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vs. 군사주의, 기후를 구할 것인가 파괴할 것인가
미군은 세계에서 석유 제품의 최대 소비국이자 온실가스의 최대 배출국으로 유명하다. 미군의 탄소 배출량은 "100개 이상의 국가의 배출량을 합친 것"을 넘는다.
바이든 행정부가 "2020년대 말까지 최소 절반으로" 탄소 배출량을 줄이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미 국방부는 완전 전기 운송수단을 사용하고, 트럭, 선박, 항공기를 바이오 연료로 전환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배출량을 줄이는 것만으로 현재의 기후위기를 완화하기에 충분할까?
새로운 배출량 절반 감축 계획이 계산에 포함하지 않고 있은 것은 국방부가 여전히 탄소를 격리하고 산소를 생성하는 지구 생태계를 계속 파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고래·돌고래보전협회(Whale and Dolphin Conservation)의 보고서에 따르면 대형 고래류가 기후 재앙을 지연시키고 "건강한 해양 생태계를 유지하는" 놀라운 역할을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감축 계획은 고래의 멸종에 대한 국방부의 지속적인 역할을 간과하고 있다. 최근까지도 이 사안은 거의 주목받지 않았다.
펜타곤이 지구의 고유한 재생력을 제약하는 방법은 수없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10년 동안 고래와 돌고래의 개체수가 급격히 감소한 것은 연중 바다에서 실시되는 전 방위적인 군사 훈련의 결과이며, 이는 우리에게 재앙적인 환경의 임계점을 빠르게 앞당기고 있다.
고래와 돌고래에게 닥친 또 다른 급박한 위험은 현재 설치되고 있는 우주 전쟁 관련 기반시설이다. 이 새로운 기반시설은 이른바 "스마트 해양(smart ocean)"의 발전, 로켓 발사대, 미사일 추적 기지 및 기타 위성 기반 전투의 요소들로 구성돼있다. 2022년 미국 국방 예산에서 우주 전쟁 기술에 투입되는 수십억 달러가 앞으로 벌어질 일들에 대한 가능성을 나타낸다면, 이러한 기술의 사용으로 인한 해양 생물 파괴는 더욱 가속화되어 지구의 생물들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멸종 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다.
고래의 건강을 지키는 것이 가장 쉽고 효과적인 탄소 격리 방법
먼저 우리는 기후 재앙을 완화하는 데 왜 고래가 필수적인지, 그리고 왜 고래의 개체수를 회복하는 것이 해양 생태계의 피해를 늦추고 심지어는 해양 생태계를 회복하는 데 중요한지 이해해야 한다.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 고래의 중요성은 국제통화기금(IMF)의 계간지 <금융 및 개발>(Finance & Development)에 실린 기사마저도 강조하고 있으며, 이들은 전 세계 고래 개체 수 회복을 촉구하고 있다. 기사는 "고래를 보호하면 탄소 포집량을 크게 늘릴 수 있다"고 설명하는데, 이는 글로벌 금융 기관에서도 고래의 건강을 기후 위기에 대한 가장 경제적이고 효과적인 해결책 중 하나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고래는 바다에서 연간 20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격리하는 놀라운 역할을 한다. 브라운대학교 왓슨연구소의 전쟁비용 프로젝트(Costs of War Project)의 논문을 인용한 그리스트(Grist, 기후 정의 분야를 다루는 미국의 온라인 독립 언론 매체)의 기사에 따르면, 이는 2001년부터 2017년까지 16년 동안 미군이 배출한 12억 톤의 탄소의 거의 두 배에 달하는 놀라운 양이다.
지구의 생명을 유지하는 고래의 중요한 역할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고래가 탄소를 격리하는 것은 모든 해양 먹이사슬의 기반이 되는 유기체인 식물성 플랑크톤과의 공생 관계 때문에 가능하다.
