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영 "손흥민 선수 팬, 축구 보며 긍정적으로 바뀌어" [인터뷰+]
배우 이세영이 축구를 보고, 응원하면서 연기자로서의 생활도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세영은 1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사랑 후에 오는 것들' 인터뷰에서 "저는 홍이보다 회복탄력성이 좋은 편이라 저와는 다른 모습은 있었다"며 "축구를 보면서 긍정적으로 바뀐 거 같다"고 말했다.
이세영은 손흥민의 팬임을 밝히며 "이번 초청 경기도 전체 다 봤다"며 "너무 재밌었다"면서 환한 미소를 보였다. 하지만 손흥민과 장거리 연애를 묻는 짓궂은 질문에 "손흥민 선수는 국가적으로 위상이 드높아서 쉽지 않을 거 같다"고 답해 폭소케 했다.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은 한국의 공지영 작가, 일본의 츠지 히토나리 작가의 동명 한일합작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운명 같던 사랑이 끝나고, 모든 것을 잊은 여자 홍(이세영 분)과 후회로 가득한 남자 준고(사카구치 켄타로 분)의 사랑 후 이야기를 그린 감성 멜로드라마다.
이세영은 극 중 이세영은 홍 역할을 맡아 일본 유학 시절 운명처럼 나타난 첫사랑 준고와 함께인 시절에는 사랑스러움과 싱그러움을, 이별 후 한국에 돌아와 준고와의 시간을 잊은 채 살아갈 때는 성숙함과 외로움을 그려낼 예정이다.
이세영은 준고와의 러브스토리에 "타지에서 외국인들끼리 하는 사랑이지만, 본능적으로 느끼는 감정적인 부분은 이 사람을 만나 사랑에 빠지는 거라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며 "'외국인'보다는 그냥 '이 사람'을 사랑했다고 생각하고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축구 선수와의 장거리 연애에 대해서도 눈을 반짝이며 "전 영국파인거 같다"고 답해 폭소케 했다. 다음은 이세영과 일문일답
▲ 정통멜로는 처음이라고 했다.
항상 전작과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작품에 임한다. 이번엔 둘의 사랑 얘기가 아름다웠고, 넷플릭스 '서울대작전'으로 맺게된 감독님과 인연도 신기했다. 쉽지 않겠지만 재밋고 성장할 수 있을 거 같았다. 성격적으로는 홍이와 비슷하고, 그런 성격은 아니지만, 이 인물을 그려내면서 둘의 사랑 얘기를 표현하고 싶었다.
▲ 홍이라는 캐릭터가 '요즘 아이' 느낌은 들지 않는다.
과거의 홍이가 기죽지 않고, 씩씩하고, 꿈도 많고 서툴더라도 이것저것 도전하는 모습이 좋았다. 그리고 가장 큰 매력은 솔직함이다. 바뀐 홍이를 생각하면 '왜 그렇게 마음을 닫았을까' 싶기도 했다. 저는 상처를 받아도 회복 탄력성이 좋아 시작하는데, 그게 좀 달랐다. 작품을 하면서 현실 연애 같은 생각이 들 수 있도록 했다. 제가 보고 자란, 크면서 본 멜로드라마의 교본 같은 느낌이었다. 그전 '정통 멜로'라 '이런 건 안 해봤지' 싶었고, 감독님 감성으로 아름답게 표현해주실 거 같았다. 전 연령대가 '공감이 안 될까' 이런 생각은 하지 않았다. 과거에 나온 작품이니 '다를까' 이런 생각도 하지 않았다.
▲ 일본어도 많이 해야 했다. 그 부분에 대한 부담은 없었나.
촬영을 준비하면서 고민을 많이 했는데, 대본을 봤을 땐 '홍이'라는 이름도 예뻤다. 국적이 다른 사람과 다른 언어로 연기를 하는 것에 대한 설렘이 더 컸다. 그러다 촬영 준비하면서 '아, 이게 쉽지 않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상대방의 연기를 보면서 하는 리액션도 있는데, 그게 너무 죽겠더라.(웃음) 저는 웃고 있어도 속이 타들어 가고, 식은땀 흘리고, 초반엔 그랬다. 일본어는 대사만 할 줄 안다. 그 밖의 회화는 한국 스태프보다도 못한다.
