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보호' 압박에 무릎 꿇은 인스타…유튜브도 혹시?

윤정민 기자 2024. 9. 19.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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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청소년 이용 보호 위해 '10대 계정' 도입
계정 기본 비공개 설정, 부모가 사용시간 정할 수 있어
유튜브 등 타 소셜미디어 자율규제 도입 신호탄 될지 주목
[서울=뉴시스] 19일 메타에 따르면 인스타그램은 지난 17일(현지시각)부터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등에서 18세 미만 청소년 사용자를 '10대 계정(Teen Accounts)'으로 전환하는 절차를 시작했다. (사진=메타 블로그 캡처)

[서울=뉴시스]윤정민 기자 = 메타가 청소년 이용자 보호를 위해 18세 미만 이용자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비공개로 강제 전환한다. 비공개 계정이 되면 이미 팔로우한 다른 이용자와만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으며 이들만 청소년 이용자의 게시물을 볼 수 있다. 부모가 자녀의 과도한 인스타그램 이용을 막기 위해 일별로 앱 사용시간도 제한할 수 있다.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청소년에게 중독, 극단주의 범죄 노출 등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인스타그램이 우선 자율규제에 나섰다. 페이스북 등 다른 메타 소속 SNS와 유튜브 등 다른 플랫폼에도 자율규제 확산에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19일 메타에 따르면 인스타그램은 지난 17일(현지시각)부터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등에서 18세 미만 청소년 사용자를 '10대 계정(Teen Accounts)'으로 전환하는 절차를 시작했다.

[서울=뉴시스] 19일 메타에 따르면 인스타그램은 지난 17일(현지시각)부터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등에서 18세 미만 청소년 사용자를 '10대 계정(Teen Accounts)'으로 전환하는 절차를 시작했다. 사진은 부모가 자녀 계정을 관리·감독하는 기능. 자녀의 인스타그램 사용시간을 설정할 수 있으며 자녀가 누구와 대화했는지 알 수 있다. (사진=메타 블로그 캡처)


'10대 계정'은 비공개 상태로 기본 설정된다. 이 상태가 되면 메시지(DM)를 자신이 팔로우하거나 연결(맞팔로우)된 사람에게만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청소년 이용자가 올린 게시물도 팔로우 상태가 아니면 볼 수 없다.

성적인 콘텐츠, 미용 시술 홍보 콘텐츠, 사람들이 싸우는 장면 등 민감한 콘텐츠를 시청할 수 없으며 1시간 이상 연속 사용 시 앱을 종료하라는 알림을 받는다.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수면 모드'가 활성화돼 알림이 뜨지 않는다.

16세 이상 이용자(글로벌 기준, 국내 기준 17세 이상)라면 이 설정을 해제할 수 있다. 하지만 16세 미만 이용자의 경우 부모 동의를 받아야 한다. 부모는 관리 감독 기능을 통해 인스타그램, 스레드 총이용시간을 제한하거나 특정 시간대의 인스타그램 사용을 제한할 수 있다. 자녀가 지난 7일 동안 누구에게 메시지를 보냈는지도 볼 수 있다.

메타는 이날부터 60일 안에 이들 국가의 청소년 계정을 '10대 계정'으로의 전환을 모두 마칠 예정이며 유럽은 올해 말에 조정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국 등은 내년 1월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메타는 청소년이 나이를 속여 성인 계정으로 만들려는 경우를 추적할 수 있는 기술이 있다며 악용 사례는 드물 것이라고 전했다. 인스타그램은 이미 신분증, 셀카 등을 통해 나이를 확인할 기술을 도입한 바 있다.

세계 각국서 입법 시도하는 '청소년 SNS 금지령', 인스타 대변화 이끌었다

'이용시간 1위' 유튜브도 사용 시간 제한할까

[그래픽=뉴시스] 재판매 및 DB 금지.

메타가 인스타그램에 이러한 정책을 도입한 데는 최근 청소년의 SNS 중독이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선정적·폭력적인 콘텐츠가 추천 알고리즘에 따라 청소년들에게 쉽게 노출되면서 정신건강 예방 차원에서 이들의 SNS 사용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세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 호주 정부가 최근 올해 안에 SNS 연령 제한법 도입 방침을 밝혔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도 지난 5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이 미성년자에게 중독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며 디지털서비스법 위반 여부 공식 조사에 착수했다.

미국의 경우 주정부들이 청소년 정신건강 이슈를 놓고 메타와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AP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 콜로라도주 등 33개 주정부는 메타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알고리즘, '무한 스크롤' 등 기능으로 미성년자에게 정신건강에 피해를 주고 있다며 지난해 10월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미성년자들이 SNS에 더 오래 머무르고 반복적으로 사용하도록 설계했으며 '좋아요' 버튼 등도 10대 자아 형성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는 지적이다.

국내에서도 SNS 규제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청소년의 SNS 일별 이용 한도 등을 담은 정보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14세 이상인 청소년부터 SNS에 가입할 수 있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처럼 세계 곳곳에서 인스타그램을 압박하는 수위가 높아지면서 스스로 꼬리를 내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담 모세리 인스타그램 최고경영자(CEO)는 뉴욕타임스(NYT)에 "(이번 정책 도입으로) 10대 이용자 증가·참여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겠지만 우리는 위험을 감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달 20세 미만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들이 가장 오래 사용하는 앱으로 유튜브가 꼽혔다. 총사용시간이 156억3000만분이다. 동영상 기반 소셜미디어라는 점을 고려해도 다른 앱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인스타그램은 60억8000만분으로 2위, 카카오톡(26억8000만분)과 틱톡(24억8000만분)이 뒤를 이었다. (사진=와이즈앱·리테일·굿즈 제공)

NYT 등 주요 외신은 인스타그램의 이번 자율규제 강화에 대해 최근 수년간 보인 변화 중 가장 큰 변화라고 평가했다. 메타가 운영하는 페이스북에도 인스타그램의 이번 정책과 유사한 정책이 도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가운데 유튜브 등 글로벌 플랫폼에도 인스타그램과 같은 방식의 자율규제 도입에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유튜브는 국내외 청소년이 자주 이용하는 플랫폼 중 하나로 꼽힌다. 국내 기준으로만 해도 유튜브는 20세 미만 청소년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소셜미디어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달 20세 미만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들이 가장 오래 사용하는 앱으로 유튜브가 꼽혔다. 총사용시간이 156억3000만분이다. 동영상 기반 소셜미디어라는 점을 고려해도 다른 앱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인스타그램은 60억8000만분으로 2위, 카카오톡(26억8000만분)과 틱톡(24억8000만분)이 뒤를 이었다.

이러한 인기를 자랑하는 유튜브도 메타와 마찬가지로 청소년 중독 문제로 미국 정부와 법적 공방을 펼치고 있다. 뉴욕시에 따르면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은 지난 2월 틱톡,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스냅챗, 유튜브 등 5개 소셜미디어 플랫폼 운영 기업을 상대로 청소년 SNS 중독 대응 방안을 마련하라며 캘리포니아주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인스타그램의 자율규제 도입으로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에도 청소년 SNS 규제 방지 압박에 더 옥죌 것으로 보인다.

☞공감언론 뉴시스 alpac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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