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 폐지됐지만..." 20개월 딸 성폭행 후 살해한 계부, 사형 구형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

■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4년 09월 19일 (목)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임흥준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원화 변호사 (이하 이원화) : 형사재판에서 검사가 판사에게 피고인에게 어떤 형벌을 내려줄 것을 요구하는 일, 이걸 구형이라고 하죠. 말 그대로 형을 구한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정해진 법칙은 아니지만 법원에서 형량이 깎일 것을 대비해 검찰이 높은 형량을 구형하는 것 이거 마치 관행처럼 여겨지기도 하죠. 그래서 뻥튀기 구형이라는 말도 들어보셨을 겁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요. 검찰이 피고인에게 사형을 구형하는 경우는 정말 그럴 만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극히 드물게 이루어집니다. 사형 선고를 하지 못할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검찰이 밝힌 구형의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고 피고인은 범죄를 모두 인정하며 어떤 형량도 감수하겠다. 항소하지 않았죠. 청취자분들도 많이 들으셨겠지만 피고인이 항소하지 않는 경우 생각보다 드문 케이스입니다. 징역 30년이란 중형이 내려진 경우에는 특히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검찰은 어땠을까요? 도대체 얼마나 용서할 수 없는 그런 사건이었기에 검찰은 이토록 단호하게 대응했던 걸까요? 오늘 사건 X파일에서 이 사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 X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도 로엘 법무법인 임흥준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 임흥준 변호사 (이하 임흥준) : 안녕하십니까? 로엘 법무법인의 임흥준 변호사입니다.

◇ 이원화 : 뻥튀기 구형이라는 말. 많이들 들어보셨겠지만 변호사님 그래도 사형을 구형한다는 거 이건 좀 다르잖아요.

◆ 임흥준 : 네. 일반적으로 검사들이 법원의 선고 형량이 대폭 줄어들 것을 고려해 형을 부풀려 구형하던 관행을 뻥튀기 구형이라고 하죠. 근데 사형은 좀 다릅니다. 사형은 보통 피고인의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고 볼 때 구형됩니다. 예를 들면 최근에 있었던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의 최원종 씨 등산로 살인 사건의 최윤종 씨 등이 그러합니다.

◇ 이원화 : 그렇죠. 사실상 사형이 시행이 되고 있지 않으니까 검찰 입장에서도 통상적인 경우에는 구형을 할 이유가 없는데 예외적인 경우들을 구형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이번 사건 검찰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끝까지 피고인에게 사형을 구형을 했다, 호소한 케이스였는데 어떤 일이 있었던 거죠.

◆ 임흥준 : 전반적으로 말씀드리면 남편 양 씨는 사기죄의 전과가 있는 자고요. 아내 정 씨는 IQ가 70대에 머무는 소위 경계선 지능 장애가 있는 자입니다. 두 사람은 2019년 1월경 처음 만났는데 얼마 후 정 씨가 임신을 하게 되고 정 씨가 출산하기 전에 양 씨는 사기죄로 다시 징역을 살게 됩니다. 그 사이인 2020년 1월경 딸인 피해자가 세상에 나왔고요. 양 씨는 그로부터 1년 뒤인 2021년 1월경에 출소를 하게 됩니다. 양 씨는 출소한 뒤 경제적 이유로 정 씨의 어머니죠. 즉 장모의 집에서 아내 및 아이와 동거를 하는데 얼마 안 가 양 씨는 제대로 된 가정을 꾸리고 싶다며 아내와 딸을 데리고 독립합니다. 여기까지야 그럴 수도 있는 이야기인데 문제는 양 씨가 이후 자신의 딸을 살해합니다.

