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MBK, “최윤범 회장 무분별한 투자로 수익성 악화”···"부채 5년 만에 35배↑" [시그널]
영업이익 마진은 4년 만에 12%에서 6.8%로
38개 투자 중 30곳 누적당기순손실 5300억 규모
지배구조 개선 뒤 황산니켈·전구체사업 강화
고려아연(010130) 공개매수를 진행하고 있는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19일 “부채가 급증하는 가운데, 수익성도 악화되고 있어 고려아연의 재무건전성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김광일 MBK 부회장은 이날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무분별한 투자로 인한 손실이 늘어나는 가운데, 약 12조 원 가량의 신사업 투자금을 모두 차입에 의존하게 되면 부채 부담은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MBK는 “최 회장 개인의 독단적인 경영 행태에 의해 고려아연의 기업가치와 주주가치가 훼손되고 있다”며 “최대주주로서 경영권을 강화한 후 고려아연이 명실상부한 비철금속제련 부문 글로벌 리더로서 대한민국 경제, 산업의 근간이자 미래 성장 동력을 이끄는 기업,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으로 성장하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MBK에 따르면 고려아연의 부채 규모는 최 회장의 대표이사 취임 해인 2019년 410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1조4110억 원으로 35배나 증가했다. 특히 최 회장이 회장으로 취임한 2022년 고려아연 부채 규모는 전년대비 135% 증가하며 1조 원을 넘어섰다.
무분별한 투자는 기업 수익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고려아연 연결 영업이익 마진율은 2019년 12%에서 2023년 6.8%로 5.2%포인트 감소했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평균 연결 영업이익 마진율이 12.8%였음에 반해, 2019년부터 2023년까지는 10%로 떨어졌다. 연결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마진율도 2019년 16.2%에서 2023년 10.1%로 6.1%포인트 하락했다.
악화된 고려아연 재무건전성으로 인해 순현금은 지속적으로 감소되고 있어 올해 말에는 순부채 상황으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2019년 고려아연의 순현금 규모는 2조5000억 원이었으나, 올해 말에는 마이너스 440억 원 순부채로 전환될 예정이다. ‘순현금’이란 총 현금 및 현금성 자산, 단기금융기관예치금, 단기투자자산에서 사용이 제한된 현금과 차입금을 차감한 금액을 의미한다.
올해 하반기 기확정된 호주 풍력발전소 투자금 잔액과 카타만 투자금 잔액, 중간 배당금 지출, 그리고 올해 3월부터 본격화된 최 회장 우호지분 확대 목적으로 의심되는 총 합계 55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이 지속된다면 올해 반기말 기준 순현금 6680억원이 모두 소진되고도 모자라기 때문이다.
MBK는 이런 상황에서도 최 회장 주도로 수익성이 검증되지 않거나 고려아연 본업과는 무관한 투자들이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려아연 공시자료에 따르면 2019년 이래 고려아연의 38개 투자 건 중 30개의 기업들이 2021년부터 2024년 상반기까지 누적당기순손실을 기록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들의 누적당기순손실 금액만 5297억원에 이른다.
완전자본잠식인 기업을 매출액의 200배에 해당되는 금액으로 투자한 ‘이그니오’, 사법리스크까지 거론되는 ‘SM엔터테인먼트’나 평가손실 추정액만 790억 원에 이르는 여행상품 플랫폼 기업 ‘타이드스퀘어’ 등은 상당기간 고려아연 기업가치를 갉아먹을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성장전략인 ‘트로이카 드라이브’를 위한 향후 예상 투자금액만 무려 11조7000억원이지만, 이를 위한 자금 조달이 차입 외에는 없다는 점도 문제이다. 고려아연의 지난해 EBITDA는 9760억원이나 이미 법인세, 배당, 기존 제련사업 투자지출(capex) 등 연평균 지출 규모가 상각전영업이익 규모를 넘어선 상태라 신사업 투자 자금 대부분은 차입금으로 충당될 수 밖에 없다. MBK는 2029년 고려아연의 부채는 약 10조 원에 이를 전망이며, 이에 따라 고려아연이 부담하게 되는 연 이자만도 2000억~3,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MBK는 “대리인 문제로 훼손되고 있는 고려아연의 기업가치, 주주가치를 개선하기 위해 이사회의 감독 기능과 전문경영진의 경영관리가 조화롭게 작동하는 선진 거버넌스 및 컴플라이언스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공개매수를 통한 경영권 강화 후, 고려아연의 세계 최고 제련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전기동 사업, 반도체황산 사업 확대 등 적극적인 투자를 집행할 계획이다.
고려아연의 신사업 투자와 관련해서는 시장성이 유망하고 고려아연의 핵심 제련 역량을 활용할 수 있는 황산니켈 및 전구체사업, 높은 수익성으로 사업성이 있고 ESG 개선에 도움이 되는 신재생에너지 사업은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황정원 기자 garden@sedaily.com박시은 기자 good4u@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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