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삐 폭탄 제조 헝가리 공장, 이스라엘 모사드의 '유령 회사'"
휴대전화 해킹 프로그램도 개발해 삐삐 사용 유도
(서울=뉴스1) 박재하 기자 = 수천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무전호출기(삐삐) 폭발사건이 이스라엘의 대외 정보기관 '모사드'가 수년간 준비해 온 공작의 결과라는 보도가 나왔다.
헤즈볼라가 삐삐를 사용하도록 강력한 휴대전화 해킹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삐삐에 폭탄을 심어 넣을 수 있도록 유령회사까지 만들어 운영하는 등 이번 작전을 오래전부터 치밀하게 설계했다는 분석이다.
1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전·현직 이스라엘 안보 당국자 12명을 인용해 레바논에서 일어난 삐삐 연쇄폭발은 이스라엘이 헤즈볼라를 겨냥해 오랜 기간 준비한 작전이라고 보도했다.
레바논에서는 전날 헤즈볼라가 사용하는 삐삐가 연쇄 폭발해 전역에서 최소 12명이 숨지고 2800명이 다쳤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을 이번 사건의 배후로 지목하며 강력한 보복을 예고했다.
앞서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는 지난 2월 이스라엘의 통신 감청과 해킹 등을 우려해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고 삐삐와 무전기를 도입하라고 명령한 바 있다.
헤즈볼라는 이후 대만 업체 골드아폴로에 삐삐 5000대를 주문했고 이를 헤즈볼라 대원들에게 배포했다. 일부는 이란과 시리아 등에도 전달됐다.
골드아폴로 측은 헝가리 업체 'BAC 컨설팅 KFT'가 상표 사용권을 받아 제조한 제품이라고 부인했다. 하지만 헝가리 정부는 BAC가 자국 내 제조시설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런 가운데 NYT는 이스라엘군 정보장교들을 인용해 BAC가 이스라엘 모사드가 헤즈볼라에 폭탄이 설치된 삐삐를 납품하기 위해 설립한 '유령회사'라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BAC 주소지에는 회사 이름이 A4용지에 인쇄돼 출입문에 붙어있을 뿐, 아무런 활동의 흔적이 없었다고 전했다.
다만 BAC는 실제 삐삐를 생산하며 일반 고객들에게 제품을 판매해 왔고, 레바논에는 2022년부터 삐삐를 공급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이스라엘이 강력한 휴대전화 해킹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헤즈볼라의 고위 간부들을 한명씩 사살해 나가자 헤즈볼라 내에서는 이스라엘의 해킹 능력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졌다.
이에 헤즈볼라의 삐삐 주문량이 급증하자, 이스라엘은 레바논에 보낼 제품에 폭발물질인 펜타에리트리톨 테트라나이트레이트(PETN)와 원격 기폭장치 등을 부착해 보냈다고 NYT는 설명했다.
생산이 아니라 유통 과정에서 폭발물이 부착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벨기에 군사분석가 엘리야 마니에르는 헤즈볼라에 대한 국제 제재로 삐삐가 3개월간 부두에 묶인 사이 이스라엘이 폭발물을 심었을 수도 있다고 알자지라에 말했다.
또 그는 헤즈볼라의 초기 조사 결과를 인용해 이스라엘이 삐삐 배터리 주위에 금속 파편을 붙여 폭발의 위력을 높인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NYT는 "헤즈볼라는 삐삐를 일종의 '방어 수단'으로 봤지만 이스라엘은 이를 때가 무르익었을 때 누를 수 있는 '무기'로 봤다"라고 진단했다.
미국 매체 악시오스는 전직 이스라엘 당국자를 인용해 삐삐 폭탄이 헤즈볼라와 전면전에 대비해 심어놓은 함정이었지만 발각될 위험에 처하자 당장 작전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이날도 레바논 전역에서 헤즈볼라의 무전기가 동시다발로 폭발해 최소 20명이 숨지고 450명이 부상했다.
이 무전기는 일본 업체 ICOM의 단종된 제품으로, 공식 생산 인증을 받지 못한 위조품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무전기에도 삐삐처럼 폭발물이 설치됐는지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 폭발한 것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이러한 의혹에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서도 전쟁에 대비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이날 레바논에서 가까운 라맛다비드 공군기지를 찾아 "전쟁의 중심이 북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라며 "우리는 이 전쟁에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그간 가자지구 지상전에 투입됐던 정예부대인 98사단을 이스라엘 북부로 재배치하기도 했다.
jaeha6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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