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응급실 위기 잘 넘겼다? 의료계 “가을·겨울이 진짜 고비”

정부 “누적된 문제 해결하려면 의료개혁 해야”
의료계 “낙상, 뇌혈관 질환 취약한 겨울 지켜봐야”

이번 추석 연휴기간 동안 '응급실 뺑뺑이' 사례는 있었지만 우려했던 대로 심각한 대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정부는 의료 공백은 없었다며 의료개혁을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료계는 이번 추석 연휴를 겨우 버텼을 뿐, 중증환자가 늘어나는 올 가을·겨울이 진짜 고비라고 우려했다. 의정갈등은 추석 연휴가 지나고도 계속 팽팽할 것으로 보인다./뉴스1

이번 추석 연휴에 환자를 받아줄 병원을 찾아 다니는 ‘응급실 뺑뺑이’ 사례는 있었지만 우려했던 응급실 대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정부는 일부 문제는 누적된 의료체계에서 비롯된 만큼 의료개혁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료계는 이번 추석 연휴는 겨우 버텼지만, 중증 환자가 늘어나는 올 가을·겨울이 진짜 고비라고 지적했다.

1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번 추석 연휴에 응급실을 찾은 환자는 하루 평균 2만 7505명으로 지난해 추석 3만 9911명, 올해 설 3만 6996명보다 20% 이상 줄었다. 응급실에 온 중증 환자 수도 하루 평균 1255명으로 지난해 추석 1455명, 올해 설 1414명보다 줄었다. 경증 환자 수 역시 올해 추석은 하루 평균 1만 6157명으로 지난해 추석 2만 6003명, 올해 설 2만 3647명에 비해 30% 줄었다.

정부는 이번 추석 연휴에 문을 연 의료 기관이 늘어 경증환자가 분산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휴 동안 문을 연 의료 기관은 하루 평균 9781곳으로, 지난해 추석 연휴 기간 5020곳과 올해 설 연휴 기간 3666곳보다 2배 많았다. 응급실도 전체 411곳 중 3곳을 제외한 408곳이 연휴 동안 매일 24시간 운영됐다.

올 추석 연휴에도 일부 지역에서 응급실 뺑뺑이 사례가 나타났다. 지난 14일 충북 청주에서는 25주차 임신부가 양수 유출로 응급실을 찾았으나 의료진 부족으로 발을 돌렸다. 결국 6시간이 지난 뒤에야 청주의 산부인과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지난 15일에는 광주에서 50대 남성이 문틈에 손가락이 끼어 절단돼 응급실을 찾았지만, 광주 시내 응급실 4곳에서 받아주지 않아 전북 전주시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전날 응급 의료 등 비상 진료 대응 관련 브리핑에서 “(이번 응급실 뺑뺑이 사례는) 전공의 이탈로 새롭게 발생한 문제가 아니라 이전에도 있었던 문제”라며 “이런 필수의료·지역의료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의료개혁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의료개혁은 누적돼온 의료체계의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문제점을 종합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며 “의료개혁은 이제 더 이상 미룰 수도 없고, 미뤄서도 안 되는 과제로, 살고 계신 곳에서 적시에 꼭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필수·지역의료를 반드시 살려내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긍정적인 평가와 달리 의료계는 응급실 대란은 이제 시작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일산백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은 “‘위기를 넘겼다, 막았다’보다 ‘간신히 버텼다’가 맞는 표현”이라며 “이 수치가 현재 응급실 상황에서 처리할 수 있는 최대치일 것”이라고 말했다.

최안나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의료진들은 2월부터 누적된 피로로 한계에 왔다는 점에서 추석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노인 낙상 사고가 많고, 뇌혈관 질환 환자들에게 취약한 올 겨울을 잘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조승연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장(인천시의료원장)도 “연휴에 경증 환자들이 많이 참은 것 같다”며 “다가오는 가을·겨울철 중증 환자가 문제”라고 했다. 그는 “지방도 수도권과 마찬가지로 대학병원이나 권역응급센터에 인력을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며 “내년 6월 새로운 전공의들이 들어올 때까지는 현재 응급실 비상진료체계가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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