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북권 개발 확장세, ‘억대 웃돈’ 붙었다는 ‘청량개벽’ 인근 집값이…
상봉·광운대역 일대 복합환승센터, 터미널부지 복합개발 등 활기
서울 동북권도 부동산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역세권 개발로 이른바 '청량벽해'를 경험한 청량리 일대 신축단지는 억대 웃돈이 붙으며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청량리에서 시작된 열기는 동대문구, 중랑구, 노원구 등 주변 지역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 '상전벽해' 상승세 탄 청량리 집값 봤더니…
동대문구의 경우 신축 주상복합 발(發) 가격 오름세가 뚜렷한 모습이다. 전농동에 위치한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 전용면적 84㎡는 지난 2월 18억793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지난해 9월만 해도 11억원대에 거래된 타입인데, 반년도 채 지나지 않아 '7억원 이상' 웃돈이 붙은 것이다.
인근에 위치한 용두동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그라시엘'도 신고가를 최근 경신했다. 이 단지 전용면적 84㎡는 올해 8월 16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이 타입은 2019년 당시 10억원대에 분양한 상품이다. 이 단지는 지난 6월 진행한 무순위 청약에서 1가구 모집에 4만5000여명의 청약자를 모으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 팀장은 "청량리역은 이미 6개 노선이 정차하고 있고, 앞으로 GTX-B·C와 면목선, 강북횡단선까지 연결될 서울의 핵심 교통허브로 조성하는 한편, 고밀복합개발을 유도해 업무·산업의 핵심 거점으로도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여기에 초고층 주상복합 및 지속적인 정비사업이 진행되면서 노후 이미지까지 떨쳐내니 수요가 몰리고 있으며, 내년 말 부터 분양권 2년 보유시 양도세가 면제되는 시기가 오면 본격 거래가 활발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제2의 청량리는 어디? 상봉·망우·광운대역 일대로 번지는 파급력
청량리 일대가 새 옷으로 갈아입자 파급력이 인근 지역인 중랑구와 노원구까지 퍼지는 모습이다. 이들 서울 동북권은 그간 저평가 됐던 만큼 개발 소식이 줄을 잇자 가격 상승률도 가팔라졌다.
부동산R114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중랑구 3.3㎡당 아파트값은 1630만1000원에서 2177만7000원으로 33.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송파구 상승률 18.8%와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오른 셈이다. 노원구 역시 5년간 아파트값이 30.1%나 상승했고, 동대문구도 22.7%로 송파구보다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아파트 거래 역시 활발해졌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청량리역(동대문구), 상봉역(중랑구), 광운대역(노원구)이 자리한 3개 구에서는 올해 2분기 총 2191건의 아파트 매매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1분기 1261건 대비 73.7% 급증했다.
특히 청량리역에서 지하철 3~4정거장 거리에 위치한 상봉·망우 일대 개발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이곳에도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우선 상봉·망우 일대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B노선이 정차하고, 기존 노선과의 네트워크 효과가 뛰어나다는 점에서 청량리 '복제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초고층 주상복합에 수요가 쏠리는 점도 청량리와 유사하다. '상봉 프레미어스 엠코' 전용면적 111㎡는 7월에 12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10월 10억7000만원에 거래된 타입으로, 채 1년도 되지 않아 2억원 가량 상승한 것이다.
역세권 주변으로 전개되는 다수의 개발사업도 주택 수요자들로 하여금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상봉9재정비촉진구역이다. 38년간 상봉터미널을 운영해 온 신아주그룹이 시행을 맡아 해당 부지를 초고층 랜드마크로 재개발한다. 시공은 포스코이앤씨가 맡았고, 지하 8층~지상 49층, 연면적 29만1688㎡ 규모의 주상복합 5개 동이 들어설 전망이다. 공동주택 999가구 외에도 △오피스텔 308실 △판매시설(1만4478㎡) △문화 및 집회시설(264㎡) △근린생활시설(264㎡) 등이 함께 들어설 예정이다. 2024년 착공해 2029년 준공이 목표다.
광운대역 인근 역세권 개발 역시 청량리 개발을 기점으로 기대감이 확산되는 듯한 모습이다. 광운대역세권 개발사업은 노원구 월계동 일원 광운대역 물류부지에 4조5000억원을 투자해 복합단지를 건설하는 사업으로 3000여 가구 주거시설과 스트리트몰, 상업시설, 호텔, 오피스 등을 건축하는 4조5000억원 규모의 사업이다. 광운대역은 1호선과 경춘선이 지나고, 향후 GTX-C 노선도 계획돼 있어 청량리역, 상봉역과 함께 동북권의 '핵심 축'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GTX-B, 면목선 등 교통 호재도 궤도 올라
상봉·망우역 일대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교통 호재도 급물살을 탔다. GTX-B는 실착공 초읽기에 들어갔다. 7월에는 국토부가 민자구간 실시계획을 승인했고, 사업시행사인 대우건설 컨소시엄은 하반기 중 착공계를 내고 실착공에 들어갈 계획이다.
GTX-B는 마석으로부터 상봉, 청량리, 서울역, 여의도를 거쳐 송도까지 연결되는 노선이다. 총연장 82.8km를 최고 180km/h(표정속도 89km/h)로 주파하는 노선으로, 마석에서 송도(인천대입구)까지 58분이면 주파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2030년 개통을 목표로 사업이 추진 중이다.
면목선 사업도 한창이다. 앞서 6월 서울시는 면목선 경전철 사업이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를 최종 통과했다고 밝혔다. 청량리역부터 신내역까지 9.15km를 연결하는 사업으로, 지역균형 교통발전을 견인하고 주변을 활성화하는 호재다.
서울 동북권·동남권의 상습정체를 해결하기 위한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사업도 올해 하반기 착공될 계획이다. 중랑구 월릉교부터 강남구 청담동(영동대교남단) 구간까지 총 연장 10.4km, 왕복 4차로의 대심도 지하도로를 건설하는 사업으로 개통 시 강남 접근성이 기존 30분대에서 10분대로 단축될 것으로 예상한다.
권일 리서치 팀장은 "최근 부동산 시장의 연쇄적 파급효과는 단순한 인접지가 아니라, 교통망을 따라 이동하며 교통허브 일대에서 발현되는 경향을 보인다"라며 "다중환승역으로서 역세권 개발의 공통점이 있는 청량리(동대문), 상봉·망우(중랑), 광운대(노원) 등은 함께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준영기자 kjykj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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