 인력을 투입하거나 자료 확보를 위한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는 것도 예산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방치 차량을 견인한다고 하더라도 캠핑카와 캠핑 트레일러를 견인할 수 있는 장비를 구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자체들은 유명무실한 주차장법 대신 조례 제정 등을 통한 대안 모색에 나서고 있다. 청주시는 무료 공영주차장 내 48시간 이상 주차 차량에 주차요금을 부과하는 ‘주차장 조례 개정안’을 만들어 내달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명암동 노상 공용 주차장과 북부권 환승센터 카풀주차장 등 장기 주차로 주민들의 원성이 높은 주차장을 적용 대상으로 꼽고 있다.

대구 수성구 의회는 ‘대구 수성구 무료공영주차장 장기방치차량 방지 조례안’ 제정을 추진한다. 지자체 담당 부서와 동장이 방치 차량을 막기 위해 무료 공영주차장 수시로 순찰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천안시는 “그동안 무료로 운영되던 공영 주차장을 아예 모두 유료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삭 기자 isak84@kyunghyang.com,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강정의 기자 justice@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