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동분서주', 의료계 '색안경'…의정협의체 물 건너가나

천선휴 기자 2024. 9. 19.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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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 여부 두고 국민의힘 vs 박단 전공의 대표 충돌
의료계 "정치권, 책임 회피 급급 어떻게 이용해 먹을까 골몰"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오른쪽)와 추경호 원내대표가 19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체코로 출국하는 윤석열 대통령을 환송하고 있다. 2024.9.19/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앞장서서 추진하고 있는 여야의정협의체 출범이 갈수록 동력을 잃고 있다. 한 대표는 추석 연휴 기간에도 의료계 인사들을 일대일로 접촉하며 협의체 참여를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작 의료대란 해결의 키를 쥐고 있는 전공의들과의 관계가 더욱 벌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오후 자신의 SNS에 "한동훈 당 대표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유감"이라면서 "당 대표 출마 전인 6월 초에도, 당 대표 당선 직후인 7월 말에도, 언론에서는 대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던 한 대표는 지속적으로 만남을 거절했다"며 한 대표를 저격했다.

그러면서 박 비대위원장은 "읍소는커녕, 단 한 번 비공개 만남 이후 대전협은 한 대표와 소통한 적 없다"며 "거짓과 날조 위에 신뢰를 쌓을 수는 없다"고 했다.

박 비대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지난 13일 정광재 국민의힘 대변인이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한 대표가) 박단 비대위원장과 줄곧 소통해 오고 있고 정말 읍소 수준의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한 데서 비롯됐다.

정 대변인은 당시 인터뷰에서 "당연히 전공의의 복귀 없는 의료 갈등은 해결하기 어렵다"며 "그러니까 가장 대표성을 가진 분과 이야기를 안 하면서 이 문제를 해결해 보겠다라고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한 대표가 거의 읍소 수준으로 협상장에 돌아올 것을 요청드리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쉽게 돌아오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정 대변인의 말처럼 정치계, 의료계 모두 이번 의정갈등 해결의 핵심 키를 쥐고 있는 것은 전공의와 의대생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의 주장과는 다르게 전공의 대표는 소통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직격한 것이다.

이에 한지아 수석대변인은 18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저희가 전공의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는 의료계 단체 주요 인사들과 만나 간접적으로 사직 전공의의 어려움을 청취했다"며 "직접적으로 사직 전공의들과 연락해 만남과 소통을 하려 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현재 어느 (의료) 단체도 대표성을 갖기 어렵다"며 "박 위원장처럼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분이 저희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 의료계 관계자도 "한 대표가 불철주야 뛰어다니면서 의사 단체들을 설득해 협의체가 출범한다고 한들 전공의, 의대생이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지 않으냐"며 "애초에 선배 의사 단체들은 후배들을 지지하기로 했고, 만에 하나 협의체가 출범해 뭘 협의했다고 해도 후배들이 들을 리도 만무하다. 중요한 건 전공의들과의 소통"이라고 말했다.

김종혁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박단 비대위원장이 한동훈 대표와 소통한 적 없다고 비판한 것과 관련해 "6월은 한 대표가 당 대표 후보도 아니었던 자연인 신분이었고, 7월23일 당 대표에 취임한 직후에는 다 알다시피 아주 어려웠던 시기였다"면서 "6월, 7월에 안 만나줬다고 비난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봐서는 맞지 않는 얘기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이 지난달 2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공공범죄수사대에서 참고인 조사를 위해 경찰에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모습. 2024.8.21/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전공의와의 소통에는 진전이 없지만, 한 대표는 추석 연휴에도 협의체 출범을 위해 의료계와의 만남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17일엔 서울 도곡동 자택 인근에서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관계자들을 만나 여야의정협의체 참여를 제안했지만 이렇다 할 소득은 없었다.

의료계는 한 대표의 이 같은 행보에 날선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한동훈 대표도 언론에 말하는 것과 실제 행동은 완전히 다르다. 대화와 문제 해결에는 관심이 없고 어떻게든 책임을 회피하고 이용해 먹을까 생각에 골몰하는 사람들"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일단 협의체를 만들어 놓은 후 결과에는 관심도 없고 '우리는 할 일 다했는데 전공의가 문제다. 의료계가 문제다' 이렇게 몰고 갈 확률이 100% 확실하다"며 "애초 한 대표가 문제 해결에 관심이 있다면 협의체 이런 거 제안하지 않는다. 정면으로 윤석열 대통령을 비판하고 해결하라고 했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의 한 의대 교수는 "여당은 젊은 의사들에게 한 대표가 모양 내려는 협의체에 들러리를 서달라고 읍소할 게 아니라 일관되게 주장해온 '전공의 7대 요구사항'에 대한 해법을 들고 와야 한다"며 "정말 국민의 대표라면 반복되는 행정부의 거짓 발표와 왜 직업 선택 제한 등 기본권을 제한하는 초법적 횡포를 저질렀는지 책임자 문책을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sssunhu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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