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팬들 만난 조앙 피레스 “콩쿠르만 강조하면 예술과 상관없는 길 가게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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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가들이 연주는 '내가 해'라고 생각하는 건 정말 위험해요. 관객과 함께, '우리'가 연주하는 거죠."
피레스는 "경력(커리어)을 강조하며 가르치는 경우가 있는데, 경력과 예술을 혼동해서 생각하는 건 정말 위험한 일"이라며 "콩쿠르 같은 것만 강조하면 예술과 상관없는 길로 가게 된다"고 일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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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부터 전국 리사이틀
“음악가들이 연주는 ‘내가 해’라고 생각하는 건 정말 위험해요. 관객과 함께, ‘우리’가 연주하는 거죠.”
무대 위 마리아 조앙 피레스(80)는 대중이 생각하는 피아니스트의 모습과 거리가 멀다. 반짝거리는 화려한 드레스와 하이힐보단 면이나 마 등 천연 소재 옷차림에 굽이 없는 신발을 신는다. 5세 때부터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를 연주하고, 7세 때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을 협연했던 신동은 지금도 한결같이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관객을 만난다.
18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클래식 음반 매장 풍월당에서 한국 팬들과 만난 자리에서 피레스는 자신의 음악과 가치관에 대해 유감없이 털어놨다. 이틀 뒤부터 시작되는 내한 독주회에 앞서 진행된 이번 행사는 80여 석의 자리가 일찌감치 마감되고 더러는 서서 지켜봐야 했다. 열기는 ‘팬미팅’을 방불케 했다.
피레스는 연주를 “작곡가와 지휘자, 오케스트라뿐 아니라 관객들의 소리까지 듣는 양방향 대화”라고 규정하며 “자신과의 대화가 아니라 인생, 고통, 행복 등 모든 걸 나누는 게 연주이고, 무대에선 언제나 누군가와 나누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음악가들이 ‘내가 해’라고 하는 건 정말 위험한 생각이에요. 청중들에게 귀를 기울여야 하고, 청중들도 내게 귀 기울여야 해요. 우리의 대화는 양방향이어야 합니다.”
피레스는 이번 내한 독주회에서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10·13번, 쇼팽의 녹턴(야상곡) 등을 연주한다. 그는 모차르트와 쇼팽 전문가(스페셜리스트)로 알려져 있다. 그는 “각자의 성품과 감성, 성격이 누군가에게 끌리게 만든다”며 “스페셜리스트라기보단 그 음악들을 사랑하고 배우기 좋아한다고 말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피레스는 특히 모차르트와 각별하다. 70여 년간 모차르트를 치면 지겨울 법 하지만, 그는 “모차르트는 늘 흥미를 불러일으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차르트의 음악은 같은 소절에서 기쁨과 눈물, 고통과 빛이 한꺼번에 다가온다”고 설명했다.
피레스는 “손의 테크닉은 실제로 음악을 만드는 테크닉이 아니다”라며 “우리의 몸은 일종의 악기이고, 이 악기를 통해 감정이 발산되기 때문에 인간의 몸 전반을 잘 알면 연주를 더 잘 할 수 있다”고도 했다.
피레스는 피아노 연주 교육에 대해서도 당부를 잊지 않았다. 그는 1999년 고국 포르투갈에 벨가이스 예술센터를 설립해 젊은 음악가들을 양성하고 있다. 피레스는 “경력(커리어)을 강조하며 가르치는 경우가 있는데, 경력과 예술을 혼동해서 생각하는 건 정말 위험한 일”이라며 “콩쿠르 같은 것만 강조하면 예술과 상관없는 길로 가게 된다”고 일침했다.
그는 아울러 마스터 클래스(거장의 공개 강좌)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피레스는 “이 단어 자체에 마스터(거장)가 잘 모르는 사람을 위해 하는 것이란 의미가 내포돼 있다”며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이 동등한 위치에서 서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커리어엔 예술이 없어요. 예술은 독립적으로 존재해요. 전 예술이 신성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피레스는 20일 서울 예술의전당을 시작으로 21일 아트센터인천, 26일 대전예술의전당, 27일 대구콘서트하우스, 29일 서울 강동아트센터에서 독주회를 연다. 10월 26일 성남아트센터에선 바리톤 마티아스 괴르네와 슈베르트 연가곡 ‘겨울나그네’를 연주한다.
이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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