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람의 판소리는 명불허전이었다…여운 남긴 '노인과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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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는 관객의 추임새로 완성됩니다. 자, 해보시겠어요? '얼씨구' '아 좋~다' '으흠↗'. 21세기 추임새도 있습니다. '헐' '대박'이요(웃음)."
그럼에도 "노인은 손의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두시면 짐을 챙겨 바다로 나아갈 것"이라고 이자람은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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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정수영 기자 = "판소리는 관객의 추임새로 완성됩니다. 자, 해보시겠어요? '얼씨구' '아 좋~다' '으흠↗'. 21세기 추임새도 있습니다. '헐' '대박'이요(웃음)."
지난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 소리꾼 이자람은 이렇듯 관객에게 유쾌하게 추임새를 유도한 뒤 객석을 순식간에 쿠바의 한 바다로 데리고 갔다.
미국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를 새롭게 해석해 판소리로 재탄생시킨 것. 각색과 작창(作唱)을 모두 도맡았으니, 그야말로 이자람 버전의 '노인과 바다'인 셈이다. 이 작품은 2019년 11월 두산아트센터에서 초연했는데, 국립극단이 올 8~9월 '명작 초청' 공연을 열면서 관객과 다시 만나게 됐다.
'노인과 바다'는 쿠바의 작은 어촌 코히마르 마을에 사는 어부 산티아고의 이야기다. 평생을 바다 위에서 외줄낚시 하며 살아온 노인인데, 운이 다했는지 그의 배에 좀처럼 고기가 찾아오지 않는다. 85일째 되는 날, 노인에게 마침내 커다란 청새치가 찾아온다.
노인이 청새치와 맞붙는 대목이 압권이다. "고기다, 물어라 정어리 다리를 덥석 물어라", "홱 퍽! 타르르르르/ 노인의 손바닥을 쓸며 낚싯줄이 타르르르르르르 풀려나간다", "노인이 남아있는 모든 자존심과 긍지 모든 기운을 끌어모아 낚싯줄을 다시 당긴다, 살아온 모든 삶을 몽땅 쏟아 낚싯줄을 당긴다." 객석에도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큰 웃음도 선사한다. 노인이 다랑어를 잡아 회 쳐 먹는 대목에서 "이 양반은 옛날 쿠바 양반이라 와사비는 모를 것이다/ 회에는 역시 와사비와 간장인데 그런 것이 있을 리가 있나"하고 이자람이 너스레를 떨자, 관객은 일제히 폭소를 터뜨렸다.
그러나 청새치를 손에 넣은 기쁨은 잠시뿐. 청새치가 흘린 피 냄새를 맡고 몰려든 상어 떼와의 사투가 시작됐다. 이자람은 산티아고의 심정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야 이 죽일 놈들아! 작살을 손에 들고 정수리를 푹, 푹/ 상어들이 바다 밑으로 보그르르르르르." 청새치는 더 이상 뜯길 살이 없을 정도로 너덜너덜해졌고, 상어와 맹렬한 싸움을 벌인 노인의 두 손은 상처로 가득했다.
그럼에도 "노인은 손의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두시면 짐을 챙겨 바다로 나아갈 것"이라고 이자람은 이야기한다. 그리곤 덧붙인다.
"삶이 갑자기 꽃가루를 뿌려주건/ 갑작스레 모든 것을 빼앗아 가건/매일 찾아오는 아침과 밤을 헤쳐 나가는 우리들이 그렇듯이/ 어부는 바다로 소리꾼은 판으로." 날마다 삶이라는 전투 현장에 나서는 이들을 위한 담담한 응원이자 격려였다.
이 엔딩장면이 주는 감동이 묵직했다. 목울대가 뜨거워진 관객들이 객석 곳곳에서 눈물을 훔쳤다. 손수건에 얼굴을 묻고 흐느끼는 관객도 보였다.
2시간 20분의 공연을 마친 뒤 이자람은 환하게 웃은 뒤 고개 숙여 관객에게 인사했다. 박근영 고수(鼓手)와 함께 퇴장하는 그의 뒷모습을 보는데, 이 공연을 처음부터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여운이 짙었다.
js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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