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추석 의료대란 없었다…의료계, 대화의 장 나오는 게 도리"
대통령실은 이번 추석 연휴 기간 우려됐던 의료 대란이 현장 의료진의 노고 등에 힘입어 발생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대통령실은 이 같은 응급의료체계가 지속 가능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의료계가 대화의 장에 나와줄 것을 재차 촉구했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비서관은 19일 브리핑을 통해 "이번 추석 연휴 응급의료체계가 잘 운영될 수 있을지 국민들의 걱정이 많았다. 전날까지 5일 연휴 동안 현장은 어려움과 불편이 없지 않았지만 걱정보다 큰 불상사 없이 마무리됐다"며 "우려했던 의료 대란, 의료 붕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장 수석은 의료 대란이 발생하지 않은 이유로 △밤낮없이 현장을 지키며 응급 환자 치료에 전념을 다한 의료진의 헌신 △정부 안내대로 경증은 가까운 병·의원, 동네 응급실을 방문한 시민의식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비상체제를 차질없이 운영해 주고 소방 구급대원들이 최선을 다해준 점 등을 꼽았다.
장 수석은 "대형병원 응급실의 경우 전공의들이 이탈한 가운데 현장 의료진의 번아웃이 우려된다"며 "아직 비상대책기간이 1주일 남아있는 만큼 긴장감을 가지고 대응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비상대책기간 이후에도 의료 인력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현장 의료진이 지치지 않고 응급의료체계가 지속가능하도록 필요한 대책을 강구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장 수석은 최근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등의 사례는 응급의료체계의 문제라기보다는 필수의료 인력이 부족해 발생하는 사례라고 밝혔다. 응급실에서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처리하기 어렵고, 배후진료나 후속진료를 담당하는 전문의가 필요한 사례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장 수석은 "2000년대 세부 전문 과목이 늘면서 진료에 필요한 의사 수가 더 많아지고 있다. 진료 전문성이 높아졌지만 수련 기간이 길어지고 진료 영역이 좁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 많은 의사가 필요하게 됐지만 의대 증원이 정체돼 있어 필수의료 과목 선호도가 더 떨어져가고 있는 것"이라며 "진료 영역이 좁아지는 만큼 의사 수도 늘어나야 한다. 이는 의료 개혁을 추진해야 하는 주요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장 수석은 또 "응급실 문제는 빙산의 일각일뿐 고령화와 소득 증가로 폭증하는 의료 수요에도 30년간 단 한 명도 늘리지 못한 의사의 양적 부족 상황, 더 힘들고 더 어려운 필수의료 분야에 수익은 더 적은 왜곡된 체계, 의료사고 책임을 오롯이 혼자 져야 하는 의사들의 부담 등 의료 현장의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못해 국민 건강과 생명이 지속적으로 위협받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의료 개혁의 필요성은 당장 눈앞에 닥친 현실이다. 고령화의 속도는 더 빨라져 미룰 수가 없다"며 "이것이 우리 정부가 의사들의 집단 행동 등 어려움을 각오하고 의료 개혁을 시작한 이유이고 내년이나 후년으로 개혁을 미룰 수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장 수석은 마지막으로 "추석 전 여당 대표가 여야의정협의체 구성을 제안했고 여러 의료계 인사들을 개별적으로 만나 협의체 참여를 설득하고 있다. 정부도 협의체에 적극 참여할 것이며 의료계 참여를 함께 설득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의료계는 협의체 제안에 대해 정부의 태도 변화와 같은 전제조건을 달며 문제 해결을 미룰 것이 아니라 우선 대화의 장에 나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해결 방안을 논의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라며 "매일 진료실에서 마주하는 환자들은 의사 여러분들이 지켜야 할 국민이다. 의사의 존재 이유인 환자의 외침을 외면하지 마시고 대화의 장으로 나와주시기를 다시 한 번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미 수시모집 등 대학 입시가 진행 중인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은 조정이 현실적으로 불가하다. 다만 2026학년도 이후의 의대 정원에 대해서 정부는 유연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며 "의료계가 과학적 근거를 갖춘 합리적 의견을 제시한다면 정부는 열린 마음으로 논의에 임하겠다는 입장을 다시 강조드린다"고 했다.
한편 장 수석은 이날 "희망이 아주 없지는 않다"며 "전체 레지던트 기준 전공의 1만명 중 현재 출근 중인 레지던트가 약 1000여명, 사직한 전공의가 8900여명인데 이 8900여명의 33%인 2900여명은 다른 의료기관에 신규 취업해 의사로 활동 중이다. 결국 전공의들이 의사라는 직업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수련 환경과 의료 체계가 제대로 변화한다면 복귀해 수련을 이어가고 싶어한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공의가 지도 전문의의 세심한 교육과 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투자를 강화하고 공정한 보상 체계와 소신 진료 환경을 만드는 것이 전공의 복귀의 지름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정수 기자 jeongsu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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