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컷'에도 경제는 탄탄?…파월, '피벗' 대신 '재조정'이라 표현한 이유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통화정책 기조를 긴축에서 완화로, 또는 완화에서 긴축으로 바꿀 때 쓰는 표현은 일반적으로 피벗(pivot)이다. 피벗이란 전면적인 전환 또는 변화라는 의미다.
하지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18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한데 대해 '리캘리브레이트'(recalibrate)란 단어를 10번 정도 사용했다. 리캘리브레이트란 재조정한다는 의미다.
연준이 2022년 3월부터 금리를 인상하는 긴축을 시작한 뒤 2년 반만에 금리 인하, 그것도 일반적인 0.25%포인트가 아니라 공격적인 0.5%포인트의 인하를 단행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면적인 통화정책의 전환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파월 의장이 왜 좀더 온건한 느낌의 재조정이란 단어를 사용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투자 전문 매체인 배런스는 파월 의장이 단순히 '전환'에 대한 다른 표현으로 '재조정'(recalibration)이란 단어를 사용한 것은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배런스는 연준이 마지막으로 금리를 인상한 지난해 7월과 비교해 달라진 현재 경제 여건에 반응해 금리를 인하한다는 의미로 파월 의장이 '재조정'이란 단어를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연준이 향후 금리 변화에 대해 미리 전망을 제시하는 포워드 가이던스(Forward Guidance)를 중단하고 발표되는 경제지표에 의존해 금리를 결정하는 현재 상황과도 부합하는 것이다.
실제로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14개월 전인 지난해 7월에 3.5%였던 실업률이 지난 7월엔 4.3%까지 오른 반면 인플레이션은 지난해 7월 3.3%에서 최근 2.5%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따라서 인플레이션은 내려가고 실업률은 올라가는 경제 여건의 변화를 고려해 지금이 통화정책을 완화할 때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가까운 미래에 경제를 침체에 빠뜨릴 만한 리스크는 현재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파월 의장이 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하지만 경제는 여전히 건전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재조정'이란 단어를 선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채권 전문가인 모하메드 엘-에리언은 이날 소셜 미디어 엑스(X)에 파월 의장이 경제가 탄탄하다고 강조하면서 금리를 일반적인 0.25%포인트가 아닌 0.5%포인트 인하한 것은 통화 완화 사이클을 시작하는 연준의 접근 방법에 있어서 중요한 "재조정"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파월 의장은 수년간 연준의 정책을 면밀히 추적해온 사람들에게 여러 차례 '경제는 좋은 상태에 있다'고 언급함으로써 0.5%포인트로 금리 인하를 시작하는 것의 의미를 재조정했다"고 밝혔다.
글렌메드의 최고 투자 전략 및 리서치 책임자인 제이슨 프라이드는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하락함에 따른 실질 금리 상승이 경제 활동을 제약할 가능성이 있어 더 큰 폭의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파월 의장이 경기 침체가 우려돼 통화정책을 과감히 '전환'한 것이 아니라 인플레이션 하락에 따른 실질 금리 상승에 따라 금리를 '재조정'한다는 의미를 강조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는 뜻이다.
블랙록의 글로벌 채권 담당 최고투자책임자(CIO) 겸 글로벌 자금 배분 투자팀장인 릭 라이더는 "소매 판매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실업수당 청구건수 등 최근의 데이터들은 경제가 완화되고 있지만 경기 침체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그는 연준이 경제 제약적인 금리 수준을 낮추기를 원할 뿐 급격한 경제 성장세의 둔화나 노동시장의 과도한 악화를 우려하고 있지는 않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파월 의장은 사람들이 '빅컷'(0.5%포인트의 금리 인하)을 경기가 그만큼 나쁘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정책 '전환' 대신 '재조정'이란 단어를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경제의 펀더멘탈상 변화에 따른 정책 '전환'이 아니라 경제의 미세 변화에 따른 '재조정'이란 점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이다.
이는 연준이 경기 침체를 우려하고 있다고 사람들이 해석할 경우 소비자들과 투자자들의 심리가 위축돼 실질적인 경제 활동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괜한 경기 침체 우려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을 막기 위해 골라 쓴 단어가 '재조정'인 셈이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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