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으로 “2년 차엔 우승”? 포스테코글루의 ‘근자감’ [PL 와치]

김재민 2024. 9. 19.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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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김재민 기자]

'근거 없는 자신감'

토트넘 홋스퍼는 9월 19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코번트리에 위치한 코번트리 빌딩 소사이어티 아레나에서 열린 코번트리 시티와의 '2024-2025 잉글랜드 카라바오컵' 3라운드 경기에서 2-1로 역전승했다.

토트넘은 2부리그 팀인 코번트리를 상대로 선제 실점한 후 후반 막판 연속 득점으로 기사회생했다.

전술적으로 토트넘이 고전한 경기였다. 하부리그 팀을 상대로 볼 점유율은 높았지만 실속이 없었다. 전반전에는 70%가 넘는 점유율에도 슈팅이 단 하나도 없었다. 후반 들어서는 측면 뒷공간을 노리는 코번트리의 역습에 고전했고 선제 실점까지 내주며 탈락 위기까지 몰렸다.

결과적으로 승리는 가져갔지만, 내려앉은 팀을 상대로 대책이 없는 지공 전술 부재, 센터백 2명만 후방에 남겨 역습에 취약한 수비 형태 등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토트넘 집권기 내내 보여준 문제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상대가 2부리그 팀이었으니 망정이다. 수준이 조금만 높았더라도 패전을 벗어나기 힘들었을 경기다.

이날 경기에 앞서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뱉었던 "2년 차에는 항상 우승했다"는 발언이 재조명된 바 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브리즈번 로어에서 호주 A리그 우승, 호주 국가대표팀에서 아시안컵 우승, 요코하마 F. 마리노스에서 일본 J리그 우승, 셀틱에서 스코틀랜드 프리미어십 우승을 달성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오기 전에도 우승이 '정배'였던 팀은 셀틱 하나다. 물론 셀틱도 다른 감독 시절에는 '무관'으로 시즌을 마친 적이 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이전 업적까지 폄하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토트넘에서는 얘기가 다르다. 토트넘에서도 2년 차 우승을 자신한다고 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 근거는 결국 경기력과 성적이다. 승격팀 레스터 시티와 무승부, 뉴캐슬 유나이티드, 아스널과의 빅매치에서 연패, 2부리그 코번트리에 진땀 역전승을 거둔 팀으로 우승을 한다고 말한다면 어폐가 있다.

물론 지난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5위는 좋은 성적이다. 토트넘은 직전 시즌 8위였던 팀이고, 프리미어리그 통산 3회 득점왕 해리 케인이 떠나면서 전력도 더 약화된 상태였다. 조세 무리뉴, 누누 에스피리투 산투, 안토니오 콘테를 거치며 지루한 수비 축구 철학이 스며들었던 토트넘에 공격 축구 철학을 이식한 것도 분명한 성과다. 부임 첫 해부터 유의미한 변화와 성과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 해도 리그 우승은 무리다. 현실적으로 토트넘이 맨체스터 시티, 아스널, 리버풀 등을 제치고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차지할 거라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그렇다면 카라바오컵, FA컵, 유로파리그에서의 우승 가능성을 따질 수 밖에 없다.

일단 지난 시즌보다는 우승에 도전할 기회가 늘어나긴 했다. 유럽 클럽 대항전에 출전하지 않았던 지난 시즌과 달리 이번 시즌 토트넘은 UEFA 유로파리그에 나선다.

유로파리그의 난이도도 과거보다 쉬워졌다. 지난 시즌까지는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 조 3위에 그친 팀들이 유로파리그 토너먼트로 내려왔다. 이 때문에 지난 2022-2023시즌에는 바르셀로나, 유벤투스, 바이어 레버쿠젠, 세비야와 같은 강팀이 유로파리그 토너먼트에 합류했고, 세비야가 최종 우승까지 차지했다.

이번 시즌부터는 유럽 클럽 대항전이 대대적으로 개편되면서 상위 대회 탈락 팀이 하위 대회에 합류하는 방식이 사라졌다. 토트넘 정도의 전력이라면 최소 기대치를 4강으로 잡을 만하다. 객관적 전력에서 토트넘은 이번 시즌 유로파리그 최상위권 팀이다.

그러나 승격팀과 2부리그 팀에도 고전하는 팀, 상위 7개 팀(맨시티, 아스널, 리버풀, 아스톤 빌라, 맨유, 첼시, 뉴캐슬)과의 맞대결에서 무려 7연패를 기록 중인 팀이라면 단기 토너먼트에서도 우승을 기대하긴 어렵다. 결국 토너먼트에서도 상위 라운드에서는 비슷한 전력의 빅클럽을 만나야 하는데, 지금껏 빅매치에서 무력한 수준이었던 토트넘이 빅매치에서 연전연승할 거라는 기대감은 들지 않는다.

부임 초기인 지난 시즌 전반기에는 승승장구하다가 후반기에 성적이 떨어진 것이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단조로운 전술이 읽힌 까닭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았는데, 이번 시즌 들어서도 그 문제가 지속되는 모양새다. 개선이 없다면 "2년 차 우승"은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이다. 지금과 같은 성적이 이어진다면, 우승 트로피보다 감독 경질이 더 가깝다.(사진=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

뉴스엔 김재민 jm@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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