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인하에 중국이 웃는 이유 [e차이나]

이명철 2024. 9. 19.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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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50bp 인하 ‘빅컷’ 단행, 고금리 기조서 전환
中-美 금리 격차 줄어, 대출우대금리·지준율 인하 예상
증시 자금 유입도 기대…부동산 등 문제 해결은 시급

[베이징=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하며 오랫동안 이어진 고금리 정책 기조를 전환했다. 미국의 금리 인하에 반색하는 곳은 중국이다. 수요 회복을 위한 유동성 공급이 필요했던 중국은 미국과 금리 격차가 줄어들면서 통화정책에 숨통이 트이게 됐다. 하지만 중국의 기본적인 경기 침체 원인인 부동산 문제 해결이 먼저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래픽=게티이미지뱅크)

美 추가 금리 인하 시사, 中도 인하 여지 커져

연준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거쳐 기준금리를 기존 5.25~5.50%에서 4.75~5.0%로 50bp(1bp=0.01%포인트) 내리기로 했다고 18일(현지시간) 밝혔다. 연준이 금리를 낮춘 것은 2020년 3월 이후 3년 6개월만이다.

중국 주요 매체들도 연준의 금리 인하 결정을 연이어 보도하며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연준은 최근 몇 달 동안 미국 인플레이션이 완화되고 고용 시장이 약화 조짐을 보임에 따라 정책 전환에 대한 압박을 받고 있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는 중국 입장에서는 일단 반가운 소식이다. 코로나19를 겪으며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를 올린 주요국과 달리 중국은 수요를 진작하기 위해 저금리 정책을 유지했다. 이에 미국과 금리 격차가 벌어졌다.

2020년 3월만 해도 미국의 기준금리는 0.25%로 중국의 사실상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 1년물(4.05%)보다 크게 낮았다. 하지만 지난달 기준 미국 기준금리는 5.25%포인트나 상승한 반면 중국 LPR 1년물은 0.7%포인트 낮아지면서 금리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미국의 금리가 높아지면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위안화는 약세를 보였고 이는 중국 내 자금 유출과 증시 하락으로 이어졌다.

추가 금리 인하가 필요했던 중국은 미국의 금리 정책 기조를 살피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는데 이번 연준의 빅컷(50bp 인하)과 추가 인하 가능성으로 통화정책 여지가 생기게 된 것이다.

중국 증권사 상하이푸동발전은행(SPDB) 인터내셔널의 진샤오원 연구원은 “다음 경제지표 발표가 미국의 경기 침체 조짐을 반영한다면 실제 금리 인하 폭이 전망치보다 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올해 75bp 추가 금리 인하가 있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일단 당장 오는 20일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LPR 발표에 이목이 집중된다. 현재 LPR은 7월 한차례 인하 후 현재 1년물 3.35%, 5년물 3.85%를 유지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인민은행이 이달 LPR을 동결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지만 연준 빅컷에 따라 어떤 반응을 보일지가 관심사다.

中 경기 침체 심각, 통화정책 등 대응에 주목

LPR을 인하하지 않더라도 은행의 지급준비율(RRR) 인하 가능성도 높다. 인민은행은 최근 RRR 인하 여력이 충분하다며 인하를 시사했는데 RRR을 낮추게 되면 그만큼 시중에 유동성 공급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신화통신은 국내 거시 환경 관점에서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물가, 부동산은 여전히 위축되고 있어 통화정책의 노력과 더 큰 정책 조정이 시급하다며 RRR 인하가 머지않았음을 내다보기도 했다.

중화권 증시 자금 유입도 기대된다. 핑안증권의 웨이 웨이 연구원은 “연준의 금리 인하와 글로벌 금융 여건은 당분간 계속 완화돼 신흥국 중앙은행의 완화정책 정책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런 사이클에서 투자자들은 더욱 매력적으로 변할 신흥 시장에 대한 익스포저를 늘릴 수 있다”고 예측했다.

실제 이날 현재 중국 본토 증시의 상하이종합지수와 선전종합지수는 전거래일대비 각각 0.72%, 1.96% 오른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 홍콩 증시의 항셍종합지수와 H지수도 같은 기간 각각 1.13%, 1.27%의 상승폭을 기록 중이다.

다만 중국의 경기 침체 신호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어 단순히 미국의 금리 인하로 전세가 역전되기는 힘들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중국의 8월 산업생산과 소매판매는 전년동월대비 각각 4.5%, 2.1% 증가에 그쳤고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수개월째 0%대 상승세에 머물고 있다.

특히 부동산 시장 회복을 위한 다양한 조치가 나오고 있음에도 주택가격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블룸버그는 칼럼을 통해 “중국은 현재 장기적인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부동산 시장 침체, 부채 등 불황의 모든 증상을 겪고 있다”며 “부채를 바탕으로 성장한 중국 경제는 통화정책만으로 반등하기가 더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명철 (twomc@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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