▲ '촬영 중 외로웠다'고 했는데, 언어 때문에 외로움을 느꼈을까.
저는 계속 다른 대사를 생각했어야 했으니까. 홍이는 타국에서 외로움을 느꼈던 거고, 저는 촬영할 때 조금 그랬다는 거고, 크게 외롭진 않았다.(웃음)
▲ 정통멜로를 해보니 어떤가?
연애를 하면 언어가 빨리 늘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켄타로 배우와도 친해져야 하니 메시지를 보내는데, 일본어를 번역하면서 보내곤 했다. 더불어 현장에서 함께 있다 보니 감정적으로 통하는 부분들도 있더라.
▲ 켄타로 배우가 한국에서 왜 인기 있는지 모른다고 하더라.
잘생긴 외모를 빼놓을 수 없을까.(웃음) 우수에 찬 눈빛이 있고, 생기가 넘치고 자신이 열정 있는 분야에 대해서는 에너지 있고 소년같은 부분이 있다. 피터팬같고, 성숙하지만 순수함을 잃지 않는 모습이 있어서 더 매력적이라고 했다. 연기할 때 가장 큰 개연성은 얼굴 같다. 준고가 베시시 웃으면 현장의 사람들도 사랑에 빠지는데 어떻게 홍이가 안 빠졌겠나.
▲ 일본에서 인기 많지 않았나.
저는 편하게 다녔다. 머리 따고 다녔으면 알아봤을 거 같은데(웃음) 쉬는 날 재밌게 잘 보냈다. 일본에서 켄트로 상이 추천해준 밥집 겸 맥주집을 갔었다.
▲ 상대역으로 연기하다보니 한국 배우와 일본 배우의 차이가 있었을까.
그 차이가 사람 개개인의 특징만큼 달랐던 거 같다. 장난도 많이 치고, 현장도 재밌었다. 촬영 준비 하기 전에 처음 만나 대본 얘기를 가볍게 했는데, 한국 입장에서는 준고가 표현하지 않는 게 '무뚝뚝하다'고 생각하는데, 일본에서는 굉장히 다정한 편이더라. 그렇게 받아들이는 거 자체가 신기하고 놀랐다. 칸나 상과도 얘기를 해도 '켄타로 같이 다정한 배우는 처음 봤다' 이런 말을 했다. 현장에서 챙겨주는 세심한 모습이 그랬다.
▲ 국제 연애에 대한 견해가 달라졌을지도 궁금하다.
영화나 이런 걸 보면, 남 일일 땐 '쉽지 않겠다' 이런 생각을 했다. 그런데 전 한국에 있으면서도 명절에나 보고 안 간다.(웃음) 그냥 안 만나고, 잘 안 나가는 거지. 국적이 달라도 사랑한다면 할 수 있겠다 싶었다. 그런데 성향마다 홍이처럼 외로움이 큰 사람이 많겠다 싶긴 했다. 안 해봤으니 할 수 있는 말인 거 싶긴 하다.
▲ 국제 연애의 감정을 이해하기 위해 참고한 것들이 있을까.
그런 건 없었다. 제가 표현하는 언어가 일본어다 보니 제가 생각하는 감정 자체가 일본어여야 했다. 아예 다르다고 생각했다. 말이 가진 힘이 있어서 대사를 한국으로 바꾼다고 하면 '일본어로 하는 게 낫겠다'고 했다. 타지에서 외국인들끼리 하는 사랑이지만, 본능적으로 느끼는 감정적인 부분은 이 사람을 만나 사랑에 빠지는 거라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외국인'보다는 그냥 '이 사람'을 사랑했다고 생각하고 연기했다.