◇ 이원화 : 20개월밖에 안 된 어린아이를 죽였다고요?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 임흥준 : 양 씨는 아이가 잠을 자지 않고 운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소리가 밖에 들리지 않도록 창문을 닫고 아이에게 이불을 뒤집어 씌운 다음 왜 소리 지르냐. 너는 죽어야 한다라면서 약 1시간 동안 아이를 수십 차례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짓밟았습니다. 그런데 양 씨의 이런 끔찍한 폭행은 이날이 처음이 아니었고 꽤나 상습적이었습니다.

◇ 이원화 : 20개월이면 진짜 조그만데요. 폭력이 처음이 아니군요.

◆ 임흥준 : 아까 출소한 뒤 장모 집에 얹혀 살았다고 말씀드렸잖아요. 그때 장모에게 들키지 않게 아내를 수시로 폭행했었고요. 직전 말씀드린 것처럼 아이에게도 그대로 이어갔습니다. 그리고 이건 저도 입에 담기 좀 힘든 이야기인데 아이를 폭행한 뒤 강간까지 했습니다.

◇ 이원화 : 제가 제대로 들은 게 맞나요? 딸이 20개월 된 어린아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 임흥준 : 저도 이 사건 리서치하면서 많이 놀랐고 아마 청취자분들도 놀라셨을 텐데요. 들으신 바대로 20개월 된 자신의 딸에게 아버지라는 양 씨가 몹쓸 짓을 했습니다. 이러한 내용은 경찰이 수사를 하면서 아이의 시신 상태에 대해서 확인한 뒤 외음부의 상처에 대해 양 씨에게 묻자 양 씨가 욕정을 못 이겨 그러한 행동을 저질렀다며 성폭행한 사실을 실토하며 세상에 드러나게 됐습니다.

◇ 이원화 : 방금 변호사님께서 경찰 수사 과정에서 이 아빠라는 사람이 입에도 담고 싶지 않은 그런 끔찍한 만행을 저질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야기해 주셨는데 경찰은 이 사건을 어떻게 알게 된 겁니까? 친모 그러니까 엄마라는 사람이 신고라도 혹시 한 건가요?

◆ 임흥준 : 안타깝게도 아닙니다. 오히려 친모인 정 씨는 양 씨의 범행에 조력하고 가담했고요. 딸의 시신을 유기하는 과정을 돕기도 했습니다. 범행 뒤에는 양 씨가 한잔 하면서 기분을 풀자고 하니 따라가서 술을 마시고 노래방을 가는 등 유흥도 즐겼습니다. 정확히는 장모가 3개월째 손녀가 보이지 않는다며 경찰에 신고한 것이고 이로 인해 이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겁니다.

◇ 이원화 : 엄마란 사람이 자기 딸이 죽었는데 유기하는 과정을 돕고 심지어 술을 마시러 나갔다. 이거 아무리 경계선 지능 장애가 있는 사람이라고 해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은 아닌 것 같습니다.

◆ 임흥준 : 그렇죠. 일단 경계선 지능 장애가 대한민국에서는 명백히 비장애로 간주되고 남들보다 학습 능력이나 이해력이 조금 떨어질 수는 있는데 또 완전한 장애는 아닌 만큼 이러한 분들이 완전히 비상식적인 행동을 하지는 않거든요. 근데 이어질 상황은 아예 이해가 불가한 대목이긴 합니다. 특히 엄마인 정 씨가 딸이 죽었는데 신고는커녕 양 씨를 도와 아이스박스에 넣고 은닉하고 시신이 부패하지 않도록 주기적으로 얼음을 교체하기도 했습니다. 뭐 시신이 썩을까 봐 얼음을 교체하는 행위 등을 한 것을 보면 또 완전한 장애인의 모습이라고 보여지지는 않거든요.

◇ 이원화 : 얼음 교체하고 이런 얘기 들으니까 서래마을 사건 생각나기도 하네요. 아무튼 다시 이야기로 돌아가 보면요. 장모님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만행이 드러나게 됐다는 건데 이 남성이 이거 알고 도망갔다면서요?

