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중국에 안 판다"… 사모펀드 MBK 약속 지켜질까

국내매각 약속 신뢰도 떨어져
영풍, 지분 타사매각 목적 다분

강성두(왼쪽부터) 영풍 사장,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 이성훈 베이커매킨지코리아 변호사가 19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장우진 기자

고려아연 지분 공개매수에 나선 영풍과 MBK파트너스가 추후 중국 등 해외 자본에는 지분을 팔지않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사모펀드는 더 많은 이익을 거두는 것 자체가 설립 목적인 만큼 이 같은 약속이 시장의 의심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보인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19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중국에 팔린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한국에 기간산업, 토종산업인 만큼 중국을 포함해 해외에 매각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못 박았다.

중국계 자본 유출 우려에 대해서는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활용되는 바이아웃6호 펀드에서 중국계 자본 비중은 5% 안팎으로 높지 않다"며 "위탁운용사(GP)의 국적은 중요하지만 돈을 대는 출자자(LP) 구성은 한국계든 미국계든 어느 GP나 동일하다"고 부연했다.

그는 또 "MBK는 금융당국의 감독을 받는 회사로 기간산업 팔고 어떻게 사업을 할 수 있겠느냐"며 "영풍과 10년 이상 길게 보고 있다. 먹튀(먹고 튀다) 논란 대상이 될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사모펀드 특성상 엑시트(투자금 회수)는 불가피하다. 이에 김 부회장은 "고려아연은 국내 대기업들이 가져가길 희망한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글로벌 넘버원 기업을 가질 기회로 어느 기업이 되든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두산공작기계를 인수한 이후 회사를 성장시켜 같은 지역 기업인 DN오토모티브(옛 디티알오토모티브, 동아타이어서 분할)에 매각한 전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영풍은 MBK가 설립한 투자목적회사인 한국기업투자홀딩스(MBK)와 주주 간 계약에 해당되는 경영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영풍과 장형진 고문, 그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고려아연 주식에 대한 의결권을 사실상 MBK에 넘기고 영풍이 보유하는 고려아연 주식에 대해 콜옵션과 처분권한도 넘겼다. 사실상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의 자산 대부분을 처분했다.

영풍은 10년간 고려아연 주식을 제3자에게 처분할 수 없고, 10년이 경과한 이후에는 MBK에 우선매수권을 부여하도록 하고 있다.

영풍의 올 상반기 개별기준 자산총액은 2조3000억원(연결 5조5838억원)이다.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의 주식 가치는 공개매수 가격 66만원 기준으로 3조4774억원이다. 자사 자산보다 고려아연 지분가치가 더 큰 셈인데, 영풍은 이를 타사로 매각하겠다는 그림을 그린 모양새다.

최근 고려아연과 영풍 간의 분쟁은 장씨(영풍)가 최씨(고려아연) 가문과 결별하기 위해 영풍이 무리한 딜을 시도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고려아연은 "영풍이 MBK에 모두 넘기고 그 이익 또한 MBK가 얻도록 한 것은 상장법인 영풍에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는 중대한 위법행위에 해당될 수 있다"며 "영풍이란 회사의 이익이 아닌 오로지 고려아연 경영권을 찬탈하려는 장형진 고문과 그 일가를 위한 불법행위였음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강성두 영풍 사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최윤범 회장이 어떻게 독립할 것인지, 최대주주의 지위와 분할은 어떻게 할 것인지 단 한번도 상의한 적 없다"며 "2세대 최창걸 명예회장께서 경영에 참여했다면 3세 분리가 논의됐을 수 있지만 (건강 악화로)그렇지 못했다. 아름다운 이별을 할 수 있었지만 그렇게 흘러가지 못한 상황이 됐다"고 밝혔다.장우진기자 jwj17@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