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고려아연, 재무건전성 악화…부실기업 투자·주가조작 연루"(종합)
소액주주보다 기관 손짓…성공 자신·공개매수가 인상 가능성 일축
(서울=연합뉴스) 송은경 기자 =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이 비정상적 기업 의사결정구조(거버넌스)로 무분별한 투자를 단행해 수익성과 재무건전성이 우려되는 상황에 몰렸다고 주장했다.
영풍과 함께 진행하고 있는 고려아연 공개매수가 적대적 인수합병(M&A)이라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1대주주와 합의하에 고려아연의 1대주주 지위로 들어갔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하는 바이아웃(경영권 인수 후 매각) 일환"이라고 반박했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19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MBK파트너스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2019년 고려아연의 금융권 차입 부채는 410억원으로 사실상 없었는데 올해 6월 말 현재 1조4천억원에 이른다"면서 같은 시점 순현금 2조5천억원과 이후 유상증자·자사주 처분으로 조달한 1조3천억원이 거의 남아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부회장은 "쉬운 말로 현금을 물 쓰듯 한 것"이라며 "예정된 투자 규모 등을 고려하면 올해 말에는 창사 이후 처음으로 순부채 포지션으로 바뀌게 된다"고 말했다.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의 재무건전성이 악화한 배경 중 하나로 무분별한 투자를 지목했다. 최 회장 주도로 수익성이 검증되지 않았거나 본업과 무관한 투자가 지속되고 있고, 여기에 제동을 걸 이사회가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기업의 중대한 의사결정이 사실상 최 회장 뜻에 따라 좌지우지된다는 의미다.
구체적인 예로 완전자본잠식 기업을 매출액의 200배에 해당되는 금액으로 투자한 이그니오, SM엔터테인먼트 주가조작 혐의로 대표가 기소된 사모펀드 원아시아파트너스, 여행상품 플랫폼 기업 타이드스퀘어 등을 꼽았다.
김 부회장은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다가 최근 보석으로 풀려난 원아시아파트너스의 지모 대표가 최 회장과 중학교 동창이라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고 전하며 최 회장과 원아시아파트너스 간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2019년 최 회장 취임 이후 원아시아파트너스가 설립됐고, 주가조작에 활용된 원아시아의 하바나1호펀드는 고려아연이 99%를 출자했다는 것이다.
그는 "고려아연 모든 임직원이 받아가는 한 해 인건비가 3천800억원인데 (원아시아파트너스에) 5천600억원을 투자하면서 이사회 승인을 단 한 번도 받지 않았다"며 "최 회장 개인 전결로 처리한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다만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의 의사결정구조를 제대로 세우겠다고 나서면서도 당장 최 회장을 해임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김 부회장은 "2.2% 지분을 가진 분(최 회장)이 스스로를 오너라고 생각하고 여기 재산은 내가 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맞지 않는다"면서 "공개매수 이후 이사회에 들어가 의혹들을 살펴보고 난 뒤 입장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MBK파트너스는 일각에서 자신들을 '중국계 자본'으로 '마타도어(흑색선전)'하고 있다며 관련 의혹도 적극 해명했다. 김 부회장은 "2005년 한국에서 자본시장 프라이빗에쿼티(PE) 산업을 일구기 위해 법을 만들었고 MBK파트너스가 1세대"라며 "한국 토종 사모펀드"라고 강조했다.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활용되는 바이아웃6호 펀드에서 중국계 자본 비중은 5% 안팎이라고 밝히면서도 "PE산업에서는 위탁운용사(GP)의 국적은 중요하지만 돈을 대는 출자자(LP) 구성은 어느 GP나 동일하다"고 했다.
또한 "최대주주 지위에서 지분율을 높이기 위해 공개매수를 하는 것이지 1대주주가 따로 있고 경영권이 누군가에 있는 회사에 적대적 인수합병을 하는 게 아니다"라며 이번 공개매수는 작년 오스템임플란트와 비슷한 구조로 진행되는 바이아웃 딜이라고 설명했다.
MBK파트너스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지난 4일 기준 최대주주 및 장씨 일가 지분(33.1%)과 최씨 일가 지분(15.5%), 자사주(2.4%)를 제외한 기타주주(48.8%)들 중 기관투자자 비중이 97.7%에 달한다.
김 부회장은 이들은 고려아연에 장기투자 해왔기 때문에 평균 취득단가가 45만원 아래며, 현재 공개매수가격(66만원)은 기관 입장에선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봤다. 경영권 분쟁 확전 기대감으로 주가가 공개매수가를 웃돌지만 인상 가능성은 없음을 시사한 것이다.
공개매수 실패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실패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최소 목표물량) 7% 정도면 해볼 만하다. 기관투자자 입장에선 보유 지분 일부만 파셔도 나쁘지 않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아울러 시장에서는 한화·현대차·LG화학 등 대기업 지분(18.4%)을 최씨 일가 우호세력(백기사)으로 분류하지만, MBK파트너스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대기업 그룹은 최 회장과 의결권을 공동 행사하는 우호 지분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그것이 가능하지도 않다. 그랬다면 공시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고려아연이 가격과 물량을 높여 대항공개매수에 나설 가능성도 낮게 점쳤다.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인수 사례에서 보듯 사업과 무관한 제3자가 한쪽을 도와주기 위해 공개매수에 들어오면 사법 리스크가 불거질 수 있는 데다, 설령 사업 연관성이 있다고 해도 지분 경쟁이 끝나고 나면 주가는 제자리로 돌아가 평가손실만 몇천억원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가능하지 않다는 관측이다.
nor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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