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전쟁 새 단계’ 선언···헤즈볼라에 “병력 이동 중” 경고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통신 수단으로 사용하던 무선호출기(삐삐)가 일제히 폭발하며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폭발 공격의 배후로 지목된 이스라엘이 전쟁이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선언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1년 가까이 전쟁을 이어온 이스라엘은 전쟁의 중심 축이 가자지구에서 레바논과 국경을 맞댄 이스라엘 북부로 이동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병력을 이동시키며 헤즈볼라를 압박하고 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18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북부에 있는 라맛 다비드 공군기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중력의 중심이 북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면서 “나는 우리가 새로운 전쟁 단계의 시작점에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갈란트 장관은 “우리는 당분간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이 전쟁에서 엄청난 용기, 결단력, 그리고 인내심을 요구한다”면서 “북부 전선에서 이스라엘의 전쟁 목표는 명확하고 단순하다. 북부 지역 피란민들을 집으로 돌려보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이스라엘 안보 내각은 전날 레바논 국경지대에서 대피한 이스라엘 북부 주민들이 안전하게 귀환할 수 있도록 헤즈볼라의 공격을 중지시키는 것을 공식적인 ‘전쟁 목표’에 추가했다.
내각의 이 같은 결정 몇 시간 만에 레바논에선 헤즈볼라 구성원들이 소지한 호출기가 연쇄적으로 폭발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레바논 정부와 헤즈볼라는 폭발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했고, 미국 정부 당국자들도 이를 이스라엘 정보기관의 소행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미 언론들이 전했다. 이스라엘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2800여명의 사상자를 낳은 이번 사건 이후 갈란트 장관이 ‘새로운 전쟁 단계’를 거론하면서 일부 외신은 이를 폭발 사건 개입을 인정하는 발언으로 해석했다.
미 CNN은 갈란트 장관의 발언을 소개하며 “이 발언은 중동을 다시 확전 위기의 가장자리로 몰아넣은 이번 작전에서 이스라엘의 역할을 암묵적으로 시인한 것”이라고 논평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북부 전선으로 전쟁의 무게추를 옮기며 헤즈볼라와 전면전을 단행할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스라엘군은 최근 가자지구 전쟁에서 주력 부대로 활용했던 98사단을 북부 레바논 국경지대로 이동 배치했다.
https://www.khan.co.kr/world/mideast-africa/article/202409180812001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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