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빅컷’ 단행…한은의 선택은

정윤성 기자 2024. 9. 19.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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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안정·내수 부진…금리 인하 여건은 조성돼
집값·가계대출 폭등 우려…‘금융 안정’이 관건

(시사저널=정윤성 기자)

파월 미국 연준 의장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빅컷'(금리 0.5%포인트 인하)에 나서면서 한국은행 역시 오는 10월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최근 물가 상승률 둔화세와 부진한 내수 경기를 보면 금리 인하를 위한 여건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하지만 최근 가계부채가 급속도로 늘고 있다는 점이 변수다.

일단 미국 연준은 지난 17~18일(현지 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빅컷을 단행했다. 이로써 2020년 3월 이후 꾸준히 기준금리를 끌어 올렸던 미국은 4년 반 만에 금리 인하 흐름을 단행했다. 미국의 통화정책 방향 역시 긴축에서 완화로 전환됐다는 의미다.

연준은 특히 연내 0.5%포인트의 추가 인하까지 시사했다. FOMC는 이날 올해 말 금리 전망치 중간값을 5.10%에서 4.40%로 낮춘 점도표를 공개했다. 현 금리 수준을 고려할 때 연말까지 0.5%포인트 추가 인하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2026년은 2.75~3.00% 범위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관심은 한은으로 쏠린다. 한은은 다음달 11일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앞두고 있다. 미국이 빅컷에 나선 만큼 기준 금리를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도 경기를 고려한 금리 인하의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2.0%로 2021년 3월(1.9%) 이후 3년 5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최근 한은은 통화신용정책 보고서를 통해 "고물가·고금리 상황이 지속되면서 내수의 핵심 부문인 민간소비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며 "2020년 말 대비 올해 8월 말 생활물가 누적 상승률은 16.9%로 고령층이나 저소득가구 등 취약계층 구매력이 더 크게 위축됐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 역시 지난달 기준 금리를 동결하면서도 물가 안정 측면에서는 기준 금리 인하를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시기가 됐다고 언급한 바 있다. 또한 미국과 금리 격차가 1.50%포인트로 좁혀지면서 환율 면에서도 기준 금리 인하를 결정하기 한층 수월해졌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8월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하지만 부동산 시장과 가계대출이 한은의 고민을 깊어지게 하는 요인이다. 최근 들썩이는 집값과 폭증하는 가계대출로 인해 금리 인하의 핵심 조건인 '금융 안정'이 충족되지 않은 것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둘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23% 올라 25주째 상승했다. 상승폭도 전주보다 0.02%포인트 올랐다. 전국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은 0.07% 올라 전주(0.06%)보다 상승 폭이 커졌다.

가계대출도 문제다. 앞서 8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은 8조2000억원 가량 늘어나며 역대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이달 역시 지난 12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2조1772억원 늘어나는 등 빠른 속도다. 이달 들어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시작됐지만 감소 폭이 예상보다 크지 않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로 인해 다음달 초까지 부동산과 가계대출 관련 지표에 뚜렷한 개선세가 보이지 않을 경우 한은이 당장 금리 인하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은 줄곧 집값·가계대출 등 금융 불안을 금리 인하의 최대 걸림돌로 지목해온 바 있다. 앞서 이 총재는 지난달 기준 금리 동결 직후 "한은의 통화정책은 금융 안정을 위한 것인데, 금융 안정의 중요 요인이 부동산가격과 가계부채"라며 "한은이 이자율을 급하게 낮추거나 유동성을 과잉 공급해 부동산 가격 상승 심리를 자극하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10월에도 가계부채·부동산·환율 여건이 좋지 않을 경우, 한은은 11월 이후로 인하 시점을 미룰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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