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줄 없는 개에 놀라 유산…中법원 "1700만원 배상하라"

[서울=뉴시스]박은영 인턴 기자 = 중국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반려견에 놀라 유산한 여성에게 견주가 1684만원을 배상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8일(현지시각)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법원은 견주 리모씨가 반려견이 달려들어 유산한 얀(41)씨에게 9만 위안(약 1684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사건은 올해 초 얀씨가 택배를 받기 위해 걸어가던 중 발생했다.

당시 임신 4개월 차였던 얀씨는 갑자기 골든 리트리버 한 마리가 건물에서 튀어나와 자신에게 달려들자, 깜짝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이 과정에서 허리를 다친 얀씨는 허리와 아랫배에 이상이 생긴 것을 느꼈다.

얀씨는 이날 병원을 찾아 밤새 치료를 받았으나, 다음 날 아침 의사들로부터 "태아의 심장 박동이 들리지 않는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는 "임신한 지 거의 4개월이 된 상황이었다"며 "개가 나를 놀라게 한 후 배에 통증이 느껴졌다. 병원에 갔지만 안타깝게도 아기를 살릴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얀씨는 지난 3년간 여러 차례 시험관 수정 수술을 받은 끝에 임신에 성공했다. 그는 "아기를 갖기가 정말 힘들었다"며 "3년 동안 시험관 수술을 받았다. 그런데 유산해 가슴이 아프다"고 한탄했다.

사건 이후 얀씨는 견주 리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중국 동물방역법 등에 따르면 반려견 주인은 공공장소에서 반려견에 목줄을 채워야 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최대 200위안(약 3만7000원)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반려견이 사람을 다치게 한 경우 견주는 손해에 대한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

리씨는 반려견이 목줄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정했지만, "리트리버는 시각장애인 안내견으로 활약할 정도로 온순한 견종"이라며 "시험관 수술을 통해 임신했으면 위험성을 알고 더 주의를 기울였어야 한다"고 얀에게 책임을 돌렸다.

그러나 법원은 "임신 15주 이상의 여성이 집 근처를 산책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며 얀의 유산이 겁을 먹으면서 물러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또 해당 사건으로 인한 육체적, 정신적 고통에 대해 리씨가 9만 위안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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