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합주' 좌우할 美운수노조 "지지 후보 없다" 선언…해리스 '악재'
미 전역에서 130만명이 가입한 운수노조 '팀스터스(북미화물노동조합)'가 11월 대선을 앞두고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민주당은 전통적으로 공개 지지를 해오던 노조가 등을 돌리는 상황이 되면서 당황한 모습이다.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팀스터스는 성명을 통해 "어떤 후보도 지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38년 만의 중립 선언이다. 팀스터스는 이날 워싱턴DC에서 집행부 회의를 열고 공개 지지 여부를 투표한 결과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션 오브라이언 팀스터스 회장은 "두 주요 후보(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모두 노동자의 이익을 대기업보다 우선시하겠다는 약속을 진지하게 하지 않았다"며 "우리는 트럼프 및 해리스로부터 핵심적인 노조 캠페인이나 사업에 간섭하지 않고 노조의 파업권을 존중하는 것에 대한 약속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팀스터스는 1996년 이후 줄곧 민주당 후보를 지지해왔으나 이번 대선을 앞두고는 내부 분열이 나타났다. 조합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두 차례 투표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해리스 부통령을 각각 60%대 34%, 58%대 31%로 앞섰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후보직에서 사퇴하기 전에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는 바이든 44.3%, 트럼프 36.3%의 지지율을 나타낸 바 있다.
WSJ은 "팀스터스의 결정은 해리스에게는 큰 타격"이라며 "1996년 이후 처음으로 팀스터스의 지지를 받지 못한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됐다"고 전했다. 팀스터스가 마지막으로 지지 선언을 하지 않았던 때는 빌 클린턴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했던 1996년이었다. 그때를 제외하면 팀스터스는 1988년 대선 이후 줄곧 민주당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혀왔다.
이를 의식한 듯 해리스는 막판까지 팀스터스 지지 확보에 공을 들인것으로 전해진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민주당 대선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 16일 팀스터 집행부와 비공개로 만나 지지를 호소했지만, 공식적인 지지를 얻어내는 데에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오브라이언 회장이 지난 7월 열렸던 공화당 전당대회(RNC)에서 노동계 지도자로는 처음으로 단상에 올라 연설하는 장면이 민주당에 충격을 주기도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사회 결정은 션 오브라이언 팀스터스 회장에게 구애하려는 트럼프 전 대통령 전략이 효과를 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는 오브라이언 회장을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자택에 초대하고, 공화당 전당대회에 세우는 등 그의 지지를 얻기 위해 공들여왔다.
때문인지 이날 팀스터스 이사회 투표에선 14명이 중립을, 3명이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했다. 최소한 해리스 지지로 넘어가지 않은 것만 해도 트럼프에겐 호재가 된다. 조합원이 130만명에 달하는 팀스터스는 특히 경합주에서 강력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시간·위스콘신·펜실베이니아주 등 '러스트 벨트'(쇠락한 공업지대)는 노동자 지지세가 중요한데, 팀스터스는 이미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지지를 선언한 전미자동차노조(UAW)에 비해 조합원 수가 3배 이상 많다. 민주당 정치 전략가 출신 스티브 로젠탈은 WP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선거는 블루월(민주당 강세 지역)에서 몇 표 차이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며 "노조의 중립선언은 접전 양상에 큰 여파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CNN은 "조 바이든 대통령은 오랫동안 강력한 노조의 지지를 받아왔으나, 해리스 부통령은 그만큼 노조·노동자들과 오랜 관계를 맺어오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한편 일부 지역별 노조는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팀스터스 내 흑인 코커스와 20여 곳의 지부는 해리스 부통령에 대해 지지를 선언했다. 팀스터스 흑인 코커스의 제임스 커빔 회장은 "지도부가 반노조 후보에 맞서지 않기로 결정한 것에 매우 실망했다"고 말했다. 그는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서도 비과학적 방법으로 치러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하늬 기자 hone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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