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양자컴퓨팅 패권경쟁 계속될 것…韓도 도전해야"

팽동현 2024. 9. 19.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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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이 차세대 핵심기술로 주목받는 양자컴퓨팅 패권경쟁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이 분야 한국계 석학이 전망했다.

김 교수는 2차 세계대전에서 서방 연합군이 독일군의 암호를 해독한 결과 전쟁에서 이긴 점을 사례로 들면서 "(상대의) 암호를 깰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에 미국과 중국은 누구도 패권경쟁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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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온큐 포르테 엔터프라이즈. 아이온큐 제공

미국과 중국이 차세대 핵심기술로 주목받는 양자컴퓨팅 패권경쟁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이 분야 한국계 석학이 전망했다.

김정상 미국 듀크대 전자컴퓨터공학과 교수는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 주미대사관에서 진행한 '양자컴퓨터의 현황과 전망'을 주제로 한 세미나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미국에서 양자컴퓨터 업체 '아이온큐(IonQ)'를 공동창업해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지냈다. 회사가 어느 정도 업계에 안착하면서 지난 3월 CTO에서 물러나 캠퍼스로 복귀했지만, 여전히 아이온Q에 기술 자문을 하고 있다.

양자컴퓨팅은 차세대 '꿈의 기술'로 불린다. 중첩이나 얽힘 같은 양자역학적 현상을 활용해 기존 슈퍼컴퓨터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방대한 연산을 수행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초능력자'를 떠올리면 그나마 받아들이기 수월하다고 했다.

슈퍼맨이 어떻게 하늘을 날 수 있는지를 알아내려 하지 말고, 슈퍼맨은 날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인 뒤 날아다니는 슈퍼맨이 뭘 할 수 있을지를 찾아보라는 것이다. 그는 "정치·경제적 임팩트가 굉장히 크다"며 이 분야가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2차 세계대전에서 서방 연합군이 독일군의 암호를 해독한 결과 전쟁에서 이긴 점을 사례로 들면서 "(상대의) 암호를 깰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에 미국과 중국은 누구도 패권경쟁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미국은 양자컴퓨팅을 비롯한 최첨단 기술에 대한 수출을 통제했다.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이들 기술이 그만큼 국가 안보에 중요하다는 뜻이다.

한국은 선진국보다 양자컴퓨팅 기술에서 많이 뒤처져 있다는 게 김 교수의 진단이다. 미국은 1990년대 중반부터, 유럽이나 일본은 2000년대 초반부터 투자를 시작했지만, 한국은 2019년에야 제대로 된 투자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다만, 해당 분야는 아직 상업적으로 가치 있는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이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여서, 기회가 충분하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양자컴퓨팅의 경우 상용화가 가능한 앱이 뭔지를 아직도 고민 중"이라며 "기술은 15∼20년 정도 뒤처졌지만 포기하지 말고 상용화를 생각해보면 된다. 국내에서도 (앱을) 찾아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어차피 위험부담이 있기 때문에 미국이 다 할 수는 없다"며 "양자컴퓨팅 상용화가 성공했다고 가정했을 때 차세대에는 어떤 기술이 가능할지를 고민하고, 리스크가 많아도 도전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창의적 도전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 할 일이 많이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미국의 대(對)중국 수출통제와 관련, "미국이 다 막아버리면 다른 나라들끼리 협력해 미국이 짠 틀이 작아져 뒤처질 수도 있다"며 "미국은 동맹국 사이에서는 벽을 없애고 울타리를 잘 쳐서 밖으로 기술이 안 빠져나가고 우군을 많이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가 미국과 협력의 틀을 잘 만들고, 그 틀 안에서 같이 연구하되, (우리는) 차세대에 뭘 할지를 고민했으면 한다"고 부연했다.

김 교수는 기술 개발을 정부가 주도하는 중국에 비해 민간과 정부가 협력하는 미국 시스템이 양자컴퓨팅 분야에서는 더 효율적이라고 밝혔다. 그는 "길이 확실히 보일 때 정부 주도가 더 효율적일 수 있지만, 길이 잘 안 보일 때는 민간이 더 효율적"이라며 "그게 미국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아울러 "민간은 목숨 걸고 한다. 남들도 다 하고 있어서"라며 "지금 미국의 5대 부자를 보면 전부 스타트업에서 시작했다. 그래서 도전하는 것이고, 그런 도전 정신은 미국 밖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팽동현기자 dhp@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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