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를 휴머나이징 하라"...'감성×경제' 한국어로 번역 출판

전용기 2024. 9. 19.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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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교수와 김형주 강사가 공동 번역, 한울아카데미 펴내
"경제를 휴머나이징 하라"...'감성×경제' 한국어로

[파이낸셜뉴스] "경제학과 인문학의 거대한 지적 간극은 우리 시대의 비극이다. 모슨과 샤피로는 이 두 학문 간의 분열을 극복하는 방법을 보여준다." (로버트 쉴러·2013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모슨과 샤피로는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지닌 위대한 소설가들의 작품을 읽음으로써 경제학자들이 지혜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경제학자들은 인간을 추상적으로 취급하는 반면, 소설가들은 인간의 구체적인 면을 파헤친다."(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대학입학, 육아, 장기매매, 경제발전 등의 주제를 경제학과 문학 양자의 관점으로 다룬 책 '감성×경제'가 한국어로 번역되어 출판됐다. 김형석 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와 김형주 연세대 강사가 공동으로 한울아카데미(400쪽, 4만4000원)를 통해 한국에 선보였다.

저자 게리 솔 모슨, 모턴 샤피로는 지난 2017년 내놓은 '감성×경제'에서 경제학이 추상 개념에 빠져 인간 존재를 잊고 있다고 지적하고 경제학에서 개인의 결정을 이해하려면 개인이 어떤 존재인지부터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해 주목을 받았다. 특히 인간을 이해하는 데는 경제적 통찰력만으로 충분치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저자는 인문학은 우리를 구원하지 않으며, 국가나 대학에 수익을 가져다주지도 않는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인문학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한다'는 것이 세상에 영향을 끼친다는 의미라면 인문학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그리고 만약 그들이 세상에 어떤 영향도 줄 수 없다면, 인문학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주는 즐거움과 관련된 것을 제외하고는 인문학의 가치는 정당화될 수 없는 것이다. 또한 경제학은 인문학으로부터 윤리적 문제의 복잡성, 이야기의 필요성, 공감의 중요성, 공식화할 수 없는 올바른 판단의 가치를 배울 수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실제 경제학은 자부심이 강한 학문이다. 미국 교수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경제학자의 절반 미만만이 다른 분야에서 배울 것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리학 교수 79%와 사회학자 73%는 학제 간 접근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했으나, 경제학자 중 42%만 이러한 견해를 지지했다.

경제학자들이 다른 학문 분야를 진지하게 다루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인간 행동에 대한 대부분의 경제학 모형은 심리학을 무시하고, 빈곤의 순환에 대한 연구는 사회학과 인류학을 무시하며, 과거에 대한 분석은 역사가들을 우회한다. 마치 여타 다른 학문 분야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의식은 훌륭하지만 모든 답은 엄밀한 경제학만이 가지고 있다는 듯 말이다.

다양한 문화권에서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방법, 대학이 학생들을 희생시키면서까지 사익을 추구할 때 제기되는 도덕적 문제라든가, 건강관리나 결혼, 가족에 관한 매우 개인적인 문제까지 고려할 때는 경제적 통찰력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수학에 기반한 설명을 열정적으로 추구한 나머지 경제학자들은 적어도 세 가지 영역에서는 고전하고 있다. 문화 인자를 규명하는 것, 내러티브(서사적) 설명을 활용하는 것, 그리고 경제적 범주로 환원할 수 없는 윤리적 문제를 다루는 것 등이다.

저자는 문화적 존재로서의 인간을 이해하려면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간의 삶은 화성이 태양 궤도를 도는 것처럼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전개되지 않는다. 대수나 뉴턴 역학과 달리 삶은 이야기로 설명되어야 하는 '내러티브성(서사성)'을 지니고 있다. 내러티브 자체의 가치 및 서로 다른 시대가 어떻게 다양한 성향의 사람들을 형성하는지에 관한 최고의 이해는 위대한 사실주의 소설에서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사실주의 소설은 단순한 문학 형식이 아니라 사회 세계를 이해하는 명확한 방식으로 간주되어야 한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하지만 문학이 그토록 가치 있는 학문이라면 왜 문학, 더 넓게는 인문학은 쇠퇴일로에 처했을까? 라고 저자는 의문을 나타냈다.

실제 이 분야의 대학 등록률과 전공자 수는 계속해서 급감하고 있으며, 이 분야 교수들은 인문학이 위기에 처했다고 느낀다. 많은 이들이 "학생들의 관심사는 오직 돈뿐"이라며 "트위터가 학생들의 집중력을 무뇌충 수준으로 떨어뜨렸다"고 비난한다. 경제학자들은 당연히 시장의 쇠락을 소비자의 나쁜 취향으로 돌리는 설명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저자는 문학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면 경제학이 변화할까? 라고 묻는다. 물론 그럴 리는 없다. 하지만 저자는 "역사, 사회학, 인류학, 심리학, 정치학, 종교 등과 함께 문학, 철학, 기타 인문학에서 배움으로써 경제학이 인간 행동에 대한 좀 더 현실적인 모형을 개발하고, 예측의 정확성을 높이고, 예측이 정확해야 한다는 점을 깨닫고, 더 효과적이고 공정한 정책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편, 저자 게리 솔 모슨(Gary Saul Morson)1948년 출생으로 예일 대학교에서 러시아 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노스웨스턴 대학교 슬라브 어문학과 교수이다. 모턴 샤피로(Morton Shapiro)는 1953년 출생으로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9년부터 2022년까지 노스웨스턴 대학교 총장을 지냈고 2000년부터 2009년까지는 윌리엄스 칼리지 총장을 지냈다. 미국 인문과학 학술원, 전미 교육원의 회원이다.

한국에 번역·소개한 김형석 교수는 서울대학교 경영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브라운 대학교에서 응용수학 석사 학위,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거시경제학·경기변동론으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강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KAIST(한국과학기술원) 경영대학 교수를 거쳐 현재 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김형주 강사는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와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브라운 대학교에서 러시아 문학 석사, 동 대학에서 러시아 문학·19세기 러시아 소설로 박사 수료했다. 현재 연세대학교에서 '여행기 사료 관점에서 본 러시아와 유럽의 관계'를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courage@fnnews.com 전용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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