고래가 탄소를 격리하는 것은 먹이를 먹기 위해 심해로 잠수했다가 호흡을 위해 수면으로 올라올 때 발생하는 피스톤 같은 고래의 움직임을 통해 가능하다. "고래 펌프(whale pump)"라고 불리는 이 움직임을 통해 고래는 자신의 배설물을 거대한 물기둥처럼 수면 위로 밀어 올린다. 이를 통해 심해의 필수 영양분이 수면으로 올라오게 되고, 수면에서 식물성 플랑크톤이 햇빛을 받아 번성·번식하며 광합성을 통해 탄소 격리와 산소 생성을 촉진되는 것이다. 대기 중 산소의 절반 이상이 이러한 방식으로 식물성 플랑크톤으로부터 나온다. 이 미세한 해양 생물체 덕분에 바다는 진정한 지구의 허파로 기능하는 것이다.
결국 고래가 많다는 것은 더 많은 식물성 플랑크톤을 의미하며, 이는 더 많은 산소와 더 많은 탄소 포집을 가능하게 한다. 앞서 인용한 국제통화기금(IMF)의 <금융 및 개발>에 실린 기사의 저자들(국제통화기금 역량 개발 연구소(Institute for Capacity Development)의 랠프 차미(Ralph Chami)와 세나 오즈토순(Sena Oztosun), 노트르담 대학의 토머스 코시마노(Thomas Cosimano) 교수와 듀크 대학의 코넬 풀렌캠프(Connel Fullenkamp) 교수)은 "고래의 활동"을 통해 세계의 "식물성 플랑크톤 생산성"을 1%만 높일 수 있다면, "연간 탄소 수억 톤을 추가로 포집할 수 있으며 이는 다 자란 나무 20억 그루에 해당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죽은 후에도 고래 사체는 탄소 흡수원 역할을 한다. 매년 고래 사체는 몸 안에 갇혀 있던 19만 톤의 탄소를 해저로 운반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엔피알(NPR)의 <TED 라디오 아워>(TED Radio Hour)에 출연하기도 했던 스리랑카의 해양 생물학자 아샤 드 보스(Asha de Vos)는 이것이 연간 8만 대의 자동차가 배출하는 탄소량과 같다고 설명한다. 해저에서 이 탄소는 심해 생태계를 지탱하고 해양 퇴적물에 흡수된다.
하늘에서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일 수 있다는 잘못된 해결책
한편, 전 세계에서는 자연 생태계 한가운데에 건설할 대형 "탄소 직접공기포집(direct air carbon capture)" 발전소가 민간 부문에 의해 계획되고 있다. 가장 큰 규모의 발전소는 아이슬란드에서 2021년에 가동을 시작했는데, 이 발전소의 이름은 공교롭게 고래류의 일종(범고래, killer whale의 학명이 Orcinus orca다.)과 같을 뿐만 아니라 "에너지"를 뜻하는 아이슬란드어 "오르카(orka)"에서 유래한 "오르카(Orca)"다.
고래에 의해 상당 부분이 해양에 격리되는 일평균 약 550만 톤의 이산화탄소와 비교해, 오르카 발전소가 포획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하루에 10톤에 불과하다. 오르카 발전소의 상대적으로 미약한 성공은 찬사를 받고 있지만, 고래로 인한 효과는 거의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1조 달러 규모의 인프라 법안(조 바이든 대통령이 2021년 3월 제안했고, 같은 해 11월 ‘인프라투자와 일자리 법’이란 이름으로 통과됐다. 바이든 정부 초기 최대 성과라는 평가를 받았으나, 일부 진보 민주당 의원들은 법안의 미진함을 들어 반대하기도 했다.)에는 전국에 4개의 대형 직접공기포집 시설을 건설하기 위한 35억 달러가 배정돼있다. 그러나 바다의 진짜 '오르카'를 보호하고 재생하는 데는 한 푼도 배정되지 않았다.
기후위기에서 우리를 구할 수 있는 "슈퍼 히어로"가 있다면 그것은 고래와 식물성 플랑크톤이며, 직접공기포집 시설이 아니고 미군은 더군다나 아닐 것이다. 살만한 행성을 만들기 위한 핵심 과제는 고래와 해양 보존을 최우선순위로 삼는 것임이 분명하다.