◆ 임흥준 : 네. 양 씨가 경찰의 포위망이 좁혀오자 집의 담을 넘어서 달아났고요. 2021년 7월 9일부터 약 나흘간의 도피 행각을 벌이게 됩니다. 황당한 점은 양 씨가 경찰의 추적을 피해 도주하는 과정에서 심야에 마트, 빈집, 차량 등지에서 먹거리와 금품도 훔쳤다는 겁니다.

◇ 이원화 : 그 와중에 절도를 또 저질렀어요.

◆ 임흥준 : 네. 방송 초반에도 말씀드렸었는데 양 씨는 사기 전과가 있는 사람입니다. 구체적으로 2018년 7월에 사기죄로 징역 1년을 복역하고 출소하고요. 2019년 5월에는 소위 문상 사기라고 하죠. 문화상품권 사기를 쳐서 또 징역 1년 4개월을 복역합니다. 이때도 양 씨는 정 씨의 계좌까지 이용하여 범죄를 저지르는 치밀함도 보입니다.

◇ 이원화 : 이 정도면 그냥 법 무시 감정이 있는 사람이 아닌가 싶기도 한데 진짜 가지가지한다 싶네요.

◆ 임흥준 : 결국 양 씨는 2021년 7월 12일 대전광역시 동구 중동의 한 모텔에 숨어 있다가 경찰의 CCTV 분석 끝에 잡히게 됐습니다. 근데 아직 양 씨의 파렴치한 행각이 더 남아 있습니다.

◇ 이원화 : 더 심한 게 뭐가 남아 있을 수가 있나요? 뭐죠?

◆ 임흥준 : 제가 아까 장모가 이 사건 신고자라고 말씀드렸었는데요. 장모가 경찰에 신고를 하기 전에 사위 즉 양 씨에게 문자를 보냅니다. 문자의 내용은 당연히 자신의 딸과 손녀를 보여달라는 내용이었는데요. 근데 황당하게도 양 씨는 자신의 장모에게 자신과 성관계를 하면 딸과 손녀를 보여주겠다는 기이한 문자를 보냅니다.

◇ 이원화 : 진짜 욕 나옵니다. 장모님이 이 문자를 받고 얼마나 당황스럽고 자기 딸과 손녀가 얼마나 걱정됐을까 싶거든요. 잠도 제대로 못 잤을 것 같아요.

◆ 임흥준 : 그렇죠. 일반인들은 상상하기 어려운 상황이고, 이러한 저급한 언행을 하는 사람이 대체 자신의 딸과 손녀에게는 어떤 짓을 저질렀을지 장모는 상상조차 안 됐을 겁니다. 더 소름 끼치는 점은요. 양 씨가 외조모로부터 아이를 데려오기 전에 인터넷에 근친상간이라는 단어를 여러 차례 검색했다는 점입니다. 경찰은 양 씨의 이 믿을 수 없는 행동에 결국 사이코패스 검사까지 의뢰했습니다.

◇ 이원화 : 결과 어떻게 나왔습니까?

◆ 임흥준 : 다들 예상하시겠지만 사이코패스로 판정됐습니다. 사이코패스 검사 일명 PCL-R 검사라고 하는데 이 체크리스트에서 40점 만점 중 25점 이상을 받으면 사이코패스로 진단됩니다. 양 씨의 경우 26점이 나왔고요.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의 29점, 연쇄살인마 강호순의 27점, 어금니 아빠 이영학의 25점과 비슷한 수치였습니다.

