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남의 잇츠스누커] 韓최초 헤이볼 심판 자격 취득 “당구심판 마지막 퍼즐 맞추다”
심판위원장에게서 규칙 등 배워
올해 초부터 준비, 8월말 심판자격 따
“내년 3월 그랜드파이널 초청받아”
중국으로 떠날 때 그렇게 애를 먹이던 왕바이타오 헤이볼 심판위원장은 수료식 날 엄지척을 하면서 내년 3월에 중국에 오라고 말했다.
짧은 기간이지만 헤이볼 심판 자격을 따기 위해 중국으로 가는 길은 쉽지않았다. 필자는 헤이볼이 세계포켓볼협회(WPA) 정식종목으로 인정받는 등 점차 국제화하면서 헤이볼 규칙 공부에 대한 필요성을 느꼈다. 아울러 심판 자격을 취득하고 싶었다. 그게 올해 초의 일이다.
그러나 양구 국토정중앙배 등 전국대회 일정을 맞추느라 중국행은 지지부진했다. 헤이볼 최대 후원자인 조이빌리어즈(JOY Billiards)에 수소문 한 끝에 어렵게 장샤오핑 국제영업부장을 알게 됐다. 그에게 취지를 설명하고 도움을 청했다. 장 부장은 적극 도와주겠다면서 왕바이타오 헤이볼 심판위원장을 연결해줬다. 그때가 6월께다.
어느 정도 기초가 필요했다. 헤이볼 규정을 읽어보고, 경기영상도 찾아봤다. 국내 헤이볼 구장을 찾아 경기를 보며 궁금한 내용은 빠짐없이 메모했다.
그러나 중국행은 날짜를 정하기 어려웠다. 왕 심판위원장이 6월부터 차일피일 미루고 정확한 방문일정에 대해서는 답이 없었다. “말만 앞세우고 속으로는 내가 오는 걸 탐탁지않게 여기는건 아닌가?”
왕 심판위원장에게서 “7월 중순에 다시 연락하자”는 연락이 왔다. 날짜를 기다리며 한창 준비를 하고 있는데, 다시 연락이왔다. “바쁘니 8월 중순에 다시 연락하겠다”고 했다. 화가 치밀어오르기도 하고 불쾌한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중 다시 연락이 왔다. “8월 22일부터 28일 사이에 오라고”
도착한 곳은 중국 지린(吉林)성 창춘(長春)에 있는 왕 심판위원장이 운영하는 헤이볼 학원이었다. 헤이볼 테이블이 20대 있고, 방송장비를 갖춘 테이블도 3대가 따로 있었다. 이곳에서 헤이볼l 선수 지도와 심판 강습을 병행하고 있었다. 먼 곳에서 온 선수들은 이곳에서 숙식하며 헤이볼을 배운다고 했다.
현장에 와서야 그 동안 왕 심판위원장과 연락이 잘 안됐고, 방문일정을 빨리 결정해주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왕 위원장은 한 달에 20일 가량 심판위원장으로 대회 현장을 누비고, 남는 기간에는 학원 운영과 심판 강습으로 쉴 틈이 없었다. 막상 와보니 나를 받아준 것만으로도 고맙다고 생각해야할 일이었다.
수료증을 받으면 3급심판(銅章裁判員, Bronze Badge Referee)으로 공식 대회 심판을 볼 수 있다. 심판 경력에 따라 2급심판(銀章裁判員, Silver Badge Referee) 1급 심판(金章裁判員, Gold Badge Referee)으로 승격된다.
첫째 날 일정은 수월하게 진행됐다. 왕 위원장이 헤이볼 경기 규칙을 일일이 설명하기보다 필자가 궁금해 하는 점에 대해 응답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한국에서 미리 헤이볼 공부를 한 덕을 봤다. 원래는 하루 일정이었는데, 오전에 마칠 수 있었다.
오후에는 심판직 수행 기법 시간인데, 왕 위원장의 설명을 듣고 필자가 이를 실습하는 식이었다. 이 과정도 원래 하루짜리인데 오후에 다 끝났다. 이틀에 걸쳐 배울 내용을 하루만에 마친 것이다. 필자의 빠른 습득에 왕 위원장이 내심 놀라는 표정이었다. 경기 규칙과 심판직 수행 기법은 포켓8볼과 유사했지만, 헤이볼만의 독특한 규칙과 관행이 있었다.
2일차에는 실습과 평가가 있었다. 이곳 학원에서 훈련하는 선수들에게 경기하도록 하고, 필자가 심판직을 수행하면 그걸 보고 왕 위원장이 평가했다. 심판보면서 익숙하지 못한 부분에서 실수했으나, 우수한 성적으로 수료증을 받았다. 이 과정 역시 반 나절만에 마쳐서, 3일짜리 교육과 평가를 1.5일만에 끝내고 조기 수료를 하게 됐다.
모든 과정을 마치자 왕 위원장은 “외국심판들이 이 학원에서 헤이볼심판과정을 많이 수료했다”며 “한국에서 온 심판은 이길남 심판이 처음“이라고 했다. 즉 필자가 한국인 1호 헤이볼 심판이라고 했다.
덕담도 잊지않았다. 많은 외국 심판을 대상으로 교육을 해왔으나, 필자 실력이 가장 뛰어났다고 말했다.
이어 왕 위원장에게서 뜻밖의 선물을 받았다. 내년 3월에 열리는 헤이볼 최고 대회인 ‘2025 헤이볼 월드마스터즈그랜드파이널’(HeyBall World Masters Grand Finals)
에 초청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제 갓 심판자격을 딴 초보심판에게 그런 큰 기회를 주다니. 고마울 따름이었다.
필자는 앞으로 국내외 당구대회에서 채택될 세부종목은 캐롬, 포켓, 스누커 그리고 헤이볼이 유력하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이미 대한당구연맹 캐롬과 포켓 심판으로 활동하고 있다. 스누커는 국내 심판자격 취득 후 2년간 공부하면서 영국 관계자 도움으로 국제대회 심판 수행 능력을 갖추게 됐다.
그러다 이번에 마지막으로 헤이볼 자격을 딴 것이다. 물론 최소한의 자격을 갖췄을 뿐이니 앞으로 많은 실전을 통해서 경험을 더 쌓아야 한다.
하지만 당구 세부종목 모두 심판 수행이 가능하게 됐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낀다. 마지막 퍼즐 조각을 맞춘 기분이다. [이길남 대한당구연맹 심판(경영학 박사)/당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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