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P 낮아진 美 기준금리, 글로벌 투자 자금 쏠릴 곳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0.5%포인트(P) 낮추는 ‘빅컷’을 단행한 가운데, 국제 투자 자금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은행에 돈만 넣어둬도 5%가 넘는 이익을 얻는 시대가 끝나면서 현금이 대거 이동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8일(현지 시각) 연준은 전날부터 이틀 동안 진행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5%P 낮추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미국 기준금리는 5.25~5.50%에서 4.75~5.50%로 낮아졌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한 것은 2020년 3월 이후 4년 반 만에 처음이다. 앞서 연준은 2020년 3월부터 0.25%(상단 기준)로 유지되고 있던 기준금리를 2022년 3월 0.5%로 올린 이후, 지난해 7월까지 금리 인상을 거듭하며 기준금리를 2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5.25~5.50%까지 끌어올린 바 있다. 지난해 9월부터 올해 8월까지는 8회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었다.
연준은 이날 공개한 점도표(dot plot·연준 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을 나타낸 도표)를 통해 연내 추가 금리 인하를 시사하기도 했다. 점도표는 연준 위원들의 금리 전망을 취합한 것으로, 향후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지표로 활용된다. 점도표에 따르면 연준은 연말까지 최종 기준금리가 4.4%(중간값)로 낮아질 거라 예상했다. 3개월 전 예측(5.1%)보다 내려간 것으로, 올해 남은 두 차례 회의에서 추가 금리 인하가 있을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FOMC 결과 발표 이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정책을 더욱 적절하게 재조정할 때가 됐다는 것을 알고 있고 지금은 그 과정의 시작”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가 시작됨에 따라 투자자들의 투자 포트폴리오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머니마켓펀드(MMF)나 양도성예금증서(CD)에 현금을 넣어두고 거의 무위험으로 5% 넘는 고금리를 누리던 투자자들이 대거 움직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간 미국에서는 고금리로 인해 저죽 계좌와 MMF에 수조 달러의 돈이 유입됐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인베스트먼트 컴퍼니 인스티튜트의 자료를 인용해 MMF에 유입된 개인 투자금은 2022년 9월 1조5000억 달러(약 1998조원)에서 지난주 약 2조6000억 달러(약 3463조원)로 급증했다고 전했다. MMF의 총자금은 6조3000억 달러(약 8410조원)로 집계됐다. 특히 이번 FOMC에서 연준이 금리 인하를 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최근 들어 MMF에 자금이 더 몰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콘스턴스 헌터는 “MMF에 있던 자금이 주식시장에 투입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연준이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한 후에도 MMF에 자금이 쏠리는 현상은 계속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간 MMF에서 대규모 자금 유출이 발생했던 적은 2003~2005년과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등 두 차례뿐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전략가 마크 카바나는 “연준의 금리 인하로 기준금리가 2%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한 MMF의 현금을 풀어내지 못할 것”이라며 “MMF 자금 유입은 둔화하겠지만, 시장 예상보다 더 큰 폭의 인하가 아니라면 유출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금리의 CD나 국채에 투자하려면 서둘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은행들이 곧 CD 상품을 줄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밀워키의 금융 기획자 벤 스미스는 “은행들이 CD 상품을 꽤 빨리 철회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WSJ에 말했다. 옥시전 파이낸셜의 설립자인 테드 젠킨은 “조금 더 오래 묶어둘 수 있는 현금의 경우 CD를 고려해 보되 가능한 한 빨리 행동하라”면서 “향후 12개월 동안 현금 수익을 극대화하고 싶다면 9개월 또는 12개월 CD 금리에 고정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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