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총리, 배우자 880만원 상당 옷 선물 ‘늑장 신고’ 논란

김휘원 기자 2024. 9. 19.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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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승리 다음날인 지난 7월 5일 영국 키어 스타머 총리(왼쪽)의 손을 맞잡고 총리관저인 다우닝가 10번지에 입성하고 있는 부인 빅토리아 여사. /로이터 연합뉴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자신의 배우자인 빅토리아 스타머 여사가 고가의 의류 선물을 받은 것을 제때 신고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18일 영국 BBC는 스타머 총리가 의회의 금품 수수 신고 규정을 어긴 혐의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하원 의원은 1500파운드(약 260만원)가 넘는 기부금이나 300파운드(약 50만원)를 넘는 선물을 받으면 의회에 28일 안에 해당 내역을 신고해야 한다. 투명하게 신고하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가족 또는 친구가 금품이나 선물이 받아도 마찬가지다. 통상 의원에게 주는 뇌물 혹은 선물로 간주해서다. 이를 어길 경우엔 의회 윤리 위원회에 회부될 수 있고, 위반 정도에 따라 의원직 박탈 처분까지 받을 수 있다.

스타머 총리는 배우자 빅토리아가 지난 3월부터 4개월에 걸쳐 5000파운드(약 880만원) 상당의 고급 의류를 선물 받았다는 사실을 지난주에 신고했다. 스타머는 지난 7월 총리직 당선 직전까지 노동당 대표이자 하원 의원 신분으로 선거운동을 했다.

선거 운동 당시 보수당 정부의 부정부패를 집중 공격했던 스타머 총리가 정작 배우자의 금품 수수 사실을 제때 신고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난은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일간 가디언은 “이번 논란이 ‘정직의 아이콘’이 되려는 스타머의 노력을 훼손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고 했고, 보수당 대변인은 “공짜 옷은 노동당의 잔인한 삭감으로 힘들어할 전국 수백만 취약 계층에게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빅토리아 여사에게 의류를 선물한 인물이 현 노동당 상원 의원이자 기업가 출신 자산가인 와히드 알리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기부금에 의존하는 영국 정치 시스템의 투명성까지 훼손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알리는 지난 20년간 노동당에 50만파운드(약 8억8000만원) 이상을 기부하며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해 왔는데, 이번 선거에서도 스타머 총리에게 5만파운드(약 8800만원)가량의 의류비와 숙박비를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늑장 신고 의혹에 대해 영국 총리실 대변인은 “모든 내용을 제때 신고를 했다고 생각했으나 실수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영국 의원윤리감사관은 “이번사건을 위원회에 따로 회부할 계획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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