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원주민, 토지 소유 분쟁 중 총 맞고 사망···외지인의 탐욕과 토착민의 비극
브라질 남부에서 농장주의 토지 약탈에 저항하던 원주민이 군사 경찰과 대치하던 과정에서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
브라질 매체 G1은 18일(현지시간) 과라니족의 23세 남성이 파라과이와 국경을 맞댄 마투그로수두술주 난데루마랑가투에서 군사 경찰과 대치하다가 머리에 총을 맞고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카이오와족과 과라니족 원주민 단체 ‘과라니-카이오와 연합’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오늘 우리는 군사 경찰에 의해 젊은 민병대를 잃었다”며 사망한 청년의 이름은 ‘네리 라모스 다시우바’라고 밝혔다.
G1이 보도한 사건 당시 영상에는 들판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원주민들이 도망가는 모습이 담겼다.
마투그로수두술주 법무·공안국은 원주민이 먼저 경찰관을 공격해 대응하는 과정에서 총격 사건이 벌어졌으며, 과라니족으로부터 총기를 압수했다고 해명했다. 현장에 출동한 헌병 관계자는 “20명의 원주민이 사유지에 들어가 점거하려던 것을 막으면서 이번 충돌이 발생했다”고 G1에 말했다.
하지만 민간인을 향해 총을 발포한 것은 과도한 공권력 집행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브라질 정부 산하 국립원주민재단은 성명을 내고 “원주민 땅에서 과라니족이 겪은 폭력적인 공격에 대해 깊은 유감과 분노를 표한다”며 범죄 책임자를 형사 고발하고, 원주민 보호를 위한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과라니족은 지난달 농장주로부터 사주를 받은 무장 세력이 토지를 개간하던 원주민을 공격해 11명이 다치는 수난을 당하기도 했다.
브라질 비영리단체 테라스 인디게나스에 따르면 열대 우림인 난데루마랑가투 면적은 9000㏊(약 90㎢)로, 이곳에 약 1350명의 원주민이 살고 있다.
난데루마랑가투를 비롯해 브라질 곳곳에 살던 원주민은 잃어버린 땅을 되찾기 위해 40여 년간 저항하고 있다. 앞서 농장주들은 1980년대 독재 정권과 야합해 원주민의 땅 소유권을 빼앗았다. 농장주는 이곳에서 삼림을 벌채한 뒤 콩, 옥수수, 사탕수수 등 대규모 농장과 목장을 만들어 수익을 내왔다. 이에 반발한 원주민을 폭력적으로 몰아내고, 남은 원주민을 상대로 저임금으로 노동을 착취하기도 했다.
소유권을 둘러싼 법적 분쟁도 이어지고 있다. 여소야대인 브라질 하원은 브라질 헌법이 만들어진 1988년을 기준으로 행정 등록된 소유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지난해 5월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1980년대에 토지 소유권을 쥔 농장주에게 유리하다.
반면 대법원은 토지 소유권이 시작되는 시점을 특정하는 법은 위헌이라며 원주민의 손을 들어줬고,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도 이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그런데도 의회는 지난해 말 법안을 재의결해 거부권을 무력화했다.
원주민이 살던 땅을 둘러싼 토지 분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은 농장주가 아마존 밀림까지 농장을 확장하면서 원주민과의 토지 분쟁이 늘었으며, 농장주로부터 강력한 로비를 받은 정치인들이 원주민의 토지 소유를 제한하려 한다고 전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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