마을을 살리기 위해선 마을을 파괴해야 한다
안타깝지만 미국 예산은 언제나 그 무엇보다, 심지어 맑은 공기보다도 국방부를 최우선순위에 두고 있다. 2021년 12월 미국 하원 군사위원회 준비 소위원회의 "작전에너지를 통한 물류 문제 해결 방안(군사 분야에서의 작전에너지operational energy란 군사 작전을 위한 군사력 및 무기 플랫폼의 훈련, 이동, 유지에 필요한 에너지를 의미한다. 작전에너지는 전술 전력체계, 발전기 및 무기 플랫폼에 사용되는 에너지를 포함한다. 출처: 미국 연방 법전 제10편 군대 제2924조)"에 관한 청문회에서 조지아주 하원의원 오스틴 스콧은 "배출량과 기타 문제에 대한 우려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마땅히 걱정해야 한다. 우리는 환경 보호 임무를 더 잘 할 수 있고 그래야 한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전투에 임하면 그 전투에서 이겨야한다"라고 발언했다.
"마을을 살리기 위해 마을을 파괴해야 한다"는 이러한 논리가 국방부에 지배적이다. 예를 들어 인도 태평양 지역에서 연중 실시되는 수백 건의 해군 연습으로 매년 수만 마리의 고래가 피해를 입고 죽는다. 또한 매년 미국 국방부가 개입된 군사훈련의 횟수도 증가하고 있다.
우리는 이를 "워 게임(war games)"이라 부르지만, 바다 생물에게는 전혀 게임이 아니다. 미 국방부 문서는 알래스카만(Gulf of Alaska)에서의 군사 훈련으로 인해 매년 13,744마리의 고래와 돌고래가 "부수적 포획(incidental takes, 부수적 포획이란 물리적으로 동물을 포획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라 합법적인 활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동물에 대한 상해, 사살, 사냥, 사격, 포획, 감금 등의 행위를 포괄한다. 출처: 미국 멸종위기종 보호법, Endangered Species Act)"으로 인해 합법적으로 죽임을 당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그 피해는 태평양의 마리아나 제도(Mariana Islands) 주변 해역에서만도 더욱 심각하다. 2015년부터 2020년까지 26종에 달하는 40만 마리 이상의 고래류가 군사 연습 중 "포획"으로 희생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무수히 많은 해군의 정례 연습 중 두 가지 예에 불과하다. 말할 필요도 없이, 이런 에코사이드 행위는 기후재앙을 완화하는 바다의 역량을 극적으로 감소시킨다.
소나의 위험성
사실 고래에게 가장 치명적인 요소는 잠수함을 탐지하는 데 사용되는 소나(sonar, sound navigation and ranging의 약자로, 수중 음파 탐지기를 뜻한다)다. 고래는 치명적인 소나 음파를 피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사이언티픽 아메리칸>(Scientific American)의 기사에 따르면 고래는 소나를 피하기 위해 무리를 지어 "수백 마일을 헤엄쳐서 ... 심지어는 해변에 스스로 몸을 던지기도 한다." 기사에 따르면 부검 결과를 통해 고래가 소나 음파를 피하려고 할 때 발생하는 급격한 수심의 변화로 인해 이들의 눈과 귀에서 출혈이 발견되었다.
고래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 않는 낮은 수준의 소나 음파도 이들의 행동 변화를 유발하여 고래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 <네이처>(Nature)에 실린 논문은 해상 기동 훈련 중 다수의 수중 녹음기를 사용해 고래가 내는 소리를 탐지하는 영국의 2006년 군사 연구를 소개했는데, 이 논문에 따르면 훈련 기간 동안 "고래 녹음 건수가 200여 건에서 50건 미만으로 감소했다."
이 연구를 인용한 2007년 미공개 영국 보고서는 "부리고래들은 ... 소나 송신이 활발한 지역에서 발성(vocalizing, "고래의 노래"라고도 부르며, 물속에서의 의사소통을 위해 이를 사용한다. 물속의 특성상 고래류는 의사소통을 위해 소리에 가장 크게 의존한다.) 및 먹이 사냥을 중단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결론지었다. 또한 이 보고서는 "부리고래는 심해에서 먹이를 먹기 때문에 실험이 진행되는 동안 이들의 먹이섭취를 막는 효과가 있을 수 있으며, 이는 부리고래와 개체군 전체에 2차 혹은 3차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2·3차 영향에는 굶주림과 폐사가 포함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추정했다.
