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초대형 탄두’, 무인도 아닌 산악 표적에 명중 ···정확도 과시했나
육지 지역에 미사일 타깃 설정, 정확도 과시한 듯
21차 오물 풍선 30여개 서울 등 낙하
북한이 지난 18일 발사한 ‘초대형 탄두’ 장착 신형 전술탄도미사일이 함경북도 산악지역의 표적에 명중한 것으로 나타났다. 표적을 바다가 아닌 육지에 둔 것은 이례적인 일로, 미사일의 정확성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 대외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19일 “신형 전술 탄도미싸일 ‘화성-11다-4.5’ 시험발사와 개량형 전략 순항미싸일 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신형 전술 탄도미사일에는 “4.5t급 초대형 상용탄두가 장착됐다”며 “320㎞의 목표 적중 정확도와 초대형탄두 폭발위력을 확증하는 데 목적을 두고 진행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전날 오전 6시50분쯤 평안남도 개천시 일대에서 동북 방향으로 발사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을 포착했다고 밝힌 바 있다.
통신은 발사된 탄도 미사일이 ‘X’자로 표시된 타깃에 명중한 사진을 공개했다. 군은 이 지역이 함경북도 산악지대라고 보고 있다. 육지를 미사일의 타깃으로 삼는 것은 비상식적인 일이라고 군은 보고 있다. 인명 피해가 날 수 있어서 통상 미사일 타깃은 무인도로 설정한다. 그럼에도 북한이 산악지대를 타깃으로 한 것은 미사일의 정확도를 과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은 재래식 탄두의 중량을 꾸준히 늘려왔다. 이번 발사는 지난 7월 1일 황해남도 장연군 일대에서 ‘화성-11다-4.5’를 시험 발사한 데 이은 것이다. 북한은 2021년 3월 2.5t 탄두를 장착한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고 밝혔다. 북한 주장대로라면 기존 ‘화성-11가’(탄두 중량 500㎏·최대 사거리 800㎞ 추정)를 ‘화성-11다’로 개량하면서 탄두 중량을 2.5t으로 늘렸고, 다시 ‘화성-11다-4.5’로 개량하면서 4.5t으로 늘린 것이다. 다만 군은 이에 대한 판단을 유보했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탄두 중량에 대해)폭발량과 비행 궤적 등으로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4.5t 초대형 탄두는 우리군의 ‘현무’에 비견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무-4’는 사거리 300㎞ 기준, 탄두 중량이 4t~5t으로 벙커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며 “북한이 벙커화된 시설에 대한 타격 능력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사일을 발사한 개천에서 남쪽으로 320㎞ 지역에 있는 경기 평택시 주한미군 기지 ‘캠프 험프리스’를 노린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통신은 순항미사일이 ‘O’자로 표시된 타깃에 명중한 사진도 함께 공개했다. 그러면서 “전투적용 용도에 맞게 성능을 고도화했다”고 밝혔다. 또 7.62㎜ 저격수 보총(소총)과 5.56㎜ 자동 보총도 공개했다.
이날 시험 발사 참관에 나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시험 결과에 커다란 만족을 표시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김 위원장은 “핵무력을 계속 증강하는 것과 함께 상용(재래식)무기 부문에서도 세계최강의 군사기술력과 압도적인 공격력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시험 발사에는 박정천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조춘룡 당 중앙위 비서, 김정식 당 중앙위 제1부부장, 장창하 미사일총국장, 리창호 조선인민군 총참모부(합동참모본부 격) 부총참모장 겸 정찰총국장, 김영복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부총참모장, 김강일 국방성 부상(차관급), 김용환 국방과학원장이 동행했다.
김 위원장의 시험 발사 참관은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에는 실리지 않았다. 통상 김 위원장의 행보가 노동신문 1면에 실리는 것과 비교해 이는 이례적인 일이다. 김 위원장의 공개 활동이 조선중앙통신에는 보도됐으나 노동신문에 실리지 않은 경우는 2012년 2월과 2019년 1월 두 차례 뿐이었다. 압록강 수해 복구 작업이 완료되지 않았고, 이미 지난 7월 초대형 탄두 시험 발사 사실을 주민들에게 알린 점을 고려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지난 18일 밤 북한이 보낸 21차 오물 풍선은 160여개가 관측됐고, 이 중 30여개가 경기 북부와 서울 지역에 떨어졌다. 풍선의 내용물은 종이·비닐·플라스틱병 등 생활 쓰레기였다. 북한은 지난 5월 말부터 풍선을 남쪽으로 보내면서도, 노동신문 등 대내 매체를 통해 풍선을 보낸 사실을 북한 주민에게 알리지 않고 있다고 통일부는 밝혔다. 오물 풍선은 기본적으로 민간단체들이 보낸 대북전단에 맞대응하는 성격이 크다. 동시에 국제사회의 비난을 피하면서 남한 사회에 혼란을 조성하는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곽희양 기자 huiyang@kyunghyang.com,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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