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즈볼라 삐삐 이어 무전기도 연쇄 폭발… 중동 확전 우려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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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무력 충돌해 온 이슬람 무장 정파 헤즈볼라의 근거지 레바논에서 무선호출기(삐삐)와 무전기가 이틀 연속으로 대량 폭발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레바논의 한 고위 안보 소식통은 이스라엘의 해외 정보기관 모사드가 수개월 전 헤즈볼라가 사들인 삐삐 5000개에 폭발물을 심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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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무력 충돌해 온 이슬람 무장 정파 헤즈볼라의 근거지 레바논에서 무선호출기(삐삐)와 무전기가 이틀 연속으로 대량 폭발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틀에 걸친 폭발로 인해 최소 32명이 숨지고 3500명 넘게 다친 가운데, 이스라엘이 배후로 지목되면서 중동 확전 우려가 커지고 있다.
17일(현지 시각) 레바논 남부와 동부 베카밸리, 수도 베이루트 남부 교외 등 헤즈볼라 거점 지역을 중심으로 무장대원이 사용하는 삐삐 수백 대가 동시에 폭발했다. 오후 3시 30분부터 한 시간가량 이어진 폭발로 어린이 2명을 포함해 12명이 사망하고 3000명이 다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부상자 가운데 200여 명이 중태라 사망자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튿날인 18일에도 수도 베이루트를 포함한 여러 지역에서 비슷한 폭발이 일어났다. 이번에는 헤즈볼라가 사용하는 휴대용 무전기가 연쇄 폭발했다. 전날 숨진 헤즈볼라 대원의 장례식 행사에서도 무전기가 터진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통신은 무전기 폭발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20명, 부상자는 450명 이상이라고 전했다.
17일 폭발한 무선호출기는 대부분 ‘AR924′라는 기종인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사는 대만의 골드 아폴로로 돼 있다. 그러나 골드 아폴로 측은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제조 업체에서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 방식으로 우리 브랜드를 붙인 것이며 우리는 이 사건과 무관하다”고 밝혔다. 앞서 헤즈볼라 최고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는 지난 2월 이스라엘이 위치 추적과 표적 공격에 활용할 수 있다며 휴대전화를 쓰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헤즈볼라는 최근 몇 달 동안 무선호출기를 도입해 왔으며 무전기도 비슷한 시기에 도입된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레바논으로 향하기 전 무선 호출기와 무전기에 폭발물이 삽입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AP통신은 “무선호출기 폭발 사건은 오랫동안 계획된 작전”이라며 “(배후자가) 공급 과정에서 레바논으로 기기가 배달되기 전 장치에 폭발물을 설치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정확히 어떤 과정에서 조작이 이뤄졌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이틀에 걸친 폭발 사고에 대해 이스라엘 측은 아무런 입장을 내고 있지 않지만, 이번 공격의 주체로 지목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CNN 등 주요 언론들은 당국자들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배후로 지목됐다고 보도했다. 레바논의 한 고위 안보 소식통은 이스라엘의 해외 정보기관 모사드가 수개월 전 헤즈볼라가 사들인 삐삐 5000개에 폭발물을 심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와 강도 높게 무력 충돌해 왔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을 비난하면서도 당황한 모습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헤즈볼라 관계자를 인용해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분쟁이 1년 가까이 계속돼 온 가운데 가장 큰 보안 사고”라고 전했다. 헤즈볼라는 성명을 내고 “우리는 이전과 같이 가자지구를 지원하는 작전을 계속할 것”이라며 “이는 17일 레바논 국민을 학살한 적에 대한 가혹한 대응과는 별개다. 대가를 치르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도 “레바논 시민을 표적으로 삼은 시온주의자의 테러 공격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레바논에서 발생한 폭발 사건과 관련해 오는 20일 긴급회의를 열기로 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레바논에서의 극적인 긴장 고조에 대한 심각한 위험을 가리킨다”며 “긴장 고조를 피하기 위해 모든 조처를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폴커 튀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폭발 사건은 충격적이며 민간인 피해가 발생한 점에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갈등이 더 확산하지 않도록 즉각적 조처를 하고 민간인 보호를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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