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타 없었던 레바논 '삐삐 테러'…왜 하필 지금 터트렸나

구자룡 기자 2024. 9. 19.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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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 후 대규모 군사공격 없어, 최적 타이밍 아닌 것”
“헤즈볼라가 눈치 채 급하게 실행됐을 수도” 다양한 분석
[베이루트=AP/뉴시스] 18일(현지시각) 레바논 베이루트 남부 교외에서 헤즈볼라 대원들이 무선호출기 폭발로 숨진 4명의 시신이 든 관 중 하나를 옮기고 있다. 지난 17일 레바논 전역에서 호출기 수천 대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면서 12명이 숨지고 2800여 명이 다쳤다. 2024.09.19.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레바논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벌어진 호출기(삐삐) 폭발이 이스라엘에 의한 장기적이고 치밀한 준비에 의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왜 이 시점에서 ‘폭발 공격’이 이뤄졌는지 관심이다.

이틀간에 걸친 호출기와 무전기 폭발 공격이 진행된 뒤 이스라엘 정부는 혼란에 빠져 있고 미국은 레바논에서 더 큰 갈등이 일어나는 것을 막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18일 이런 상황이어서 공격 시점에 대한 의구심이 일고 있다며 공격이 왜 지금 이뤄졌는지 분석했다.

헤즈볼라가 기습적으로 공격을 당해 ‘헤즈볼라의 진주만 공격’이라는 표현도 나오지만 공격 시기가 어떻게 결정됐는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는 것이다.

WP는 두 명의 미국 관리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공격이 발생하기 전에 미국에 공격의 세부 사항을 알리지는 않았지만 나중에 정보 채널을 통해 미국에 알렸다고 전했다.

왜 지금인가?

국제 테러 방지 작전을 감독한 전직 모사드 고위 요원 오데드 에일람은 “첫 번째 폭발 이후 몇 시간 동안 대규모 군사적 후속조치가 없었던 것은 ‘(호출기 폭발 공격) 타이밍이 최적이 아니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군사 정보국 고문이자 국가 내부 보안 기관인 신베트의 전직 고위 사령관은 “요원들이 호출기 공급망을 장악하고 소량의 폭발 물질을 채웠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른 전직 이스라엘 정보부 관리도 그런 작전은 준비는 몇 개월이 걸려도 실행할 수 있는 시간(수명)은 짧다는 것이다.

이번 ‘호출기 폭발’의 경우는 이스라엘에 의한 일련의 표적 암살이 지난 뒤 헤즈볼라가 휴대전화를 통한 위치 추적을 피하기 위해 더 낮고 안전한 기술 수준의 장비로 전환한 것이 공격 기회를 제공했을 것이라고 에일람은 말했다.

그는 “작전의 최대 영향(효과)과 작전의 위험이 균형을 이루도록 하는 전략적 고려를 따져본다면 이번 공격은 ‘헤즈볼라의 진주만’이라고 묘사했다.

기습적으로 적절히 이뤄졌다면 최대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만 이번 폭발 작전이 앞으로 전면 갈등에 앞선 첫 번째 공격인지, 앞으로의 대립이 가져올 잠재적 댓가에 대한 경고인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고 WP는 전했다.

아랍 보안 기관은 헤즈볼라가 호출기의 문제를 발견했고 이스라엘이 “사용하지 않으면 (기회를) 잃는다”는 상황에 직면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렇지 않으면 이번 공격의 타이밍은 별로 의미가 없다고 여러 관리들은 말했다. 헤즈볼라가 작전을 눈치채 다소 급하게 공격이 이뤄졌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 요아브 갈란트는 18일 하이파의 라마트 데이비드 공군 기지에서 ”우리는 전쟁의 새로운 국면이 시작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 모사드 국장 다니 야톰은 폭발 장치는 헤즈볼라 내부에 “공황, 스트레스, 충격을 유발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의 가장 안전한 통신 회선도 뚫을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야톰 전 국장은 “폭발 공격은 그 자체로 독립적인 것이 아니라 레바논에서 더 결정적인 전쟁을 시작할 수 있는 작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정치적 배경은 공격의 타이밍과 더 광범위한 전략적 중요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고 WP는 지적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전쟁 전략을 두고 갈등을 빚은 갈란트 장관을 교체하려 한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던 때이다.

갈란트는 네타냐후 총리에게 가자에서 휴전에 동의하도록 공개적으로 촉구했는데 그렇게 되면 군은 레바논에 모든 주의를 돌릴 수 있게 된다.

리스크 컨설팅업체 ‘르벡 인터내셔널’의 정보 책임자 마이클 호로비츠는 “이스라엘이 고위험 작전을 벌이려하면서 국방 장관을 해고할 만큼 무모한 계획을 세웠는지, 아니면 작전이 마지막 순간에 실행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이 폭발 공격을 시작하기 전 어떤 의도를 가졌든 정부는 이제 기세를 이용해 헤즈볼라가 침체된 동안 공격하라는 국내적 압력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가들은 말했다.

은퇴한 IDF 중령이자 북부 안보에 초점을 맞춘 비영리 단체인 ‘알마’의 설립자 사리트 제하비는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을 더욱 깊숙이 공격하고 있으며 대피하지 않은 지역에 지난 2주 동안 30건의 공격을 가했다”고 말했다.

헤즈볼라에 대한 공격이 절실하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kjdrag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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