▲ 연기자로 활동하면서 회복탄력성을 얻게 된 게 쉽지 않지 않나.
축구를 좋아하면서 그렇게 된 거 같다. 땀 흘린 만큼 결과가 나오고, 목표에 도달하지 못해도 괜찮다는 걸 알았다. 선수들을 보며 애틋함이나 이런 게 공존했던 거 같다. 메시, 호날두랑 비교하며 불행하게 살 순 없으니까. 그러면서 '단순한' 삶에 생각하게 됐다. 축구에 처음 빠지게 된 건 손흥민 선수가 계기가 됐다. 손흥민 선수가 한창 활약할 때 기사를 보고, 찾아보게 됐는데 점차 많은 경기를 보고, 리그 경기도 보고, 직관도 하고 그렇게 됐다. 손흥민 선수의 팬으로 자꾸 보다 보니 토트넘도 응원하게 됐다. 토트넘과 처음 사랑에 빠진 이후에 항상 어려움은 있었지만, 응원한다.(웃음)
▲ 풋살도 하지 않나.
FC루머 소속인데, 아직도 등번호 99번이다. '카이로스' 때부터 계속하고 있다.
▲ '얼굴이 개연성'이라고 했는데, 외모를 보고 반했던 축구선수가 있나. 이들과 장거리 연애는 어떤가.
데이비드 베컴. 전 영국파인거 같다. 그런데 결혼하셨고, 다들 여자친구가 있다. 손흥민 선수는 위상이 드높아서 쉽지 않을 거 같다. 이번에 쿠팡의 손흥민 선수 초청 경기는 다 갔다. 너무 행복했다.(웃음)
▲ 홍이의 사랑과 이세영의 사랑은 어떤 공통점과 차이가 있을까.
과거에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건 닮았는데, 현재에 갈등이 큰데 그 부분은 다른 거 같다. 어른들이 '어차피 떠나는데 잡는다고 잡히겠냐'고 하지 않나. 쿨하게 보내줘야 나중에 봐도 쿨하게 볼 수 있을 거 같고. 무엇보다 이 세상에 좋은 사람이 많지 않나.
▲ 사극을 많이 해서 '확신의 중전상'이라고도 불리지 않나.
부담 갖는다고 해결되는 거 아니니 좋게 생각하려 한다. 그리고 중전이 낫다. 신분이 낮으면 항상 무릎 꿇고 있어야 한다.(웃음) 배우라는 직업이 좋은 게 쉽게 경험하지 못하는 걸 밀도 있게 할 수 있어서 이것저것 다 해보고 싶다.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다양하게 도전해야 기본기가 탄탄해져서 나중에 연기를 하더라도 쓰임새가 있지 않을까 싶다.
▲ 회사에서 '라이프스타일팀장'인데, 무슨 일을 할까.
청소하는 거다. 제가 외근이 잦아져서 자리가 없어졌다. 명함도 개별적으로 만든 거다. 팀원도 없다. 이런 직함이 있는지 모르는 분들도 있다.(웃음)
▲ 다음 달에 '텐트 밖은 유럽'도 첫 방송이다.
너무 재밌었고 아쉬웠다. 기간이 짧았다. 더 곱씹고 느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그래도 프로그램을 통해 쉽게 가보지 못했을 곳들을 가봤다. 제가 이번에 맡은 역할이 혼혈아 설정이라 절대 타면 안되서 계속 선스프레이를 바르면서 땀에 절어서 다녔다.
▲ 나이는 어리지만, 연차는 중견배우다. 배우로서 중심을 잡기 위해 어떤 일상을 살아가고 있을까.
행복하려고 노력한다. 사소한 것에서도 행복을 찾으려 하고, 비교하지 않으려 하고, 저와의 기록 싸움을 하듯, 그게 저를 발전하게 만들고 성장하게 하는 거 같다. 타인을 보며 순수하게 '부럽다', '멋있다' 하긴 하지만, '이걸 닮도록 해봐야겠다' 이런 쪽으로 생각하는 거 같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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