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도 안 타, 영화도 안 봐… 中 ‘중추절 대목’ 이제는 옛말

베이징=이윤정 특파원 2024. 9. 19.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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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올해 중추절(추석) 연휴 기간 각종 소비 부문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을 냈다.

중국 관광업계는 올해 중추절 연휴가 전년 대비 짧았던 데다 바로 다음 달 국경절 연휴가 기다리고 있는 점, 이번 연휴 기간 태풍으로 인해 1만편 넘게 결항한 점 등으로 인해 항공 수요가 지지부진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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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추절 국내선 항공편, 전년比 12%↓
영화 수입, 코로나19 전 절반도 안 돼
신규주택 일평균 매매면적도 29% 급감
中 전문가들도 “이대로면 5% 달성 실패”
경제계, 20일 기준금리 인하 여부 관심

중국이 올해 중추절(추석) 연휴 기간 각종 소비 부문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을 냈다. 국내선 항공편이 1년 전보다 10% 넘게 줄어들었고, 역대 가장 많은 상영관을 확보했음에도 영화 수입은 코로나19 이전의 절반에도 채 못 미쳤다.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좀처럼 쓴소리를 내지 못하던 중국 경제 전문가들도 이대로면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며 정책 지원을 촉구하고 있다.

19일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은 항공정보제공업체 페이창준을 인용해 중추절 연휴인 지난 15~17일 3일간 국내선 여객 수가 3만4200편으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2%,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같은 기간보다 6% 감소한 것이다. 일평균 승객 수 역시 전년 동기 대비 21.7% 급감했다. 중국 관광업계는 올해 중추절 연휴가 전년 대비 짧았던 데다 바로 다음 달 국경절 연휴가 기다리고 있는 점, 이번 연휴 기간 태풍으로 인해 1만편 넘게 결항한 점 등으로 인해 항공 수요가 지지부진했다고 분석했다.

중추절 연휴인 지난 16일 중국 베이징의 한 쇼핑몰./AFP 연합뉴스

연휴 기간이 짧다는 이유가 통하지 않는 업계도 있다. 영화 업계가 대표적이다. 중국 국가영화국에 따르면, 중추절 연휴 기간 영화 수입은 3억8900만위안(약 73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019년 중추절 연휴 성적(8억300만위안)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 심지어 지난 10년간 중추절 중 가장 많은 21편의 영화가 개봉했고, 상영관 역시 135만6000개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음에도 수입이 줄어든 것이다. 중국 경제매체 제일재경은 “상영 일정은 늘었지만 관객 수는 저조한 상황”이라며 “중추절뿐만 아니라 올해 상반기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중추절이 성수기인 부동산 시장도 침울한 분위기다. 매년 9월 말은 중국 부동산 시장 정책이 집중적으로 시행돼 실수요자의 관심이 높아지고 판매량도 늘어난다. 하지만 중국 부동산 시장조사기관인 중즈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중추절 연휴 기간 전국 25개 대표 도시의 신규주택 일평균 매매면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 2019년 같은 기간보다 55% 줄었다. 연휴 기간 각지 영업점이 마케팅을 강화해 방문 고객은 늘었지만 실제 판매로까지는 이어지지 않았다고 차이신은 전했다.

‘금9, 은10′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중국은 9월, 10월에 소비가 늘어나며 경기가 좋아지는 흐름을 보여왔다. 하지만 올해 들어 내수 부진이 가속화하고 중추절 효과마저 누리지 못하자 정부 눈치를 보던 중국 내부 전문가들마저 조심스럽게 쓴소리를 내놓고 있다. 뤄즈헝 웨카이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7~8월 경제 지표를 봤을 때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분기(4.7%)보다 낮을 수 있고, 이는 올해 경제 성장률 목표인 ‘5% 안팎’ 실현에 영향을 줄 것”이라며 “소비, 투자, 부동산 등이 아직 안정되지 않아 더 큰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신용평가기관 둥팡진청의 왕칭 수석 거시경제분석가 역시 “부동산 부문 조정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소비자 지출과 민간 투자로 대표되는 경제의 내생적 성장 동력이 여전히 약하다”라는 진단을 내놨다. 실제 내수 경기를 가늠할 수 있는 소매판매는 8월에 1년 전보다 2.1% 늘어나는 데 그치며 시장 전망치(2.5%)를 밑돌았고, 농촌을 뺀 공장, 도로, 전력망, 부동산 등에 대한 자본 투자 변화를 보여주는 1∼8월 고정자산투자 역시 시장 전망치(3.5%)보다 낮은 3.4%를 기록했다.

세계 경제계는 중국 정부의 강력한 경기 부양책이 필요하다며 당장 20일 발표되는 인민은행의 대출우대금리(LPR)에 주목하고 있다. LPR은 주요 시중은행이 최우량 대출 고객에게 제공하는 금리의 평균으로, 사실상 기준금리 역할을 한다. 인민은행은 지난 7월 일반 대출 기준인 1년물 LPR과 주택담보대출 기준인 5년물 LPR의 금리를 각각 0.1%포인트씩 낮춘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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