◇ 이원화 : 청취자분들께서는 이 부분 궁금하실 것 같아요. 사이코패스다 검사가 나올 경우 이게 형량에도 영향을 미칠까? 왜냐하면 사이코패스의 특징 중 하나가 재범 위험성이 높다 이런 걸로 알려져 있거든요. 그러면 교화 가능성이라든지 이런 걸 생각해 봤을 때 형량에 영향을 미쳐야 되는 거 아닌가? 이런 생각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 임흥준 :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형사사건에서 법원이 피고인에게 중한 형을 줄 것인지 아니면 경한 형을 줄 것인지 고민할 때 거의 무조건 재범의 위험성을 고려합니다. 그런데 양 씨는 성범죄 재범 위험 평가와 성인 재범 위험성 평가에서도 높음을 받았고요. 전반적으로 정신병적 특성으로 인해 재범 위험성이 높은 수준인 것으로 판별됐습니다. 아무래도 양 씨의 경우 형사사법의 궁극적 기능인 교화의 가능성이 떨어진다고밖에는 볼 수 없습니다.

◇ 이원화 : 그렇죠. 교화가 안 되는 사람인 거죠. 검찰은 사형 구형했죠?

◆ 임흥준 : 네 그렇습니다. 검찰은 양 씨가 인간 존엄성을 짓밟는 행위를 했다며 아동학대 살해, 13세 미만 미성년자 강간 등의 혐의로 기소하고 사형을 구형했습니다.

◇ 이원화 : 판결이 어떻게 나왔습니까?

◆ 임흥준 : 1심인 대전지방법원 제12형사부는 징역 30년형을 선고하면서 20개월에 불과한 피해자는 아름다운 인생을 꽃피지 못한 채 아빠로 알고 따랐던 피고인에게 폭행을 당해 숨졌으며, 피고인의 행위는 차마 입에 담지도 못할 잔혹한 범죄라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재판부는 애정이 결핍된 유년기 가정 환경이 피고인의 범행에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의 반성하는 태도,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피고인의 생명을 박탈하는 것을 누구나 인정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라는 이유에서 사형을 선고하지 않았습니다.

◇ 이원화 : 이에 대해 검찰은 항소하고 피고인은 항소 포기했다. 알려졌는데 피고인이 항소를 포기한 게 전략일 수도 있다 이런 이야기가 나오더라고요. 어떤 점에서 전략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건가요?

◆ 임흥준 : 일단 항소 포기라는 게 일종의 양형 전략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만약에 검사가 항소한 상태에서 양 씨도 항소를 하면 항소심 재판부가 반성한다는 양 씨의 말이 진심인지 의심할 확률이 크고요. 이에 따라 양 씨의 형량을 더 많이 올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런데 양 씨가 선고 가능한 형량 대비하여 이미 꽤 높은 수치라고 볼 수 있는 30년 형을 받았기 때문에 훨씬 더 높은 중형이 선고되는 것을 막기 위해 양 씨가 선택한 전략이라고도 보여집니다. 만약 양 씨가 항소하지 않은 상태에서 검사의 항소가 기각된다면 양 씨는 형량을 유지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 이원화 : 어쨌든 그럼 항소심은 어떻게 진행이 됐습니다.

◆ 임흥준 : 다행히 항소심인 대전고법 형사11부는 어린아이를 해친 사람은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른다는 원칙과 함께 유사 범죄가 재발하지 않도록 피고인을 사회에서 영원히 격리해야 한다며 무기징역형으로 형을 높였습니다. 아울러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200시간 수강, 10년간 신상 공개, 10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등 취업 제한. 20년간 위치 추적 전자장치 부착도 명령했습니다. 정 씨의 경우는 사채 은닉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 6월의 형을 받았었는데요. 항소심은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3년형과 함께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수강 5년간 아동 관련 기관 등 취업 제한을 명령했습니다.

◇ 이원화 : 정말 언제쯤이면 이런 사건 없어질 수 있을까요? 아이를 보호해야 할 부모가 도리어 아이를 성폭행, 학대하고 살인까지 저지르는 이런 끔찍한 참극 피해자는 자신의 힘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20개월이란 너무나도 어린 아이였습니다. 사실상 우리나라는 사형이 폐지된 국가입니다만 검찰이 왜 끝까지 사형을 구형할 수밖에 없었는지 조금은 그 마음을 이해할 수도 있겠다 싶죠.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세령 (newsfm0945@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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