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성과 압박에···LG유플러스 설치·수리기사들 몸과 마음 다쳐”
LG유플러스의 인터넷과 TV를 설치·수리 업무를 담당하는 노동자들이 과도한 실적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는 문제제기가 나왔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희망연대본부는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LG유플러스 경영방침은 어떻게 비정규직 노동자의 건강권을 훼손하나’ 토론회를 열었다. LG유플러스는 설치·수리 업무를 자회사인 유플러스홈서비스에 절반가량, 50여개 외주업체에 나머지 절반가량 하청을 준다. 원청 자회사와 외부 협력사가 공존하는 ‘자회사+협력사’ 구조다. 노동자들은 자회사 고용전환을 계속 요구하고 있지만 추가 자회사 전환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노조는 지난해 선임된 유플러스홈서비스 경영진이 과도한 성과 압박에 나섰다고 했다. 경영진이 목표 건수를 늘리고 작업당 할당 시간을 줄이며, 작업 실적이 저조한 직원에게는 업무일지를 쓰게 하는 등 압박했다는 것이다.
실적 압박은 노동자들의 건강권 침해로 이어졌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가 지난달 1일부터 14일까지 희망연대본부 LG유플러스비정규직지부 조합원 57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84.5%가 업무 후 정신적으로 지치는 것을 경험했다고 했다. ‘업무적으로 성과를 내야 한다는 데에 압박을 느낀다’는 응답은 89.6%, ‘관리자로부터 실적 조작을 권유받은 적 있다’는 응답은 56.0%였다.
중등도 이상 우울증은 남성에서 42.0%, 여성에서 47.1%로 나타났다. 2022년 국민건강영양조사의 중등도 이상 우울증 비율(남성 3.8%, 여성 5.6%)보다 높은 수준이다. ‘1년 이내에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다’는 응답도 남성 12.6%, 여성 7.8%로 높았다.
조건희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는 “성과 압박을 느끼는 응답자들은 그렇지 않은 응답자들에 비해 2.26배 높은 우울감을 보였다”며 “노동자들의 우울감과 무력감 등에 대해 노조 차원에서의 개입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안전사고도 늘었다. 노조가 유플러스홈서비스로부터 받은 사고 통계를 보면, 유플러스홈서비스에서 일어난 사고는 2022년 145건에서 2023년 358건, 2023년 375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감전 사고로 산재 인정을 받은 노동자 A씨는 노조에 “업무배정이 빡빡해진 이후에 다양한 사고를 당했다”며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도 (업무를) 타이트하게 잡아 두니 제 시간에 못 가게 되면 기사 잘못으로 책임전가가 돼 서두르지 않을 수가 없다”고 했다.
한인임 정책연구소 이음 이사장은 “쥐어짜기식 경영방식은 그야말로 전근대적인 노무관리 방식”이라며 “노동자들에게만 대기업 소속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경영진도 자신의 기업이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고 했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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