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이슈] 발각될까 봐 터뜨렸다?…충격과 공포에 휩싸인 레바논
[앵커]
무선호출기, '삐삐'와 무전기 폭발 사건이 잇따라 일어나면서 레바논에서는 충격과 두려움이 커져가고 있습니다.
미국은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힌 가운데, 이스라엘의 전례 없는 공격으로 여겨지고 있는데요.
월드이슈에서 홍희정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레바논에서는 일상생활을 하던 민간인들이 상당수가 부상을 당하자 충격을 받은 모습이죠?
[기자]
삐삐 폭발로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들이 크게 다치거나 숨지면서 레바논은 지금 공포에 휩싸여 있습니다.
삐삐에서 경고음이 5초 정도 울리고 폭발이 일어나다 보니 대부분 삐삐를 꺼내서 보다가 손과 눈에 부상을 입게 된 건데요.
삐삐 폭발로 병원에 온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가 한쪽 눈을 잃었거나 손가락 또는 손 전체가 크게 부상을 입었다고 합니다.
부상자는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에서 제일 많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삐삐 폭발로 숨진 사망자 가운데는 어린이들도 있어서 충격이 큰 상황입니다.
사망자 장례식에는 수천 명의 군중이 모여 행진을 벌였는데요.
이번 폭발이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보고 있는 레바논 시민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솀 사피디네/헤즈볼라 고위 관리 : "이번 공격에 나름의 처벌과 응징이 확실하게 있을 것입니다. 이 형벌은 전능하신 신의 뜻에 따라 반드시 다가올 것입니다."]
[앵커]
삐삐와 무전기에 이스라엘의 정보기관인 모사드가 폭발물을 심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죠?
[기자]
이번 폭발은 이스라엘 대외정보기관인 모사드의 작전이었다는 주장이 레바논 측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헤즈볼라가 휴대전화 해킹을 우려해 조직원들에게 무선호출기 사용을 권하자, 모사드가 이를 역이용해 무선호출기 5천 개에 폭발물을 심었다는 건데요.
이번에 폭발한 무선호출기는 타이완의 골드아폴로라는 업체의 상표가 부착돼 있었는데요.
골드아폴로 측은 자신들이 만든 제품이 아니라면서, 유럽 헝가리의 BAC라는 회사와 상표권 계약을 맺고 상표를 빌려준 것 뿐이라고 밝혔습니다.
외신들은 헝가리에 있는 BAC 주소지에 찾아가 봤는데 아무런 활동의 흔적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헝가리 정부는 BAC가 무역 중개회사일 뿐 제조시설은 없다고 밝혔는데요.
레바논 측에서는 모사드가 무선호출기가 만들어지는 공장에서 폭발물을 심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타이완 회사의 상표를 붙인 무선호출기가 어디서 생산됐는지조차 파악하기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앵커]
헤즈볼라는 이번 사건의 배후가 이스라엘이라고 지목하고 있는데, 이스라엘은 레바논 국경이 있는 북부에 군대를 강화하고 있어요?
[기자]
헤즈볼라는 성명을 내고 이번 사건을 이스라엘의 테러라고 규정하고 보복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레바논 시민들을 죽고 다치게 만든 이번 폭발 사건은 비난받아 마땅하다며 레바논 시민을 표적으로 삼은 테러 공격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는데요.
이스라엘은 이번에도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데요.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번 폭발 사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 레바논 헤즈볼라를 향한 군사작전 강도를 더 끌어올리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실제로 가자지구에 투입됐던 98사단을 이스라엘 북부로 재배치 했는데요.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도 "무게 중심이 북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면서 병력과 자원을 북쪽으로 보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은 이번 사건으로 가자지구 휴전 협상과 인질 구출에 차질이 생길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이 휴전 협상을 방해하기 위해 이 같은 일을 벌인 거 아니냐는 의심도 일각에서는 나오고 있습니다.
[존 커비/백악관 NSC 국가안보 소통보좌관 : "지난 며칠 동안 일어난 일이 (가자지구) 휴전 협정에 어떤 영향을 줄지 알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생각합니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일주일 전보다도 진전이 없는 상황입니다."]
[앵커]
이번 폭발 사건으로 헤즈볼라는 활동에 차질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이죠?
이번 공격에 대한 비난도 커지고 있는데요?
[기자]
이번 공격은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와의 전면전을 위해 준비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전면전을 개시하는 시점에 헤즈볼라의 통신 수단인 무선호출기를 일제히 폭발시켜 헤즈볼라를 무력화하려고 했다는 건데요.
중동권 매체 알모니터는 헤즈볼라가 무선호출기에 문제가 있다고 의심하기 시작하자 발각될 위험을 우려한 이스라엘 측이 당장 사용하기로 하면서 폭발이 단행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번 폭발은 모든 전자제품에 대한 불안감을 증폭시킨다는 점에서 헤즈볼라에게 상당한 위협이 될 것은 분명한데요.
또, 헤즈볼라 소속이라는 것 자체를 비밀에 부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폭발로 민병대의 일원이었다는 점이 주변에 알려지게 되는 점도 타격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폭발이 무차별적으로 일어나 어린이 등 민간인이 숨지면서 전쟁범죄라는 비난이 높아지고 있고 국제사회의 규탄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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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희정 기자 (hjhon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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