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격리·강박 금지법 반대”…정신장애인단체는 입법개정 박차
정신병원에서의 격리·강박 금지와 책임자 처벌 강화 등을 골자로 한 정신건강복지법(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잇따라 발의된 가운데, 대한의사협회(의협)는 “현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부적절한 입법”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반면 정신장애인 당사자 단체들은 정신건강복지법 입법개정에 박차를 가하겠다며 지방 순회 설명회 첫 일정을 26일 청주에서 시작한다고 밝혔다.
19일 정신장애인 당사자 단체인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한정연, 상임대표 신석철)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서미화·남인순 의원실, 국민의 힘 김예지 의원실이 공동주최하고 한정연과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공익법재단 공감 등 13개 기관이 공동주관하여 26일 오후 충북 청주시 장애인회관 대회의실에서 ‘정신장애인 생존권 쟁취를 위한 정신건강복지법 입법개정을 위한 지방순회 설명회’를 개최한다. 22대 국회를 맞이해 정신질환 및 정신장애 당사자 및 가족, 정신장애 영역에 근무하는 종사자 의견을 반영한 정신건강복지법 입법개정을 널리 알리고 의견을 수렴한다는 목적이다.
앞서 의협은 지난 10일 상임이사회를 열고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과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이 각각 발의한 ‘정신건강복지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논의하고 이에 반대한다는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미화 의원이 8월12일 발의한 개정안의 골자는 △관계부처에 격리·강박 실태 제출 의무 △격리·강박 시 사유 및 해제 조건에 대한 정신질환자·보호의무자 고지 의무 △격리·강박 외 방법 우선 적용 △정신의료기관 책임자 처벌 강화 규정 신설이다. 김예지 의원이 8월27일 발의한 개정안은 여기서 더 나아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지시가 있더라도 강박 조처는 원천적으로 할 수 없고 격리만 가능하도록 했다.
대한의사협회 홍보팀 관계자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두 의원의 발의안에 대해 “정신질환자에게 반드시 필요한 신체적 제한 행위를 제때 적용하지 못하게 되면, 오히려 각종 사고의 발생 등으로 인해 정신질환자 본인이나 정신의료기관 종사자 등이 위험에 빠지게 된다”며 “신체적 제한 행위 중 묶는 행위 자체를 허용하지 않고, 이에 대해 지방자치단체장의 시정명령이 가능하도록 하면서 위반 시 처벌 수위를 현행보다 훨씬 강화하는 것은 의료 현장의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상임이사회의 논의 내용을 전했다.
의사들의 반대 움직임 속에서 정신장애인 당사자 단체들은 26일 청주에 이어 10월4일에는 광주 전일빌딩에서, 같은 달 17일과 23일에는 각각 부산일보 강당과 국회 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입법 개정 설명회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신석철 한정연 대표는 18일 한겨레에 “서울보다 지역에 거주하는 당사자 분들이 정보 습득하는 경우가 서울보다 늦는 경우가 많아서 지방순회 설명회를 진행한다“며 “무엇보다 가족과 현장 종사자, 당사자 의견을 반영한 정신건강복지법을 입법하기 위해서 필요한 과정”이라고 말했다.
신 대표는 이어 “이번 설명회에서는 격리·강박 문제만이 아니라 입원제도, 의료 최저서비스 기준, 권익옹호, 동료지원 등 개정안 전반을 다룰 예정”이라고 밝혔다. 개정안에는 당사자의 권리보장과 더불어 지역사회 생존을 위한 각종 복지 서비스를 포함해 동료지원 전달체계를 구축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한다.
지방 순회 설명회에서 다루는 입법개정안은 정신장애 당사자, 변호사, 정신장애 영역 종사자 등으로 구성한 정신건강복지법입법추진위원회에서 나온 것으로 기존에 발의된 개정법률안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26일 청주 설명회에서는 김도희 동물해방물결 해방정치연구소장이 법률안 발제를 하고, 조윤희 충북정신재활시설협회 회장, 김지혜 세종시 장애인자립생활협회 회장, 김성구 청주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장 등이 발표 및 토론자로 참여한다.
이한결 경기우리도(경기동료지원쉼터) 대표는 18일 한겨레에 “21대 국회에서도 의료계 등의 반대로 인하여 정신건강복지법 일부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하여 당사자의 권리보장이 묘연하였다”며 “(격리·강박 금지에 반대하는) 의협의 주장과는 다르게 세계보건기구 등 국제기구에서는 강압적인 방식이 오히려 당사자에게 2차적 외상을 초래하고 치료효과를 떨어뜨리며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발표한 바 있다”고 밝혔다.
이정하 정신장애와 인권 파도손 대표도 “의협이 (격리·강박을 금지하고 책임자 처벌을 강화한) 개정법률안에 반대한다면 국회 법사위(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기 어려울 것 같다. 정신병원 전수조사가 더욱 시급하다”고 말했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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