'스마트 오션'과 JADC2
지금까지 해양 소나는 군사적 목적으로만 사용돼왔다. 여기에 곧 변화가 생길 것이다. 소나를 해저 와이파이(Wi-Fi)의 일부로 활용한 민군 복합용 "해저 데이터 네트워크"가 개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호주, 중국, 영국, 한국, 사우디아라비아 등을 포함한 전기전자공학자협회(IEEE) 회원국의 과학자들이 소위 "수중 사물인터넷(Internet of Underwater Things, IoUT)"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광활한 해저에 설치될 소나와 레이저 송신기 같은 데이터 네트워크를 설계하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 송신기는 소나 신호를 해수면의 응답기 네트워크로 전송하고, 이 응답기는 다시 위성에 5G 신호를 전송한다.
산업과 군사 모두에서 활용되는 이 데이터 네트워크는 바다를 소나 음파로 가득 채울 것이다. 이는 고래의 안녕과 기후에 좋은 신호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프로젝트의 추진자들은 이 프로젝트를 "스마트 오션"이라 부르고 있다.
군도 육지와 우주에서 유사한 정비 작업을 기획하고 있다. 합동 전영역 지휘통제(Joint All-Domain Command and Control, JADC2)로 알려진 이 시스템은 해저의 소나 데이터 네트워크와 연결된다. 이를 위해서는 지구와 대기권의 모든 좌표를 제어할 수 있는 위성망이 필요하며, 그 위성망은 현실을 3D 체스판으로 구현함으로써 최첨단 전투에 대비한다.
JADC2를 위해 수천 개 이상의 위성이 우주로 발사되고 있다. 위성에 의해 제어되는 전쟁(satellite-controlled war)을 목적으로 가능한 많은 섬에 미사일 배치 기지, 위성 발사대, 레이더 추적 기지, 항공모함용 항구, 실탄사격 훈련장, 기타 시설 등의 "미니 기지"를 건설하기 위해 아시아와 태평양 전역에서 암초가 준설되고 숲이 황폐화되고 있다. 위성과 항공기, 선박, (소나를 통해) 해저 잠수함과 교신하는 이러한 미니 기지 체제는 덩치가 큰 20세기의 재래식 기지를 대체할 것이다.
또한 데이터 저장 클라우드인 합동 산업 방위 인프라(Joint Enterprise Defense Infrastructure, JEDI)도 수백억 달러의 비용을 들여 공동 개발될 예정이다. 미 국방부는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오라클, 구글과 같은 기업들에 이 거대 프로젝트에 대한 입찰을 요청한 바 있다.(별도 시스템에 격리돼있어 정보공유가 어려운 국방부의 데이터를 클라우드 시스템으로 옮겨 현대화하는 기획이다. 애초에 미 국방부는 단일사업자와의 계약으로 추진했던 JEDI 사업이 법적 분쟁으로 표류하자 2021년 7월 이 사업을 취소하고, 후속사업으로 복수 사업자가 참여하는 멀티 클라우드 전화 프로젝트인 '합동 전투원 클라우드 역량, Joint Warfighter Cloud Capability, JWCC'으로 대체했다. 2022년 12월 90억 달러, 약 12조원 규모의 JWCC 사업에 MS, 아마존, 오라클, 구글가 함께 복수 사업자로 선정됐으며 2028년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고래를 구하자, 우리를 구하자
기후의 관점에서 볼 때, 미 국방부는 "국가의 안전을 보장한다"는 본연의 임무에서 노골적으로 멀어지고 있다. 미군이 지속하는 고래와 해양 생태계에 대한 잔학 행위는 기후 이니셔티브를 조롱하고 있다.
"고래를 구하라"는 슬로건은 수십 년 동안 운위되어 왔지만, 고래야말로 우리를 구하고 있다. 그러므로 고래를 말살하는 것은 우리 자신을 말살하는 것이다.
번역=이준태
[백구한(Koohan Paik-Man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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